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미사일 본토 타격에 러시아 ‘핵 공격’ 위협
우크라, 19일 러 향해 6발 발사
북한군 주둔지 아닌 접경지 노려
러시아, 곧장 ‘핵교리’ 재개정
비핵무장 국가에도 핵대응키로
우크라이나가 미국이 제공한 장거리 전술 탄도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로 결국 러시아 본토 타격을 감행, 1000일째를 맞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가 확전일로에 접어들게 됐다. 러시아는 핵무기 사용 조건을 완화해 우크라이나도 핵공격 대상으로 포함하는 ‘핵카드’로 맞불을 놨다.
러시아 국방부는 19일(현지 시간) 오전 3시 25분 우크라이나군이 접경지 브랸스크주에 에이태큼스 미사일 6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 방공시스템이 6발 중 5발을 격추했으며 나머지 1발에도 손상을 입혔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측은 성공적 공습이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가 북한군이 배치됐다고 알려진 쿠르스크를 겨냥해 에이태큼스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첫 공격은 브랸스크를 겨냥해 이뤄졌다.
공격의 성패를 떠나 이 공격은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장거리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한 첫 사례여서 주목된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을 이용한 러시아 본토 타격을 승인했다는 보도가 나온 지 이틀 만에 이뤄졌다. 미국 정부는 아직 승인 여부를 공식 확인하지 않았지만 이 승인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퇴임 전 우크라이나에 주는 ‘마지막 선물’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러시아가 자국 영토에 대한 나토 회원국의 미사일 공격은 나토의 직접 개입이라고 주장했던 만큼 이날 에이태큼스 발사로 우크라이나 사태는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공교롭게 러시아는 이날 핵무기 사용 조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새로운 핵교리(독트린)를 발표했다.
이번 개정에서 주목받는 부분은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은 비핵보유국에 의한 어떠한 공격도 공동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이다. 또 러시아와 동맹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에 ‘중대한 위협’을 주는 재래식 무기 공격에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미국이 장거리 미사일을 러시아 본토 공격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데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러시아와 함께 전 세계 핵탄두의 88%를 보유한 주요 핵보유국이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의 미사일을 사용하는 것은 동맹 국가가 러시아를 침략한 것으로 인정될 수 있다”며 “이 경우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나토의 주요 시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대량살상무기로 보복 공격을 할 권리가 있다”고 경고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