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5일 게재…12월 15일까지
인권·민주주의 위해 명칭 폐지해야
유죄 후 기념물 조성 막는 법 필요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올라온 ‘전두환을 찬양하는 공원 폐지 및 관련 법률 제정 요청에 관한 청원’. 누리집 갈무리

고 전두환 전 대통령의 호를 따 이름 지어진 경남 합천군 ‘일해공원’ 지명을 해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올라왔다.

21일 합천군 시민단체인 ‘생명의 숲 되찾기 합천군민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에 따르면 11월 15일 ‘전두환을 찬양하는 공원 폐지 및 관련 법률 제정 요청에 관한 청원’이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게시됐다. 청원 동의 기간은 다음 달 15일까지며, 21일 오전 11시 기준 동의 수는 1900여 명이다.

청원의 취지는 중대한 범죄를 저질러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 사법부 유죄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한 기념사업과 기념물을 조성할 수 없도록 하는 법률을 제정하자는 것이다.

운동본부는 “전두환 정권은 국민의 인권을 유린하고, 민주주의를 억압한 최악의 정권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전두환을 찬양하는 공원이 존재하고 있다”며 공원 명칭 해지를 촉구했다.

일해공원 표지석. 20년 가까이 명칭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김현우 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이 친필로 쓴 표지석에 대한 불만도 드러냈다.

이들은 표지석에 ‘이 공원은 대한민국 제12대 전두환 대통령이 출생하신 자랑스러운 고장임을 후세에 영원히 기념하고자 대통령의 아호를 따서 일해공원으로 명명한다’는 글이 새겨져 있는 것을 두고 “전두환의 범죄를 미화하고 그의 독재를 정당화하는 것으로,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두환은 사망할 때까지 자신의 죄과에 대해 밝히지도, 사과하지도 않았다”며 “그의 범죄를 기억하고 독재를 비판해야 하지만 일해공원은 전두환의 분향소가 차려지는 등 그의 범죄를 미화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대한 범죄를 저질러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 사법부의 유죄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해 기념 사업과 기념물을 조성할 수 없도록 하는 법률을 제정해 달라”며 “국민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일해공원 폐지와 전두환 기념물 조성 금지 법률 제정에 함께해 달라”고 덧붙였다.

한편, 합천읍 황강변에 있는 일해공원은 2004년 조성 당시에는 ‘새천년 생명의 숲’이란 이름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전두환 전 대통령의 고향이 합천이라는 점을 이용해 대외적으로 합천을 알리겠다는 의도로 2007년 ‘일해공원’으로 명칭을 바꿨다. 이후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유족과 지역의 시민단체 등에서 공원 이름에 대해 반발하는 등 20년 가까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