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하의 타임아웃] 부산이 놓친 인재들
스포츠부 기자
경남 김해시 일원에서 열린 제105회 전국체전이 지난달 17일 막을 내렸다. 부산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54개, 은메달 51개, 동메달 82개를 획득하며 8년 만에 종합 6위 자리를 탈환했다. 비인기 종목의 선전도 돋보였다. 육상에서는 10년 만에 금메달 5개를 포함한 최다 메달이 나왔다. 금메달 2개가 나온 복싱 또한 19년 만에 최고 점수를 기록했다. 조정의 약진 또한 눈부셨다. 부산 선수들은 은메달 4개와 동메달 3개를 획득하며 1296점으로 26년 만에 종목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런데 부산 조정 선수들의 여건을 들여다보면 이런 성과가 가능했다는 점이 놀랍기만 하다. 우선 부산에는 남자 엘리트 선수들이 활동할 수 있는 대학이 없다. 물론 국립부경대와 한국해양대 학생들이 조정 대회에 참가하고 있지만, 특기생을 받아 훈련시키는 게 아닌 동아리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실업팀으로 올라가면 상황은 더욱 참담해진다. 여자 선수들은 부산항만공사(BPA) 조정팀에서 운동을 계속할 수 있지만, 남자 선수들이 갈 수 있는 실업팀은 부산에 아예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부산에서 운동을 시작해 성장하면서 다른 지역으로 떠나야 하는 선수들도 있다. 남자 일반부 더블스컬에서 은메달을 딴 송재영-최윤성은 한국체대 소속이다. 한국체대는 서울에 있지만, 상무처럼 출신 지역을 대표해 선수로 출전할 수 있다. 엄궁중학교 재학 시절부터 조정을 했던 송재영과 최윤성은 이 때문에 부산 대표로 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 이들이 대학을 졸업하면 어떻게 될까? 계속 부산 대표로 남아 있을지 알 수 없다.
속이 쓰라린 사실도 하나 털어놔야겠다. 올해 대회 조정 일반부 에이트 경기에서 대전 대표로 출전해 금메달을 딴 이종하와 문종원(이상 한국수자원공사)은 부산 동아공고 출신이다. 게다가 남자 일반부 싱글스컬에서 금메달을 거머쥔 경북의 박현수(경북도청) 또한 동아공고에서 노를 잡았다. 마치 한국의 유망 선수가 다른 나라에 귀화해 외국 국기를 가슴에 달고 경기에 출전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부산시조정협회 김준모 사무국장은 “BPA 여자 조정팀의 조선형-김하영이 무타페어에서 은메달을, 경량급 더블스컬에서는 최수진-이수민이 값진 동메달을 부산에 안겼다”며 “부산의 한국해양진흥공사와 같은 공기업이 남자 조정 실업팀을 만들어준다면 남자 조정 인재들도 부산에서 성장할 기회를 잡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열악한 지역 환경 속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비인기 종목 선수들의 애환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정 종목에 특혜를 주자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의 노력과 성과를 반영해 지원한다면 형평성 논란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뛰어난 실력을 갖춘 부산 출신 선수들이 다른 지역 대표로 나서는 안타까움을 느낄 필요도 없음은 물론이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