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덕성원 생존자 국가 상대 첫 소송 피해 회복 계기 되길
진실화해위 ‘공식 사과와 적절한 조치’ 권고
공권력 의한 인권유린, 배상 책임 인정해야
과거 인권유린이 자행됐던 부산 덕성원의 일부 피해자들이 지난 17일 국가와 부산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법률 대리인을 선정했다는 소식이다. 다음 달 중 소장을 접수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덕성원에서의 피해 사실과 관련해 첫 배상 청구 소송이 진행되는 셈이다. 그러나 향후 소송 진행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이 잇따름에도 항소 방침을 고수하는 정부의 행보가 덕성원 사례에서도 재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경우 덕성원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 논란이 커질 수밖에 없다.
덕성원은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인 1953년 12월 설립된 사설 아동보호시설이었으나, 1970년대 들어 부랑인 선도 목적의 수용시설로 활용됐다. 그 과정에서 무차별적인 원생 수용이 이뤄졌고, 원생들에게는 강제노역, 구타, 가혹행위, 성폭력 등이 자행됐다. 이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최근 인정한 사실이다. 형제복지원에서 벌어졌던 인권유린 실태와 판박이인데, 오랜 조사를 거쳐 실상이 잘 알려진 형제복지원과는 달리 덕성원의 존재는 여태껏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근래 피해자 증언이 나오면서 실태가 조금씩 드러났고, 진실화해위는 이제 겨우 ‘진실 규명’ 결정을 내린 정도다.
진실 규명을 위한 첫걸음을 뗀 것은 다행이나, 실상 피해자들의 입장에선 아직 달라진 게 없다. 책임 당사자인 국가와 부산시가 제대로 된 피해 회복에 적극 나서는 게 순리일 텐데, 그런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진실화해위가 국가에 ‘덕성원의 인권침해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피해 회복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는데도 그렇다. 이번에 피해자들이 스스로 나서서 소송을 제기하려는 것은 그런 막막한 현실을 더 이상 참고 견디기 힘들었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다른 데도 아닌 국가와 부산시를 상대로 하는 소송이다. 지난한 다툼을 벌일 수밖에 없는데, 피해자들의 그런 형편이 안타깝다.
진실화해위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덕성원은 국가와 부산시의 각종 보조금을 통해 시설을 운영했으며 그 과정에서 국가의 지도·감독을 받았다. 사실상 공권력에 의한 인권유린이 발생한 것으로, 이는 곧 국가와 부산시에 배상 책임이 있음을 의미한다. 국가와 부산시가 적극적으로 진상을 밝히고 피해 회복에도 신속하게 나서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형제복지원의 경우처럼 피해자들의 손해보상 청구 소송에 난색을 표하거나 어깃장을 놓는 행위는 피해자들의 인권을 재차 유린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인권을 지켜야 할 책임자로서 사실을 인정하고 합당한 배상을 하는 게 옳다. 정부와 부산시의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