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호 침몰 보고도 구조 외면 정황… 선단 운반선 선장 ‘입건’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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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해상 사고 당시 최근접
어획물 위판 위해 현장 떠나
아무런 조치 없이 신고도 지체
해경 “선사, 회항 관여 등 수사”
선장 “경황 없었다” 조사서 진술
현재 사망자 4명 실종자 10명

부산 선적 대형 선망 금성호 침몰사고 닷새째인 13일 오전 제주 비양도 북서쪽 22㎞ 사고해역에서 해경 등이 실종자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 선적 대형 선망 금성호 침몰사고 닷새째인 13일 오전 제주 비양도 북서쪽 22㎞ 사고해역에서 해경 등이 실종자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8일 제주 해상에서 선원 4명이 숨지고 10명이 실종된 135금성호 침몰 사고 당시 가장 가까이 있었던 어획물 운반선이 신고나 구조 등 아무런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난 정황이 확인되면서 해경이 수사에 나섰다.

제주해양경찰서는 선원법(조난 선박 등의 구조) 위반 등의 혐의로 어획물 운반선 A호의 선장을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해경에 따르면 A호는 135금성호가 지난달 8일 오전 4시 31분 제주 비양도 북서쪽 22km 해상에서 오른쪽으로 좌초돼 전복될 당시 가장 가까이 있었다. 그러나 A호는 신고를 하거나 구조 작업을 하지 않은 채 어획물을 위판하기 위해 부산으로 떠났다.

금성호 선원 일부는 다른 선단의 어선이 도착할 때까지 기울어진 선체에서 대기하다 구조됐다. 최초 사고 신고 역시 다른 어선이 했다.

135금성호는 여러 배가 함께 조업하는 선망 어업에서 어획물을 잡는 역할을 담당한 본선이다. 본선이 그물을 던져 고기를 잡으면 운반선 3척이 교대로 그물에 갇힌 어획물을 퍼 올려 어창에 보관한 뒤 위판장까지 운반한다.

본선인 금성호는 지난달 7일 오전 11시 40분께 서귀포항에서 운반선 A호 등 선단선 5척과 함께 출항해 조업 하던 중 사고가 발생했다. A호는 135금성호로부터 고등어 등 어획물을 1차로 퍼간 운반선이었다.

선원들은 1차로 운반선에 어획물을 옮기고 나서 다음 운반선이 오기 전에 순간적으로 배가 뒤집혀 사고가 났다고 해경에 진술한 바 있다. 당시 A호는 금성호가 빠르게 전복되고 있는 상황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았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가 어획물을 위판하기 위해 부산으로 떠난 정황이 포착됐다. 이 운반선이 신고하지 않으면서 금성호 선원 구조는 사고가 난 지 19분이 지나서야 이뤄졌다.

제주해경은 생존 선원과 선단 선원들의 진술, 선단선 선박 항적 자료를 분석해 신고 경위에 대해 수사를 벌였다. A호 선장은 해경 조사에서 “경황이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해경은 금성호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 등을 확인한 결과, 금성호가 신고 접수 19분 전인 지난달 8일 새벽 4시 12분께 사고를 당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해경 관계자는 “선사 측에서 A호가 부산으로 회항하는 데 관여했는지, 사고 관련 증거 은닉 정황은 없는지 등을 추가로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해경은 수사과 형사 29명으로 구성된 수사본부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해경은 명확한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금성호와 함께 조업했던 선박 및 출항지 인근 CCTV 자료를 확보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영상 분석을 마쳤다고 밝혔다. 해경은 또 생존 선원과 금성호 소속 선사 직원 등 관련자 조사와 부산의 선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선박 관련 서류 등을 압수했다.

지난 8일 사고로 금성호 승선원 27명(한국인 16명, 인도네시아인 11명) 가운데 15명은 인근 선박에 구조됐고 이 중 한국인 2명이 숨졌다. 나머지 12명(한국인 10명, 인도네시아인 2명)은 실종 상태였으나, 지난 9일과 10일 각각 1명의 한국인 선원 시신이 야간 수색에서 발견됐다. 이로써 사망자는 4명으로 늘고 실종자는 10명(한국인 8명·인도네시아인 2명)이 됐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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