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탄핵정국에도 민심 외면하는 윤 대통령의 무모함
국민 고통 속 몰아넣고 야당 폭주 탓
나라 안팎 비판 성난 여론 안 보이나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시도는 6시간 만에 실패로 끝났지만 탄핵이라는 거센 후폭풍에 직면했다. 더불어민주당은 7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나선다. 앞서 야 6당과 무소속 의원 191명이 발의한 탄핵안이 본회의에 보고됐다. 탄핵안에는 윤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자체가 위헌·무효이고 군을 불법 동원한 ‘내란죄’에 해당하는 중대 범죄라는 내용이 담겼다. 친위 쿠데타를 통해 국민의 기본권을 유린한 실로 중대한 위헌·위법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탄핵안에 대해 국민의힘이 반대 당론을 정한 마당이어서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정국 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현 상황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무모하리만큼 안이한 윤 대통령의 인식이다. 스스로 심야 비상계엄 선포로 국민을 충격 속에 몰아넣고도 사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나 책임 의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계엄 해제 후 하루가 지나도록 대국민 사과나 공식 입장 표명이 없는 상태다. 비상계엄은 합법적으로 이뤄졌으며 야당의 폭주에 맞서기 위한 경고성 조치였다는 게 흘러나오는 이야기의 일단이다. 너무나도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이 아닐 수 없다. 별일 아니라는 듯이 김용현 국방부 장관을 면직하고 후임 국방부 장관 후보를 지명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뜬금없는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만큼이나 후속 대응도 납득이 어렵다.
대통령의 버티기 속에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이다. 한동훈 대표의 결단으로 비상계엄 반대에 나서면서 비상 국면은 넘겼지만 그 과정에서 분열된 집권 여당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줬다. 대통령 탄핵 공세에는 반대로 당론을 정했지만 대통령 탈당 요구 등을 둘러싼 갈등은 여전하다.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의 명확한 입장 정리 없는 탄핵 반대는 명분을 얻기 힘들다. 민주당은 한 대표를 향해 ‘내란 동조 세력이 되지 말라’며 몰아붙이고 있다. 탄핵안 표결을 오후 7시로 잡은 것도, 김건희 특검법 동시 처리로 국민의힘 보이콧을 막기로 한 것도 다 압박용이다. 지금의 분열상으로 민심을 되돌릴 수 없다.
대통령의 잘못된 판단은 결국 국가를 위기로 몰고 있다. 국가 신인도는 추락하고 경제적 충격파도 가늠하기 어렵다. 미 국무부가 이례적으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심한 오판’이고 ‘불법적’이라는 표현을 써 가며 비판하고 있다. 성난 민심과 여론도 예사롭지 않다. 리얼미터가 5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73.6%의 국민이 탄핵에 찬성했다. 부울경 주민도 72.9%가 탄핵 찬성이다. 무엇보다 추락한 대통령의 리더십은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심각한 위협 요소다. 제2의 비상계엄 사태나 전쟁 이야기까지 나온다. 7일 탄핵안 투표만 넘어선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국가 위기를 수습할 모든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