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균 칼럼] 출산 가정에 대통령 축전과 선물을
논설실장
최근 의료대란 속 조산아 긴급 이송
구급대원·신생아·산모 박수받을 만
새 생명 탄생은 가정·지역·국가 경사
갓난아기는 이제 사회의 축복 대상
축전과 선물로 기쁨과 감동 안겨야
출산 친화 환경 조성 계기 만들기를
“대통령은 신생아와 산모에게 축전과 선물을 보내라.” 이는 칼럼 끝부분에서 강조하려는 결론이다. 서론을 시작하기 앞서 글의 형식을 파괴하며 이 같은 주장을 맨 먼저 꺼낸 까닭은 긴 내용을 꼼꼼하게 읽을 생각이나 여유가 없는 독자를 배려하기 위해서다. 게다가 요즘은 유튜브 쇼츠와 인스타그램 릴스 같은 짧은 SNS 숏폼 콘텐츠가 대세다. 그러므로 축전과 선물 얘기를 언급한 첫 문장만 보고도 의도를 알아챈 사람은 이 칼럼을 계속 읽지 않아도 괜찮다.
지난 1일 부산 기장군 모 동네의원. 배가 아파 이곳에 내원한 임신부가 갑자기 출산하면서 다급한 사태가 벌어졌다. 29주 만에 태어난 아기가 의식을 잃어가고 있었지만, 의원에선 손쓸 방도가 없어 큰 병원으로 신속히 옮겨야 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는 이송 과정에서 울지도 움직이지도 않는 조산아의 숨이 끊어지지 않게 응급 처치하는 데 온 힘을 쏟았다. 또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빨리 찾으려고 소방 당국과 긴밀한 연락을 주고받은 끝에 경남 양산부산대병원에 제때 도착할 수 있었다.
이처럼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간 날은 공휴일이자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계획에 반발한 전국 대형병원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고 집단행동에 들어간 지 10일째였다. 곳곳에서 입원과 수술, 진료가 거부되거나 연기돼 의료대란을 빚고 있었다. 이 와중에 발 빠르고 침착한 대처로 제 역할을 다해 목숨이 경각에 달린 조산아를 구한 소방과 구급대원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박수받아야 할 이는 또 있다. 이번에 위태로운 상태로 세상에 나와 현재 병원 인큐베이터에서 건강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신생아와 분만의 고통을 무릅쓰고 자식을 낳느라 수고한 애엄마가 바로 그들이다. 모두 축하받아 마땅하다. 수도권이든 비수도권이든 출산율이 급락해 국가 미래를 어둡게 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소중한 새 생명의 탄생은 한 가정은 물론 그 동네와 지역의 큰 기쁨이요, 나라의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이제 갓난아이는 국가적인 축복이 필요한 존재라고 하겠다. 출산 통증을 참아내고 경사를 만든 산모의 위대함에도 사회의 칭송이 자자해야 하는 건 당연할 테다.
한데, 지금까지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여성가족부 소속 고위 공직자는커녕 실무자가 출산 가정을 찾아 축하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다. 신생아 혹은 산모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냈을 리도 만무하다. 기껏해야 급격한 인구 감소 탓에 지역소멸 위기감에 전전긍긍하는 농촌에서 읍·면 공무원이나 마을 주민이 가끔 아기가 출생하면 조촐한 축하 이벤트를 마련하는 게 고작이다.
국가 재앙과 다를 바 없는 초저출생 현상에도 불구하고 일반 신생아와 산모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너무나 소홀하다. 이러니 기성세대보다 경제적으로 팍팍한 삶에 허덕이는 청년층이 어찌 애를 낳겠단 마음을 가지겠는가. 더구나 저소득층 젊은이들에게 2세 계획은 언감생심이다. ‘유전유자녀, 무전무자녀’란 신조어가 회자할 정도다. 가난을 대물림하기 싫은 데다 엄청난 산고가 겁나 아예 일찌감치 출산을 접었다는 부부가 늘고 있다고 한다. ‘인구절벽’이 닥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대적인 분위기 전환이 절실하다. 출산은 정부와 국민이 축복해야 할 국가의 경사이며 가문의 영광이라는 변화된 인식을 심고 확산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이 출산 장려의 절박함을 뼈저리게 느껴 직접 나서야 할 때다. 대규모 국제대회 등에서 국위를 선양하고 국민의 긍지를 드높인 스포츠 선수와 문화예술인에게 대통령 명의로 축전이 날아간다. 앞으로는 대통령이 출생아와 산모 한 명 한 명에게 의미를 부여한 축전을 보내도록 하자. “고생했다” “잘했다” “고맙다” “축하한다”는 최고 지도자 말은 출산의 기쁨을 배가하고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출산 부부는 살맛이 나 활력이 샘솟을 것이 분명하다. 축전은 아이가 건강하고 올바르게 자라는 데 동기 부여가 되지 싶다. 이를 위해 행정 당국과 산부인과를 둔 병의원이 연계할 경우 원활한 아동 관리와 함께 아동 학대·유기 방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대통령이 명절마다 각계각층 일부에 지역 특산물 위주로 전달하고 있는 선물을 출산 가정에도 적용할 일이다. 꽃다발, 대통령 기념 시계, 건강식품, 육아용품을 곁들이면 더욱 좋겠다. 명절 선물을 받는 대상 중에는 여권 지지자와 중산층 이상이 많아 다수 국민의 위화감과 소외감을 조장하는 측면이 있다. 이 부분을 개선해 출산이 있을 때마다 선물을 안긴다면 국민 통합에 도움이 될 것이다. 출산 가정을 위한 축전과 선물에 공을 들여 봄직하다. 이를 계기로 백약이 무효하고 겉치레가 많은 저출생 대응 정책이 출산 친화 기조를 조성하는 실효성 높은 대책들로 바뀌어 최악의 합계출산율을 끌어올리기를 바란다.
강병균 논설실장 kb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