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이 보내는 건강 이상 신호, '이것' 보면 보입니다
대변, 1일 1~3회·형태 유지돼야 건강
식욕·컨디션 양호하면 변화 지켜봐야
일회성 아닌 지속적 구토, 질병 의심
설사·식욕 부진 등 동반한다면 위험
호흡수 50회 넘어가면 ‘응급 상황’
평소 호흡수·맥박수 기록하면 도움
말을 하지 못하는 반려동물은 아파도 표현할 수 없다. 통증이 있으면 오히려 숨기려 든다. 보호자가 반려동물의 건강에 이상이 생겼음을 인지하고 동물병원에 가더라도 이미 질병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도 더러 있다. 보호자들은 반려동물이 보내는 건강 이상 신호를 잘 알아채야 한다. 대변, 구토, 호흡수 등을 통해 가정에서도 반려동물의 건강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다.
■대변으로 건강 확인하기
'잘 싸는 것도 복이다'라는 말이 있듯 잘 먹고 잘 내보내기만 해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잘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내보내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반려동물의 대변은 보호자들이 눈으로 건강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물론 대변만으로 반려동물의 모든 질환을 진단하기는 어렵지만 비정상적인 변을 본다면 '건강에 문제가 있구나' 정도는 파악이 가능하다. 대변의 횟수, 묽기 정도, 색상 등으로 반려동물의 장 건강과 전신 건강을 알아볼 수 있다.
견종도 다르고 성향에 따라 실내, 혹은 실외 배변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정확한 양이나 횟수 정도를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1일 1~3회, 밝거나 짙은 갈색, 휴지로 잡았을 때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면 건강한 대변으로 본다. 만약 2일 이상 대변을 보지 않거나 딱딱한 변을 본다면 변비 가능성이 높다.
대변의 색상으로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도 있다. 먼저 대변의 바깥 부분에 혈액이 묻어 있는 혈액성 대변은 일반적으로 원위부 결장, 직장 병변이 의심된다. 변과 혈액이 섞여져 있다면 결장보다 상부 부위 출혈을 의심할 수 있다.
흑색변(석탄색)은 소화된 혈액에 의해 생기며 상부 소화기 출혈이나 혈액의 섭취(구강, 비인두 출혈)를 의심해 볼 수 있다. 변이 무르고 지방 성분을 가지고 있는 회색이나 지방변은 지방 소화 과정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변이 초록색을 띤다면 풀을 섭취했거나 쓸개나 소화 불량을 의심해 봐야 한다.
반려견의 대변에 묻어 있는 끈적한 점액은 대장 내벽을 촉촉하게 유지하기 위해 장에서 만들어내는 윤활제다. 대변이 윤기가 나는 정도라면 괜찮지만 심하게 끈적거릴 경우 알레르기, 기생충, 감염 등이 의심되니 동물병원에 데려가는 것이 좋다.
만약 변의 이상이 지속적이고 식욕 부진이나 구토, 활력의 변화가 동반된다면 병원에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식욕이나 활력 컨디션이 양호하면 1~2일 정도 변의 변화 양상을 지켜봐도 되지만 지속될 경우 동물병원을 방문해 원인을 찾아야 한다.
■구토와 설사·식욕 부진 동반시 위험
구토는 염증성 장 질환, 식이 알레르기, 이물로 인한 장폐색, 신장 기능부전, 췌장염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다. 만약 반려견이 구토를 했다면 형태나 횟수로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반려견이 노란색 위액을 토했다면 긴 공복으로 인한 공복토일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에는 일단 상태를 지켜봐도 된다. 그러나 2주 이상 지속되는 반복 구토 증세를 보인다면 다른 질병을 의심해야 한다. 혈액이 섞인 붉은색 구토나 담즙이 섞인 황색 또는 녹색 구토, 커피 과립처럼 흑갈색이나 흑색의 구토를 했다면 곧바로 동물병원에 내원해 진료를 받아야 한다.
반려견의 소화기관은 회복이 잘 되므로 급성 구토의 경우 잘 치유되는 편이지만 구토와 함께 식욕 부진, 설사, 배변 곤란, 음수량 증가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면 중증 상태일 가능성이 있다. 보호자는 구토 횟수와 기간 및 식욕 여부를 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구토물을 사진으로 찍어 두면 병원 진료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호흡수·맥박수 체크도 중요
호흡수와 맥박수도 반려동물의 건강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다. 호흡수는 흥분하거나 깨어 있으면 호흡이 일정치 못해 정확한 측정이 어렵다. 반려동물이 잠을 자고 있을 때와 같이 안정된 상태에서 진행해야 한다. 가슴과 복부의 움직임을 관찰할 때는 가슴이 올라갔다 내려온 횟수를 1회로 보고 1분 동안 몇 회의 호흡을 하는지 확인하면 된다. 1분이 길다면 15초 동안의 호흡수에 4를 곱하면 된다. 한 번 잴 때 2~3회 정도를 확인하고, 노령 동물은 매일 호흡수를 기록해 두면 질병을 빨리 발견할 수 있다.
정상적인 호흡수는 15~30회다. 만약 30회 이상의 호흡수가 2~3일 정도 지속된다면 동물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50회 이상이면 응급 상황이다. 반려동물의 호흡수가 증가하고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는 증상을 보인다면 폐수종 등 심장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
맥박수(심박수)도 마찬가지다. 반려동물이 편안한 상태에서 뒷다리의 허벅지 안쪽 대퇴동맥에 검지와 중지, 두 손가락을 가볍게 댄 후 1분 동안 맥박이 몇 번 뛰는지 확인한다. 15초 동안 맥박수를 잰 후 4를 곱해도 된다. 반려견은 80~120회, 반려묘는 120~140회가 정상 맥박수지만 품종, 크기, 나이별로 정상 맥박수가 다르다. 정확한 맥박수를 위해 2~3번 반복해서 잰 다음 평균값을 구하는 것이 좋다. 특히 반려동물이 건강한 상태일 때 맥박수를 확인해 정상 맥박수의 데이터를 갖고 있어야 향후 정상, 비정상을 판단할 수 있기에 한 달에 1번이라도 기록해 두는 것이 좋다.
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suvel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