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고려아연 비밀유지계약 어겼나, 경영권 분쟁 새 뇌관 등장
계약종료 석달 후 공개매수 등 진행
적대적 M&A에 내부자료 활용 의심
MBK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 일축
사모펀드 운용사(PEF)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과 체결해 올해 5월 종료된 신사업 관련 핵심자료들의 ‘비밀유지계약(NDA)’ 조항을 위반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양사간 비밀유지계약에는 계약 위반 시 금전적 배상 외에 법적책임 관련 조항까지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5일 IB업계에 따르면 MBK와 고려아연의 비밀유지계약 체결이 종료된 시점은 올해 5월이다. MBK는 과거 고려아연 신사업인 ‘트로이카 드라이브’의 재정적 지원을 도울 후보군으로서 고려아연으로부터 여러 기밀 자료를 넘겨받고 비밀유지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서 체결일은 지난 2022년 5월 17일로, MBK는 그로부터 2년 동안 기밀유지와 함께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지 않기로 하는 등 20개 조항 내용에 서명했다. 하지만 MBK는 비밀유지계약이 종료된 지 석 달여 만에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선언하면서 시장의 의심을 받게 됐다.
금감원 공시 자료에 따르면 MBK와 영풍 연합이 고려아연 적대적 M&A를 위한 경영협력계약을 체결한 건 지난 9월 12일이다. 통상 복잡한 경영협력계약까지 체결하고, 수조 원의 차입금을 빌리는 것을 불과 석 달여 만에 끝내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이때문에 고려아연 측은 MBK가 고려아연과의 비밀유지계약이 채 끝나기도 전에 영풍과 적대적 M&A 시도를 시작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공개된 NDA 조항 중 가장 큰 논란은 비밀유지계약상 제8조다. MBK는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포함해 경영을 통제 또는 경영에 영향을 미치려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조항에도 서명했다.
양사가 맺은 계약 8조에 따르면 정보수령자(MBK)는 정보 제공자(고려아연)의 사전 서면동의 없이 주식 또는 지분을 매입하거나, 사업결합 및 합병, 적대적 인수 등을 제안하거나, 경영을 통제 또는 경영에 영향을 미치려는 행위를 하지 않는 것에 동의한다고 적시하고 다. 다시 말해 영풍과의 적대적 M&A 논의 등 경영권 관련 협의를 6월 이전 시작했을 경우 법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분석이다.
설사 MBK가 관련 논의나 협의를 계약 종료 이후에 시작했다 하더라도 해당 계약이 종료된 지 불과 석달 여 만에 계약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를 한 부분 역시 신뢰가 생명인 금유투자업계에서 도덕적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지점이다.
양사가 맺은 계약의 9조는 이번 논란의 또다른 핵심이다. 9조에 따르면 MBK는 고려아연의 임직원은 물론 주요 고객, 주요 공급자와의 논의나 협상 등을 해당 기간 동안 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고려아연과 영풍이 최근까지 거래관계를 유지해왔고 고려아연이 영풍으로부터 연간 1000억 원이 넘는 특정 품목들을 공급 받아 온 만큼 해당 조항을 명백히 위반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한편, MBK는 고려아연의 내부 자료를 M&A에 활용했다는 의혹에 선을 긋고 있다. MBK는 3일 반박 자료를 내고 "2022년 5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관계자가 MBK파트너스 투자 운용 부문 중 한 곳인 '스페셜 시튜에이션스' 측에 투자해달라고 찾아온 사안에 대해 고려아연 측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MBK의 투자 운용 부문은 경영권을 인수하는 '바이 아웃' 부문과 소수지분투자·사모사채 등의 '스페셜 스튜에이션스' 부문으로 나뉜다. 두 부문은 실질적으로 분리돼있으며 차이니스월(정보교류차단 장치)로 구분돼 내부 정보 교류 자체가 차단돼 있고 컴플라이언스를 통해 엄격하게 통제돼 있다는 설명이다. 영풍과 함께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진행한 투자 부문은 MBK의 '바이 아웃' 부문이라 2022년 최 회장 관계자의 투자 제안과는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MBK는 반박문을 통해 "의혹 제기 이후 내부 준법감시팀의 검토 및 승인 아래 '스페셜 시튜에이션스' 부문은 고려아연으로부터 받은 자료는 당시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개발한 트로이카 드라이브에 대한 설명서라는 점과 해당 자료는 고려아연 홈페이지와 IR자료에 이미 공개된 자료와 크게 다를 게 없다는 점을 확인해줬다"고 설명했다.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