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미술 플랫폼·미래형 미술관 서둘러야” [부산문화 도약에서 비상으로]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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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시립·현대미술관의 변화

부산 대표 미술관 리모델링 진행
현대미술관, 환경 생태 중점 전략
시립미술관, 메타버스 운영 준비

뮤지엄 숍·편의시설 개편 시작
기획자 역량 키우는 시스템 필요
지역 예술인들 외국 진출 지원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남에게도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백범 김구 선생의 말이다. 예술이 모여 문화를 만들고, 그 문화가 도시 경쟁력이 된다. 부산시는 글로벌 문화 도시를 표방하며, 문화가 부산을 한 단계 도약하게 할 것으로 기대한다. 부산이 글로벌 문화 도시로 나가기 위해 어떤 대비를 해야 할지 앞으로 4주간 매주 분야별 전문가와 함께 현안과 미래를 모색해 본다.



부산현대미술관 강승완(왼쪽) 관장과 부산시립미술관 서진석 관장이 부산현대미술관 야외 벤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부산현대미술관 강승완(왼쪽) 관장과 부산시립미술관 서진석 관장이 부산현대미술관 야외 벤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부산의 대표 미술관인 시립미술관, 현대미술관은 큰 변화가 진행 중이다. 시립미술관은 문을 닫고 대대적인 리모델링에 들어갔고, 부산현대미술관은 올 상반기 1단계 정비를 마치고 2단계가 시작됐다. 두 미술관의 현안과 미래 전략, 글로벌 미술 도시 부산의 가능성에 대해 서진석 부산시립미술관장, 강승완 부산현대미술관장을 만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현재 미술관 현황과 리모델링 진행 상황은.

△강승완 관장(이하 강 관장)=부산현대미술관은 생태보호지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미술과 환경에 중점을 두었다. 지속가능한 미술관이 되기 위한 실천 과제를 만들고 실행 중이다. 우리 미술관의 ESG 실천 전략은 삼성 그룹을 비롯해 국내 주요 미술관의 실행을 이끌어냈다. 지난해 생태적 상상력, 상생과 협업, 환경 기후, 생태 문제를 중장기 과제로 세우고 이에 관한 전시를 이어 오고 있다. 올 상반기 1단계 리모델링을 끝냈다. 뮤지엄 숍은 전시와 실천이 함께 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했다. 친환경 상품을 소개하고 관련 전시도 진행 중이다. 작품을 재활용해 로비 카페를 꾸몄고, 미술관 로고를 정리해 브랜딩 작업도 성공적으로 끝났다. 부산현대미술관을 대표하는 정례전 2개를 시작한 것도 큰 성과이다.

△서진석 관장(이하 서 관장)=리모델링 공사는 2026년 상반기에 끝난다. 공사 목적은 2가지이다. 25년 된 건물을 보수하고 더불어 미래형 미술관의 하드웨어적 조건을 갖추는 것이다. 가변의 유동성, 경계의 해체성, 환경의 보존성(저탄소), 문화의 다변성이 주요 목표이다. 전시공간이 되었다가 창고가 될 수도 있고, 수평 수직 시야가 모두 해체된다. 안과 밖의 구분도 없어질 것이다. 작품을 바라보는 위치와 관점도 완전히 새롭게 될 것이다. 다양한 장르를 포용하는 문화 편집숍을 구상하고 있다.

△강 관장=현대미술에 있어 장르 구분은 없어졌다. 우리 미술관은 격년제로 ‘부산모카(MoCA) 시네 미디어’를 진행하고 있다. 미술관에서 영화라는 매체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 보여주고 있다. 내년부터 사진에 대해 깊이 있게 다가갈 계획이다. 미국 사진 전문기관에 부산현대미술관 큐레이터가 내년에 연수를 간다. 기획자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부산모카 시네미디어' 전시장 안에 만들어진 시네미디어 라운지. 영화 상영을 기다리는 대화의 공간인 동시에 미디어 작품 전시 공간이다.부산일보DB '부산모카 시네미디어' 전시장 안에 만들어진 시네미디어 라운지. 영화 상영을 기다리는 대화의 공간인 동시에 미디어 작품 전시 공간이다.부산일보DB

부산현대미술관의 어린이 대상 도슨트 프로그램. 부산일보DB 부산현대미술관의 어린이 대상 도슨트 프로그램. 부산일보DB

-미술은 어렵다는 인식이 있다. 시민에게 다가가기 위한 시도는.

△서 관장=지난 1년 동안 여러 곳에서 강의하며 시민을 직접 만났다. 부산시립미술관은 공사로 인해 문을 닫았지만, 12월 메타버스 미술관을 개관할 예정이다. 2억 원의 기술 지원을 받아 기존 온라인 미술관과 완전히 다른 시스템이 완성됐다. 전 세계에서 부산 미술관의 전시를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 부산시립미술관이 세계 그 어떤 미술관도 하지 않은 걸 보여주게 된다. 메타버스 전시관 계약과 저작권 등 세부적인 논의를 이미 시작했다.

△강 관장=부산현대미술관의 주요 관객층은 20대였다. 특화된 도슨트 프로그램을 개발해 어린이와 어르신을 위한 전시 해설을 진행했고, 포스트모던 어린이 전시도 열었다. 이제 많은 미술관이 큐알코드나 앱으로 안내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어르신 관객을 위해 종이 안내지를 제작했다. 이 안내지는 뮤지엄 숍 포장 봉투로 재활용된다. 시니어, 어린이 미술 체험 교육과 가족 대상 미술 교실도 인기가 많았다.


부산현대미술관 강승완 관장.이재찬 기자 chan@ 부산현대미술관 강승완 관장.이재찬 기자 chan@
부산시립미술관 서진석 관장. 이재찬 기자 chan@ 부산시립미술관 서진석 관장. 이재찬 기자 chan@

-앞으로 미술관이 어떻게 변하는가.

△강 관장=휴게 시설에 대한 요구가 많았다. 가장 큰 숙제였던 옥상 식당 건립이 큰 고비를 넘겼다. 생태보호구역 특성으로 인해 문화재 심의를 받아야 했는데, 우리가 낸 보완책을 인정받아 심의 없이 통과됐다. 붉은 낙조를 보며 야외에서 식사할 수 있는 특별한 체험이 더해질 것이다. 미술관은 현재까지 327점의 소장품을 수집했다. 소장품의 규모가 미술관의 힘이다. 소장품 수집 10개년 계획을 세웠으며 10년간 1000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 관장=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미래형 미술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구에 의해 기술된 것을 아시아적 주체성으로 선도할 수 있는 아시아 오픈 플랫폼 역할을 할 것이다. 전문성과 권위보다 공유의 장이 되어야 한다. 시대의 다양한 문제는 예술로서 치유할 수 있다. 치유 해결 대안 제시, 실천적 미술관, 소프트파워를 가지고 사회적 실천을 옮기는 미술관이 될 것이다.

△강 관장=기술 인간 자연이 수평적으로 공존하는 미술관이 될 것이며 장기 프로젝트로 실천 중이다.

△서 관장=내년부터 부산을 벗어나 서울 성곡미술관 전시, 해외 전시도 예정돼 있다. 부산의 작가들을 어떻게 글로벌화 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새로운 문화생태계를 만들 것이다. 큐레이터 멘토링과 해외 전시까지 이어 가야 한다.

△강 관장=뮤지엄의 정의가 변하고 있다. 포용성 다양성(장애 포함) 지속가능성, 지식 체험, 엔터테인먼트로서의 기능을 모두 고려하고 있다.


부산시립미술관 '2024 로비 콘서트-공간, 깊이 나누기' 공연 모습. 부산일보DB 부산시립미술관 '2024 로비 콘서트-공간, 깊이 나누기' 공연 모습. 부산일보DB

-시립미술관을 운영하며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

△강 관장=시의 미술관은 공무원 조직이면서도 동시에 창의적인 조직이 되어야 한다. 운영의 유연성이 확보되고 긴 호흡으로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거장을 섭외하기 위해 3, 4년 전부터 움직인다. 기관장이 바뀔 때마다, 대표가 달라질 때마다 흔들려서는 안 된다.

△서 관장=국적을 열어 외국인도 시 운영 미술관의 큐레이터로 일할 수 있어야 한다. 글로벌 섹터 사람들이 있다면 아시아 중심 미술관으로서 좀 더 원활하게 기능할 수 있다.

-부산이 글로벌 미술 도시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나. ‘퐁피두센터 부산 분관’(이하 퐁피두 부산)은 이런 점에서 도움이 될까

△서 관장=피난수도 부산은 지역주의와 개방주의 양가적 특징을 가진 유일한 도시이다. 포용성과 개방주의, 수평적 교류의 시대에 부산은 많은 가능성이 있다.

△강 관장=공립 미술관도 기획자를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 사람이 클 수 있는데 한계가 있는 공무원 조직을 탈피해, 시스템으로 기획자를 지원하면 좋은 전시가 탄생하고 부산은 주목받게 된다.

△서 관장=출생과 국적을 떠나 부산에서 작업하는 그 자체가 자랑이 되어야 한다. 뉴욕 출생이 아니라 뉴욕에 작업한다는 것이 자랑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강 관장=퐁피두 부산이 온다는 것이 글로벌 미술 도시를 보장하는 게 아니다. 퐁피두의 14만 점 소장품 중 알짜배기가 와야 하며 지역의 미술계와 교류해야 한다. 미술 전문가들로 구성된 준비 주체가 필요하다.

△서 관장=수입이 아니라 퐁피두 부산을 같이 만들어 간다는 관점으로 접근해 보자. 퐁피두 부산은 시가 건립했다는 공공성이 있기 때문에 사회에 영향력을 미치는 문화 콘텐츠를 창출하고 시민과 미술관이 소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산현대미술관 전경.부산일보DB 부산현대미술관 전경.부산일보DB

리모델링 공사 전 부산시립미술관 전경. '미래형 미술관'으로 거듭날 계획이다. 부산일보DB 리모델링 공사 전 부산시립미술관 전경. '미래형 미술관'으로 거듭날 계획이다. 부산일보DB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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