녹색채권 불균형, 녹색산업의 축소판[33조 녹색채권 어디에]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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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테크 특허출원 이차전지·전기차 등에 집중
산업 분야 내 녹색채권 배터리·자동차 편중 비슷
대기업 위주 발행, 단기적 성과 우선 등도 유사

우리나라 기후테크 특허가 특정 기업과 기술에 편중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제공 우리나라 기후테크 특허가 특정 기업과 기술에 편중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제공

우리나라 녹색채권의 쓰임새를 살펴보면, 기후산업의 지형을 파악할 수 있다. 대기업이 배터리와 전기차 산업 위주로 녹색채권을 발행하는 경향성은, 녹색산업 전반의 불균형이 투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지난 1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탄소중립경제로의 길:우리나라 기후테크의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11~2021년 우리나라의 기후테크 특허출원 건수는 미국(35%)·일본(27%)에 이어 세계 3위(8%)지만, 특허 대부분이 이차전지(44%)·전기차(7%)·정보통신기술(ICT·7%) 등에 집중돼 있다.

우리나라 기후테크의 편향성은 압도적이다. 일본도 이차 전지 관련 특허가 가장 많지만, 비중은 23% 정도이다. 미국은 2차 전지와 정보통신기술이 각각 9%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특정 분야가 전체 비중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건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이는 산업 현장에 직접 투입된 녹색채권(11조 1651억 원) 중 배터리 한 분야(6조 4197억 원)가 58%의 비중을 차지하는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대기업 위주의 특허출원도 녹색채권과 닮았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상위 4개 기업(LG화학·30.6%, LG에너지솔루션·15.2%, 삼성전자·14.1%, LG전자·8.1%)의 기후테크 특허출원 비중은 72.1%다. 10대 선도국 평균치인 29.7%를 크게 웃돈다.

보고서는 화학·정유·철강 등 탄소 다배출 산업의 특허 실적 부진을 지적하기도 했다. 탄소저감기술이나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과 같은 핵심 유망 기술에서 뒤처지고 있다며 “탄소배출기술의 갱신에 치우친 ‘왜곡된 현실’을 탄소저감기술 개발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탄소 다배출 현장에서 근본적인 변화 노력 없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소폭 줄이는 것으로 현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뜻이다. 탄소 다배출 사업장 등에서 녹색채권이 초래한 여러 그린워싱 사례와 동일한 문제의식을 보여준다

기후테크 내 과도한 편중은 기후테크 혁신에서도 단기적 성과를 쫓아가는 경향성 때문이라고 한국은행은 분석했다. 이미 상용화 단계에 진입해 빠른 투자수익 회수를 기대할 수 있는 분야에 투자와 혁신이 집중된다는 것이다. 산업 현장 내 녹색채권 활용도 ‘부익부 빈익빈’ 양상인 것과 같은 이유이다.

이 밖에도 중장기적 시각에서 혁신을 촉진할 제도적 유인 부족, 신생중소기업 등 기후테크 혁신자금 조달여건 취약 등을 기후테크 내 불균형의 이유로 꼽았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최이슬 과장은 “EU는 ‘탄소국경조정제도’를 도입해 2026년부터 수입품의 탄소배출량에 따라 추가비용을 부과할 예정”이라며 “기업이 기술 상용화 이전에 수익을 내지 못하는 ‘죽음의 계곡’을 효과적으로 건너갈 수 있도록 혁신자금 공급여건을 확충해야 한다”고 밝혔다.


※본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33조 녹색채권 어디에 > 데이터 확인

https://docs.google.com/spreadsheets/d/18KlLYwOqEqwFaTZLnSKnv5b4f0TgRvvfhVT9xgDtD-w/edit?usp=sharing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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