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기술이 아니다”…이정후, MLB서 연일 맹타

변현철 기자 byunh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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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콘택트·타격 능력 과시
현지 언론·코치진 찬사 이어져
23일 13경기 연속 출루 대기록
한국인 데뷔 11경기 연속 안타

김하성은 이틀 연속 멀티 히트

이정후 선수. 연합뉴스 이정후 선수. 연합뉴스

‘바람의 손자’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한국 야구의 자존심’을 세워주며 연일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이정후는 25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 파크에서 뉴욕 메츠와 홈 경기 선발 출전 라인업에서 빠졌다. 휴식 차원에서 벤치를 덥히던 이정후는 6회초 수비 때 7번 타자 2루수 타이로 에스트라다를 대신해 중견수로 교체 출전해 볼넷 1개를 얻어냈다.

 6회말 첫 타석에서 중견수 뜬공으로 잡힌 이정후는 8회에는 메츠 우완 구원 투수 애덤 오타비노가 던진 몸쪽 낮은 싱커를 가까스로 피한 끝에 볼넷으로 1루를 밟았다. 싱커가 빠른 속도로 다리 쪽을 파고들자 이정후는 재빨리 엉덩이를 쭉 빼고 앞으로 넘어지며 공을 피했다.

 1타수 무안타로 경기를 마쳐 이정후의 시즌 타율은 0.269(93타수 25안타)로 약간 떨어졌다.

 샌프란시스코는 프란시스코 린도르에게 투런포 2방을 허용하는 등 홈런 3방을 맞고 2-8로 졌다.

 이정후는 25일 메츠전에서는 무안타에 그쳤지만 지난 23일 메츠전까지 뛰어난 타격 기술을 과시하며 13경기 연속 출루 행진을 이어갔다.

 그는 23일 메츠전에서 3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 1볼넷 1득점으로 활약했다.

 샌프란시스코가 2-0으로 앞선 3회말 무사 1루, 볼 카운트 2스트라이크로 몰린 상황에서 메츠 왼손 선발 투수 호세 킨타나의 시속 123㎞ 슬러브를 공략해 우전 안타를 쳤다.

 바깥쪽으로 달아나는 슬러브를 탁월한 배트 컨트롤로 맞혀내는 장면에 현지 중계진은 “완벽하게 제구된 공을 정타로 만들었다. 우리가 이정후에게 주목하는 이유”라고 감탄한 바 있다.

 이정후는 다음 날인 24일 메츠전에서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무안타에 그쳐 연속 경기 출루를 13경기에서 마감했다.

 그러나 한국인 메이저리거 최초로 MLB 데뷔 시즌에 11경기 연속 안타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정후는 22일 2타수 무안타 2사사구로 ‘연속 안타 행진’은 멈췄지만 지난 8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부터 시작한 연속 출루는 23일까지 13경기째 이어간 것이다.

 코리안 빅리거의 데뷔 시즌 최장 연속 경기 출루 기록은 2015년 강정호(당시 피츠버그 파이리츠)가 달성한 17경기다. 이정후는 강정호의 기록에 4경기 차로 다가서는 압도적 기량을 선보였다.

 이정후가 연일 맹타를 터뜨리자 미국 언론과 팀 코치진의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25일 “콘택트와 스피드, 즐거움을 느끼고 싶은가. 이정후가 당신의 지루함을 달래줄 치료제다”면서 “헛스윙이 없다. 샌프란시스코가 오랜만에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하나 건졌다”고 보도했다.

 MLB에서 통산 292홈런을 때린 샌프란시스코 팻 버렐 타격 코치도 “이정후의 콘택트를 보면 이 세상 기술이 아니다”며 “처음에는 잘 몰랐다. 지금 보니 모든 부분이 기대 이상이다. 스프링캠프 때 지켜봤다. 시즌에 들어가니 정말 편안해 보인다”고 칭찬했다.

 이어 “가르칠 것이 없다. 코칭이 불필요한 선수다. 그냥 편안하게 하고, 자기 루틴을 지키라고만 한다”면서 “나쁜 공을 쫓지 않는다. 우리 팀에 딱 맞는 선수다. 우리 홈구장에 정말 딱이다”고 강조했다.

 샌프란시스코 밥 멜빈 감독은 “처음 보는 투수들 아닌가. 만나는 투수마다 생소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정도 대응력이 나온다”면서 “정말 놀라운 일이다. 어떤 공에도 콘택트가 된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다”고 호평을 남겼다.

 이정후가 이처럼 MLB에서 각광받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삼진을 적게 당하고 볼넷을 많이 뽑아낸다는 점이다. 25일까지 나란히 9개씩을 기록한 그는 팀 내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가운데 삼진이 10개가 안 되는 유일한 선수다. 메이저리그 전체로 봐도 딱 4명밖에 없다.

 비결은 뛰어난 콘택트 능력이다. 웬만한 공은 다 맞힌다는 얘기다. 커트가 가능하니 삼진을 당하는 일이 별로 없다. 이정후는 “어릴 때부터 항상 콘택트를 생각했다. 모든 타구를 인플레이 타구로 만들고자 했다. 그 기술이 자연스럽게 몸에 밴 것 같다”고 설명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이정후가 경기 중에 티볼을 치는 것 같다. 올 시즌 375개 공을 봤다. 헛스윙이 딱 15개다”면서 “삼진율은 8.7%에 불과하다. 메이저리그 최고 수준으로 고약한 공도 커트할 수 있다. 21일 애리조나전에서는 5연속 파울을 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또 “헛스윙은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괴롭히는 전염병이다. 이정후가 치료제로 등장했다”며 “팬들은 타자가 삼진으로 돌아설 때 허무하다. 이정후는 그럴 일이 없다. 적응에 애를 먹을 것이라 했지만, 그럴 일 없다”고 전했다.

 한편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은 25일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의 쿠어스필드에서 콜로라도 로키스와 치른 원정 경기에 5번 타자 유격수로 출전해 4타수 2안타를 때리고 타점 2개를 수확했다. 2타점 결승 적시타를 포함해 이틀 연속 멀티 히트를 작성했다.

 김하성의 타율은 0.240(96타수 23안타)으로 올랐고, 타점은 15개로 늘었다.

 이날 샌디에이고는 5-2로 이겼다.





변현철 기자 byunh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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