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금아의 그림책방] 결실의 계절에…
콘텐츠관리팀 선임기자
“나도 내 차를 운전하고 싶어요.”
채인선·박현주 작가의 <내 차를 운전하기 위해서는>(논장)은 자기 인생을 시작하는 아이를 위한 책이다. 나의 차, 나의 운전을 인식한 아이에게 아빠는 “사람은 저마다 자기만의 차를 가지고 태어난다”고 말한다. 당장은 부모의 차에 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 엄마·아빠·아이 각자의 차가 겹쳐 있다는 것. 나중에 너만의 차를 몰고 세상에 나가야 한다는 것. 그날을 위해 지금 부모가 어떻게 운전하는지, 다른 차는 어떻게 다니는지, 교통신호 같은 사회 규범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고 배워야 한다고 알려준다. “지금은 바로 그걸 준비하는 때, 운전 연습을 하는 때야.”
세상으로 걸음을 내디딘 아이에게는 <다시 그려도 괜찮아>(씨드북)를 추천한다. 주인공은 누군가 미리 그려 놓은 선을 따라간다. 그 선 위에서 친구를 만나고 함께 즐거운 시간도 보낸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고 걷는 속도가 다르다. 주변 풍경을 감상하느라 잠시 멈출 수도 있고, 서두르다 선 밖으로 미끄러질 수도 있다. 앞서간 친구들과 떨어져 혼자 남을 수도 있지만 낙담할 필요는 없다. 씩씩하게 선 위에 다시 서는 주인공이 멋져 보인다. 여기에 더해 김주경 작가는 중요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하지만 끝까지 가지 않아도 괜찮아. 이건 단지 누군가 그려 놓은 선일 뿐이야.’ 네가 걸어갈 선을 스스로 다시 그려 보라는 말. 너만의 방식으로 새로 시작해도 된다는 격려. 진짜 ‘나의 것인 내 인생’은 여기서 시작한다.
그래도 가끔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재경 작가는 <작은 눈덩이의 꿈>(시공주니어)에서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계속 굴러가는 것’의 의미를 전한다. 작은 눈덩이가 큰 눈덩이를 만났다. 어떻게 그렇게 커졌냐는 질문에 큰 눈덩이는 “멈추지 않고 계속 굴렀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작은 눈덩이도 구르기 시작한다. 구르기가 단순한 것 같아도 쉽지 않다. 장애물도 피해야 하고 비탈길에서의 빠른 속도도 참아내야 한다. 내가 잘 가고 있는 것인가를 의심하던 작은 눈덩이에게 누군가 말을 건다. “어떻게 그렇게 크고 멋진 눈덩이가 될 수 있어요?” 작은 눈덩이는 어느새 큰 눈덩이가 되어 있었다.
결실과 수확의 계절에 열매가 맺고 여물 때까지의 과정에 대해 생각했다. 뚜벅뚜벅 자기 길을 가는 모든 시간, 모든 경험이 우리를 더 단단하고 빛나게 만든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