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신춘문예-수필]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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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인생론, 사람 마음 사로잡아

김열규

오백 여 편의 응모 작품을 앞에 두고 '이걸 언제 다 읽지?' 하며 어안이 벙벙해졌다.

하지만, 응모자들로서는 최선을 다한, 주옥들이기에 그걸 읽어내는 일에 극도로 정성을 바쳐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을 하고 또 했다.

처음 몇 편을 읽다가 감이 잡히는 게 있었다. 문장이 이지러져 있고 문맥이 제대로 잡혀 있지 않은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그것들은 요컨대, 말이 안 되듯이 글이 안 된 작품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우선 그런 작품들을 추려내기로 했다.

꼼꼼히, 샅샅이 따지고 살피고 한끝에 모두 36편이 일차 예비 심사를 통과했다. 소재의 창의성과 그것을 다루는 시각을 따지는 한편으로 글 전체의 짜임새를 짚어 나간 결과, 간신히 다섯 편이 재심을 통과했다.

마지막 결심은 너무 힘겨웠다. 문장 하나하나를 마치 현미경 들여다보듯 했고 소재며 주제를 다루는 개성의 심도를 후벼 파듯 했다. 세 번씩이나 다섯 편을 서로 견주어 본 결과, 류현서의 '바디와 북'이 간신히 최종 결심에서 승리했다.

바디와 북에 견준 부부 사이의 인생론이 그 소재로나 주제로나 심사하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당선작이 못 되고 가작으로 그치고 만 것은 마음 아프다. 뽑은 사람의 욕심이 지나친 탓만은 아니라고 감히 자부하고 싶다. 심사위원 김열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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