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폭력 인권 침해 인정 국가 차원 배·보상 첫 언급
형제복지원 진실 규명 조사 결과
진화위 “아직 밝혀지지 않은 문제도 규명” 강조
형제복지원 사건 희생자들이 35년 만에 국가에 의해 피해자로 공식 인정되면서 피해 회복이 이뤄질지 관심이 쏠린다. 진실화해위원회도 정부에 피해자에 대한 배·보상을 하라는 권고를 했으나 관련 법률적 근거가 부족해 국가 차원의 피해자 배·보상은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진실화해위원회는 24일 형제복지원 인권침해사건에 대한 진실규명을 결정하면서 “국가는 형제복지원 강제수용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합당한 배·보상 조치 및 트라우마 치유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핵심 권고 사항을 내놨다. 국가 기관 차원에서 처음으로 형제복지원 사건 희생자와 피해자에 대한 배·보상을 언급한 것이다.
진실화해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진실규명 내용과 권고 사항 등을 담은 형제복지원 사건 종합보고서가 행정안전부와 보건복지부 등 정부 부처와 부산시에 전달될 예정이다. 이어 정부와 부산시 등 기관 간 형제복지원 피해자 배·보상 등 문제에 대한 피해회복 논의가 이뤄지게 된다. 하지만 진실화해위원회가 배·보상 권고를 내놨더라도 당장 국가에 의한 직접적인 배상과 보상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에 대한 배·보상을 하기 위해서는 근거 규정이 필요한데, 이와 관련한 ‘형제복지원 피해자 배상과 보상 특별법’ 등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실화해위원회 측도 당장 배·보상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정부와 부산시 등 관계 기관의 협의와 법안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진실화해위원회 관계자는 “향후 피해자 배·보상은 협의에 따른 정부의 몫이며 현재로서는 형제복지원 피해자에 대한 배·보상 지급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은 이번 조사로 국가가 국가 폭력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는 환영하지만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해외입양 피해 등 다른 문제점에 대한 규명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종선 형제복지원 피해자생존모임 대표는 “전무후무한 국가폭력의 진실이 규명돼 큰 의미가 있지만, 형제복지원에 의한 무차별적인 아동 해외입양 등 파생적인 문제점에 대해서도 조명될 필요가 있다”며 “당장 피해자들이 배·보상을 받을 수 없어 힘들어하는 처지인 만큼 국가폭력에 대한 피해보상 등 기준이 서둘러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이번 진실규명에서 드러나지 않은 피해 사례에 대해서도 조속히 조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정근식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진실규명에 포함되지 않은 사건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조사해 결과를 발표하겠다”며 “국가폭력에 의한 피해자와 가족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이들이 치유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국민들의 관심과 연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