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달식의 일필일침] 부산 특별건축구역, 도시 미래 될 수 있나 ?

정달식 논설위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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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최근 시범사업 후보지 7곳 발표
10월 최종 4~5곳 선정될 예정
세계적인 건축가 설계 참여 ‘눈길’
지역에선 자존심 상해… 반성도 필요
특혜 시비 등 다양한 문제 유발
연례 행사처럼 지속돼선 안 돼

도미니크 페로, 렘 콜하스, 리처드 마이어, 위니 마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들이다. 갑자기 이들을 호명한 이유는 부산 특별건축구역 활성화 시범사업 후보지 설계를 맡아서다. 국내 건축 설계사와 컨소시엄 형태로 이루어진다. 최근 부산시는 특별건축구역 활성화 시범사업 후보지 7곳을 선정했다. 최종 시범사업지는 10월쯤 4~5곳이 선정될 예정이다. 특별건축구역은 도시경관을 고려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건축물을 설계할 경우 건축법상의 건폐율, 건축물의 높이 등의 건축 규제를 완화해 주는 제도다. 부산시는 최종 시범사업지에 세계적인 건축가의 설계가 실현될 수 있도록 건축법 완화뿐만 아니라 기획설계비 일부 지원, 절차 간소화 등의 행정적 뒷받침도 할 방침이다. 앞서 부산시는 2020년 북항 1단계 재개발지역 등 4곳을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한 바 있다. 하지만 세계적인 건축가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특별건축구역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산시는 세계적인 건축가의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설계안을 특별건축구역에 적용하려는 이유를 “단순히 건축물의 형태와 기능을 넘어 도시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시도”라고 말한다. 도시 경쟁력의 중심에 건축 디자인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세계는 지금 도시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으며, 몇몇 도시는 건축 디자인을 통해 세계적 도시로 발전한 사례도 있기에 이 말이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문화 콘텐츠 강화나 생태도시 지향을 통해 자연스럽게 도시의 가치를 높인 사례도 많다.

부산시가 세계적인 건축가를 초빙해 건축 디자인에 신경을 쓴 것은 이해할 만하다. 지역의 건축 공사 중 상당수가 공동주택으로, 삭막하고 획일적인 디자인이 도시 경관을 저해하고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부산시의 논리대로라면 외국의 유명한 건축가를 초빙해 도시경관을 개선하는 것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이는 외국의 유명 건축가와 굳이 컨소시엄까지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으로는 부족하다.

한편으로는 서글픈 생각마저 든다. 부산의 미래를 우리 스스로 만들어 내지 못하고, 외국 건축가에게 맡기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랄까. 특히 지역 건축가로선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실제로 지역의 한 건축가는 “왜 굳이 외국 건축가의 힘을 빌리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한다.

이번 기회에 지역 건축계는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오랫동안 타성에 젖어 현실에 안주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건설사가 시장 논리에만 집착해 주거 다양성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은 아닌지 성찰이 필요하다. 도시 행정도 마찬가지다. 장기적인 도시 비전 없이 근시안적으로 대응해 온 것은 아닌지, 싱가포르나 홍콩처럼 행정이 획일적인 아파트 설계를 막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반성해야 한다.

세계적인 건축가와의 컨소시엄은 분명 장점이 있다. 그러나 다양한 문제점도 수반된다. 지역 건축가의 역할 감소와 경쟁력 약화는 물론, 특별건축구역 인센티브가 자칫 오용될 경우 도시경관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지금 당장 도시 고층화가 문제인데, 왜 용적률을 20%나 더 주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고층화로 인한 경관훼손과 주변 조망과 일조간섭, 기존 사업지, 이후 개발지와의 형평성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적어도 이게 해결되어야 부산의 특별건축구역이 도시의 미래가 될 수 있다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외국 유명 건축가와의 컨소시엄은 부산 도시 건축을 일깨우는 ‘일회성 죽비’이어야지, 연례 행사처럼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부산 도시 건축의 먼 미래를 고려할 때, 이는 결코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 외국 건축가와의 컨소시엄 같은 단기 처방이 아니라, 지속 가능성을 염두에 둔 장기적인 처방을 더 고민해야 한다.

부산시가 외국 건축가들과의 컨소시엄을 통해 특별건축구역 사업지를 선정하는 것은 분명히 전략적 선택이다. 적어도 세계적인 건축가들을 초빙한 노력이 헛수고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번 참에 부산 도시 건축이 한 발짝 도약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순히 멋진 건축물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부산의 정체성을 반영한 창의적인 디자인이면서 소통의 공간을 제공하는 건축물을 조성하는 방안이 담겼으면 좋겠다. 소위 혼(魂), 창(創), 통(通) 말이다.

세계적인 건축가와의 컨소시엄을 통한 부산 특별건축구역의 혜택은 도시의 미래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정교한 계획과 균형 잡힌 실행이 함께해야 가능하다. 무엇보다 부산의 도시환경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지속 가능한 도시 개발을 위한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일에 부산시가 소홀하지 않기를 바란다. dosol@busan.com


정달식 논설위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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