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후폭풍 해양 항만 덮쳤다… 기관장 임명 줄줄이 지연 우려
국무위원 등 사의 표명 여파로
BPA 차기 사장 임명 ‘안갯속’
타 해양수산기관도 공백 지속
부산항 경쟁력 악화 우려 커져
부산항만공사(BPA)의 차기 사장 임명이 비상계엄 선포 사태로 장기간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북항 재개발 1단계 사업과 글로벌 환경 변화에 신속히 대응해야 할 시점에 ‘리더십 공백’이 이어지면, 부산항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BPA는 5일 부산 롯데호텔에서 차기 사장 공모 접수자 8명을 대상으로 면접 심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1일까지 진행한 재공모에는 15명이 접수했고, BPA는 서류 심사를 통해 후보군을 추렸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기습 비상계엄 선포로 면접 일정이 잠정 중단되기도 했지만 사태가 진정되며 재개를 결정했다.
하지만 차기 사장 임명 시점은 예측이 어려운 상황으로, 상당 기간 미뤄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BPA는 이달 중 최종 후보 5명을 선정해 해양수산부에 추천할 계획이었다. 이후 해수부가 검증을 거쳐 내년 초 차기 사장을 임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비상계엄 여파로 대통령실 주요 참모와 국무위원들이 사의 표명을 밝히면서 일정 차질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탄핵 정국까지 겹치면 현 정부 동의가 필요한 기관장 인사는 장기간 방치될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BPA 안팎에서는 강준석 현 사장이 내년 6월까지 자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강 사장은 이미 지난 9월 29일 자로 임기가 만료됐다. 지난 7월 열린 차기 사장 공모에서 해수부는 강 사장의 임기가 끝난 지 한 달 넘도록 임명을 지연하다 끝내 ‘적격자 없음’으로 결론 내렸다. 이어 재공모마저 예기치 못한 정치 상황을 맞으며 임기 추가 연장이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지역 항만업계는 BPA 신임 사장 임명 지연이 지역 경제와 항만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BPA는 북항 1단계 재개발과 진해신항 개발 등 지역 경제와 직결된 대규모 사업을 진행 중이다. 또한 부산항은 글로벌 해운동맹 재편과 미중 무역 갈등 등 대외적인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항만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물류 기반을 개선하는 데 박차를 가해야 하지만, 현 사장 체제에서 추진 동력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 항만업계 관계자는 “현재 부산항은 해운동맹 재편, 미중 무역 갈등, 고환율로 인한 물류비용 증가 등 대외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리더십 공백이 길어지면 필요한 정책 결정을 제때 내리지 못하거나 대외 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내년 초 수장 교체를 앞둔 다른 해양수산 기관들도 비슷한 처지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오는 26일 임기를 마치는 김종덕 원장이 내년까지 직무를 유지할 전망이다. 특히 KMI는 국무총리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이기 때문에 신임 원장 모집을 연구회에서 주관한다. 하지만 아직 공고조차 없고, 비상계엄 여파로 국무총리실 또한 극심한 혼돈에 빠져있기 때문에 관련 일정은 기약 없이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2일부터 6일까지 신임 이사장을 공모 중인 한국수산자원공단(FIRA)도 해수부 장관이 제때 임명할지 미지수다. 부산 기장군에 있는 FIRA는 정부의 수산 자원 관련 사업을 위탁 수행하고 관련 기술을 연구하는 해수부 산하 기관이다. 현 이춘우 이사장은 이미 지난달 28일 임기가 끝났지만, 후임 이사장이 임명될 때까지 직무를 계속하고 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