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은 통치행위” ‘윤 담화’에 쑥대밭 된 국힘…탄핵안 표심 어디로
한동훈 “사실상 내란 자백” 탄핵안 ‘당론 찬성’ 요구
윤 대통령 출당 위한 윤리위 소집 등 강경 대응
반면 친윤계 “대표 독단 행동 말라” 반발, ‘당론 찬성’ 어려워져
‘가결’ 가능성 높지만, ‘분당’ 위기 우려도 제기돼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대국민담화에서 “비상계엄은 통치행위”라며 자진 사퇴는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이틀 앞으로 다가온 ‘2차 탄핵소추안’에 대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친한(친한동훈)계와 소장파를 중심으로 탄핵 찬성을 표명하는 의원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민심 역주행’으로 해석되는 이날 담화는 이런 기류를 더 확산시킬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다만 한동훈 대표의 “(대통령 담화는)내란을 자백한 것”이라는 발언에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등 계파 갈등이 고조되면서 ‘당론 찬성’은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탄핵안 가결 이후 국민의힘이 ‘분당’ 위기로 치달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 더불어민주당의 탄핵 남발, 입법 폭주, 이재명 대표 방탄 행태 등을 장시간 비판하면서 이번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강변했다. 또 내란죄를 판단할 핵심 요소인 국회 무력화 시도와 관련해서도 “국회 기능을 마비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결국 야당의 망국적 행태를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헌법적 권한이자 통치행위인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이고, 내란 등 법 위반 요소는 없다는 것이다. 이번 비상계엄 조치에 대한 국민 공분이 들끊고 있고, ‘즉시 퇴진’ 여론이 70%가 넘는 상황과는 극히 동떨어진 상황 인식이다.
한동훈 대표는 윤 대통령의 담화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런 담화가 나올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태”라며 “윤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다는 점이 더욱더 명확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탄핵 절차로서 대통령의 직무집행을 조속히 정리, 정지해야 한다”며 “우리 당은 당론으로서 탄핵에 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직전 국회 기자회견에서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히며 의원들의 소신에 따른 자율 투표를 요구하던 입장에서 ‘당론 찬성’으로 한발 더 나간 것이다. 한 대표는 또 윤 대통령의 제명·출당을 위한 당 윤리위원회 소집을 긴급 지시하는 등 윤 대통령의 담화 이후 더 강경한 대응에 나섰다. 이와 관련, 친한계인 진종오 의원이 이날 탄핵 찬성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당내 찬성파 의원은 6명으로 늘어났고, 당초 탄핵을 반대했던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날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윤 대통령은 탄핵소추를 통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면서 “그 결정은 당론으로 해야 한다. 당은 이런 국가적 사안 앞에서 하나여야 한다. 분열하면 안 된다”고 입장을 바꿨다.
그러나 친윤계는 이날 한 대표가 차기 원내대표 선출을 위해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런 입장을 전하자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의 담화에 대해 “반성이 아닌 자기 합리화다. 사실상 내란을 자백하는 취지”라고 발언하자 “대표가 왜 그런 말을 하느냐”며 고성으로 반발하기도 했다. 친윤 핵심인 이철규 의원은 “우리 당 의원 누구도 비상계엄에 동조, 참여한 사람이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다만 우리 당 대표가 수사 결과도 발표되지 않고 재판이 진행되지 않았음에도 내란죄라고 대통령을 단정하는 건 좀 서두르는 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원들이 생각하는 건 혼란사태 극복을 중지 모아서 국민을 불안하지 않게 하자는 것”이라고 한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이 2차 탄핵안을 두고 당론을 형성하기가 더 어려워진 것으로 전망된다. 당내 찬성 의견이 늘어나면서 탄핵안 가결 가능성은 커졌지만, 당내 균열이 깊어지면서 그 후유증을 수습하기가 쉽지 않게 됐다는 내부 우려가 제기된다. 당 관계자는 “대통령이 계엄 정당성을 강조하면서 사실상 친윤계에게 ‘엄호’ 메시지를 전한 것 아니냐”며 “탄핵안이 가결되면 당이 ‘분당’ 위기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우려했다.
한편, 한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오는 14일 윤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될 경우 대표직을 사퇴할 것이냐는 질문에 “저는 직에 연연하지 않는다”며 “어떤 것이 진짜 책임감 있는 일인지에 대해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또 사태 수습을 위해 자신이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할 가능성에 대해 “지금 상황을 수습하고 해결하는 일이 너무나 중요하다”고만 답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