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징검다리] 폐지와 빈병 모으는 창수 씨
공장서 일하다 손가락 잃고
과도한 음주 탓 입·퇴원 반복
술 끊고 리어카 끌며 새 출발
바퀴벌레 없는 보금자리 절실
창수(가명·62) 씨의 방은 어둡고 습합니다. 방바닥과 벽에는 바퀴벌레들이 기어다닙니다. 매일 살충제 한 통을 다 뿌려도 해충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는 경남 거창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젊을 때 공장에서 일을 하다가 손가락 두 개를 잃었고, 장애인이 되었습니다. 과도한 음주의 부작용인지, 선천적인지 알 수 없으나 그는 경계선 지능에 있습니다. 남의 말을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으니 화를 냈고, 내 의사를 전달 할 수 없으니 억울함에 술만 마셔댔습니다. 고함을 치는 것으로 자신의 화와 억울함을 표출했기에 직장 생활도 인간관계도 좋았을 리 없습니다.
창수 씨는 술을 끊기 위해 몇 차례 병원 입퇴원을 반복했고, 먹고 살기 위해 지역을 옮겨 다니며 일자리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뭐 하나 쉬운 것이 없었고, 실패를 거듭하며 자포자기했습니다.
그는 줄줄이 7명의 여동생만 있는 집안에 장남으로 태어났고, 가족애와 책임감이 남달랐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동생의 도움에 기대 살 수밖에 없는 초라한 인생이었습니다.
5년 전 창수 씨는 여동생이 사는 마을로 이사를 했습니다. 보증금 없는 12만 원짜리 월세방을 구했습니다. 2년 전부터 술도 끊었고, 폐지 수집도 시작했습니다. 하루 종일 리어카를 끌며 폐지와 공병을 수집하고, 그렇게 버는 돈의 일부를 여동생들에게 1만 원씩, 3만 원씩 보내기도 합니다. 특히 시골집에 살고 있는 뇌성마비 막냇동생이 눈에 많이 밟힌다며 자주 눈물을 흘립니다.
창수 씨는 치아가 거의 없어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합니다. 하루 종일 햇빛 한 줌도 들지 않는 단칸방에 살고, 매일 벌레들과 사투를 벌이지만 괜찮다고 합니다. 이제 겨우 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오빠가 됐다며 통곡도 하고, 웃기도 합니다. 병을 팔아 모은 돈으로 얼마 전에 여동생에게 2만 원을 송금했다며 자랑합니다. 그를 살게 하는 힘이 동생들을 향한 애틋함인지 모르겠습니다.
예순이 넘어서야 겨우 제대로 된 인생을 살게 되었다는 창수 씨를 위한 보금자리가 필요합니다. 지붕에서 물이 새지 않는, 바퀴벌레와 모기가 득실대지 않는, 햇빛이 조금은 들어오는, 하수구에 물이 잘 내려가는, 한기에 몸을 떨지 않아도 되는 최소한의 인간다움을 유지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창수 씨의 집에서 동생들이 다 같이 모이는 그날이, 그에게는 최고의 날이 될 것임이 틀림없습니다.
△부산 강서구청 복지정책과 신혜영
△계좌번호 부산은행 315-13-000016-3 부산공동모금회 051-790-1400, 051-790-1415.
△공감기부(무료) 방법-부산은행 사회공헌홈페이지(www.happybnk.co.kr) 공감기부프로젝트 참여
QR코드를 스캔하면 댓글 게시판으로 이동하고 댓글 1건당 부산은행이 1000원을 기부합니다.
▣ 이렇게 됐습니다-지난달 25일 자 정은 씨
지난달 25일 자 ‘중학생 아들 지키고 싶은 정은 씨’의 사연에 후원자 91명이 483만 6046원을, BNK부산은행 공감클릭을 통해 300만 원을 모아 주셨습니다. 후원금은 의료비와 새로운 보금자리 마련을 위한 비용으로 사용할 예정입니다. 정은 씨는 “세 식구가 갈 곳이 없어질까 막막하기만 했는데, 3000명의 응원에 힘을 얻었고 사랑하는 아들과 언니와 함께 희망을 품게 됐다”면서 “도움 주신 분들의 따뜻한 마음과 관심을 잊지 않겠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정은 씨 가족이 미소를 지으며 우리의 이웃으로 함께할 날을 기대해 봅니다.
※TBN부산교통방송(94.9㎒)에서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 15분에 방송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