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감사는 가장 아름다운 응답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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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독자여론부 선임기자

통일 염원·충무공 정신 계승 병영체험
부산국제장애인협의회 30회 행사 열려
장애인에 나들이·문화예술 체험 제공
행사 뒤 감사 편지 전달 뭉클한 감동

‘물고기보다 낚시법!’이란 슬로건으로 장애인들에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부산의 한 장애인 지원 단체가 얼마 전 의미 있는 행사를 치렀다. (사)부산국제장애인협의회(회장 강충걸)가 지난 10~12일 경남 진해 해군교육사령부에서 ‘제30주년 통일 염원과 충무공 이순신 장군 정신 계승 해군 병영 체험’을 연 것이다.

부산국제장애인협의회는 1991년 8월 한라산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소통과 화합, 남북통일을 기원하며 ‘장애인 통일염원 대행진’ 행사를 시작했다. 그 뒤 매년 백두산, 금강산, 설악산, 이순신 장군 유적지, 해군·해병대 등에서 행사를 이어왔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였던 2020년과 2021년에는 행사를 열지 못했고, 마침내 올해 30주년 행사를 했다. 민간단체가 공익성 있는 행사를 30년간 이어왔다는 것은 특기할 만한 일이다. 장애인들에게 소중한 나들이 기회를 제공하고, 문화예술 향유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도 이 행사의 미덕이다.

‘한라에서 백두까지’라는 슬로건으로 시작된 이 행사에서 항상 빠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 통일 염원을 위해 평화통일 결의문을 낭독하고 백두산의 물과 흙, 한라산의 물과 흙을 섞는 ‘합수합토제’를 거행한다는 점이다. 행사도 이순신 장군 유적지나 이순신 장군의 정신을 이어받은 해군과 해병대 등 상징적인 장소에서 연다. 최근 10년 내 행사 장소를 복기해 보니 2016년 해군사관학교, 2017년 경남 통영시 한산도, 2018년 경북 포항시 해병대 1사단, 2019년 전남 여수시 전라좌수영 유적지, 2022년 전남 해남군 전라우수영 유적지(명량대첩기념공원), 2023년 충남 아산시 현충사, 2024년 해군교육사령부 등이었다.

기자는 2017년부터 취재 또는 동행을 하며 매년 행사에 참여해 왔다. 특히 올해 행사에서는 ‘해군 병영 체험’이라는 진귀한 경험까지 하게 됐다. 행사에 참여한 장애인,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조함 실습, 소화방수 훈련을 체험했다. 장애인 참가자들의 표정에선 활기가 넘쳐 보였다. 이들이 행사 참여를 통해 협동, 단결, 희생, 인내와 충무공 정신을 배우고, ‘하면 된다’는 도전 정신과 용기, 자신감을 키워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행사 마지막 날 저녁에 펼쳐지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어울림 한마당대축제’는 멋진 하모니의 무대다. 올해는 해군교육사령부 군악대와 농악대 협연, (사)시읽는문화(이사장 김윤아)의 시극 ‘충무공 이순신’ 공연, 발달장애인 ‘이지투게더’ 합창단 공연, 청소년 극단 ‘하이파이브친구들’의 뮤지컬 공연, 사회복지법인 든솔 청년장애인 공연단의 태권도 시범 등이 있었다. 특히 초대 가수 서정아, 윤영아의 공연에서는 많은 참가자들이 무대 앞으로 나가서 흥겨운 춤을 추고 노래를 따라 불렀다.

행사에는 매년 400~500여 명의 장애인과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한다. 30회 행사까지 누적 참가자만 1만 8000여 명에 달한다. 다행히 행사 때마다 날씨가 좋았고, 단 한 번의 안전사고도 없었다고 한다. 강충걸 부산국제장애인협의회장은 이에 대해 “이건 기적이다. 하늘이 도왔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라고 했다. 30년간 행사를 굳건하게 이어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지역 상공인들의 지지와 후원이 있었다. 30주년 행사에도 부산상공회의소 양재생 회장, 부산금정로타리클럽(회장 박진규), 부산아동복지후원회(회장 이상규), 눈사랑안과의원(원장 전웅찬), (주)와이씨텍 박수관 회장, 당코리 이영재 회장, 원촌산업기계 하용일 대표이사, BCM커피머신백화점 고주복 대표 등이 힘을 보탰다고 한다.

이번 행사 뒤 부산 동구 초량동 부산국제장애인협의회 사무실에는 참가자들의 감사 편지가 답지했다. 이들은 편지를 통해 해군 장병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병영 체험을 통해 ‘할 수 있다’는 군인 정신을 배웠으며 전투수영, 조함 실습 등 새로운 경험을 해 좋았다는 반응이 많았다. 또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을 배우고 정신을 이어받겠다는 다짐도 있었다. 편지마다 행사 참여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듬뿍 담겨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강충걸 회장은 지난 4월 사진집 〈Thanks 365 이것 또한 감사하리라〉를 펴냈다. 자신이 대표를 맡고 있는 ‘영혼이 춤추는 도서관’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만든 책이다. 이순신 장군의 임진왜란 당시 23전 23승 불패 신화를 담은 해전지 사진 포함 240여 점과 감사와 관련된 365개의 명언이 실렸다. 사진작가인 주대선 H&J Company 대표가 사진을 촬영했으며, 도서출판 푸블리우스(대표 전민형)에서 펴냈다. 이 책에 실린 명언 중에 ‘감사는 가장 아름다운 응답입니다’가 인상적이었다. 30주년 행사 뒤 참가자들이 가장 아름다운 응답인 감사를 표하는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펼쳐질 행사도 기대가 된다.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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