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AI와 관광 일자리의 행복한 공생
김윤경 영산대 호텔경영학과 교수
얼마 전 가을비가 내리고 날이 선선해지면서 여기저기 행사에 참여할 일이 잦아졌다. 오랜만에 찾은 광안리해수욕장과 국제시장에서 많은 외국인이 부산을 구경하고 있음에 깜짝 놀랐다. 스마트폰과 관광 지도를 들고 음식점이나 상점, 특정 거리나 장소를 돌아보며 사진을 찍고 한국 음식을 먹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우리 영산대학에도 외국인 학생이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정 수업은 100%가 외국인 학생들인 경우도 많다. 외국인 학생들이 처음 들어왔을 때는 한국 학생들이 주인이고 외국인 학생들은 손님인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외국인 학생들이 후배도 생기고 커뮤니티도 생기니, 이제는 캠퍼스의 주인공으로 각종 학교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부산 관광지 곳곳 외국인 여행객 급증
영산대 외국인 학생이 60% 이상 차지
스마트폰 AI 번역 앱이 관광·학업 도움
관광 일자리도 AI·로봇과 공유 시대
항공업계 체크인 시스템 이미 무인화
과거 고집보다 기술 변화에 적응해야
올해 학기 초 학생들의 진로 설계와 취업 지원, 생활 멘토링을 해주는 18개의 부스가 설치된 행사가 교내 광장에서 열렸다. 참여한 외국인 학생들은 모두 스마트폰 번역 앱을 활용해 이 행사를 제대로 만끽하고 있었다. AI(인공지능) 기능이 강화된 번역기는 자동으로 언어를 감지하고 원하는 언어로 실시간 번역을 해준다. 학생들은 스마트폰만 있으면 캠퍼스 안뿐만 아니라 부산과 인근 지역, 서울과 해외까지도 마음껏 여행을 다닌다. 국제시장과 광안리를 즐기던 그 관광객들도 아마 번역 앱에 의지하며 부산 시내를 돌아다닐 것이다. 세상이 변해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이처럼 외국인 관광객 유입은 점점 많아질 텐데 관광 일자리는 어떻게 될까? 호텔 경영 전공인 우리 학과에도 한국 학생 비율이 급격히 줄면서, 늘어나는 관광 일자리에 보낼 한국 학생은 조만간 한계를 맞이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외국인들에 대한 비자 제도가 개선되고 외국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 연계 장기현장실습 사업도 시범적으로 시작되었다. 이것은 정부나 산업 쪽에서도 이러한 인구 변화에 따라 경제 인구 구성을 변화시켜야 함을 느끼고 있다는 증빙이다.
관광시장의 AI 인력 대체 문제가 언급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이었다. 식당에서는 테이블마다 마련된 미니 키오스크에서 주문하고 결제까지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었다. 로봇이 뜨거운 음식을 고객에게 주의까지 요청하며 테이블에 배달해 준다. 외식 산업체들은 높아진 시급 대신 자동화로 인건비 감축을 시도했고 드라마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키오스크를 이용하는 모습과 초등학생에게서 사용법을 배워 이용하는 모습을 보여 줄 정도로 이제는 전 국민이 어렵지 않게 키오스크를 이용하고 있다.
항공업계는 이미 팬데믹 이전부터 체크인 시스템을 키오스크화하고 안면 인식이나 지문인식을 통해 체크인 수속을 대행하고 있다. 항공을 비롯한 여행산업과 외식산업에는 기술 서비스가 자리 잡고 있지만, 아직 호텔산업은 숙박 예약이나 홍보, 일부 부대시설 외에는 크게 AI 기술 서비스가 느껴지는 부분은 없다. 최고의 인적 서비스가 호텔 객실과 함께 상품으로 판매되는 호텔시장은 편리함만을 강조한 AI 기능으로 인간이 주는 감동 서비스를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AI 로봇이 발전한다면 어떨까?
2018년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된 AI 로봇 소피아는 언뜻 보아도 로봇 같은 느낌이 많았지만, 2021년 소개된 소피아는 그동안 많은 발전이 있었음을 알 수 있을 정도로 표정과 표현이 세련되어져 있었다. 그것은 우리가 가장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AI인 ChatGPT를 사용해 보아도 알 수 있다. 명령자가 하는 실수나 오타를 스스로 알아서 해결하고 답을 해주고 제안까지 하며 선택을 요구한다. 통계학에서도 2018년은 아직 형상 분석에 대한 부분 연구가 미흡했지만, 지금은 AI 덕분에 형상 분석 분야도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2021년 소피아는 눈빛과 표정이 인간만큼이나 다양해졌고, 모두 형상 분석에 의한 인간의 감정에 따른 표정으로 연결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소피아가 호텔 종사자가 된다면 호텔산업에서도 AI를 통한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언어의 장벽을 없애고 더 이상 수급이 어려운 한국인 서비스맨을 고집하지 않고 외국인 서비스맨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물론, 업무 분장에서는 좀 더 철저히 구분되지 않을까 싶다.
이제 조만간 관광 서비스의 형태도 많이 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그 변화에 우리도 점점 익숙해질 것이다. 요즘은 과거만 고집해서 될 일이 아님을 사회적 변화를 통해 절감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태어난 세대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아날로그 세대는 불평보다는 이들과 어떻게 행복하게 공생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이 행복한 공생에는 AI 로봇도 함께할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