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1월 나들이 다녀와 열나면 '진드기 물림' 의심을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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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철 쯔쯔가무시증 주의보]

연간 6000명 걸리는 법정 감염병
유충 정점 추수·단풍철 환자 집중
물린 부위 딱지 '가피', 핵심 증상

경미한 경우 항생제 치료로 회복
예방 위해 긴 옷으로 노출 최소화
야외 활동력 알리면 진단에 도움

쯔쯔가무시증은 가을철에 감염 위험이 높다. 예방을 위해서는 진드기에 물리지 않는 게 필수다. 야외 활동을 할 때는 긴 옷과 긴 양말로 피부 노출을 최소화한다. 이미지투데이 쯔쯔가무시증은 가을철에 감염 위험이 높다. 예방을 위해서는 진드기에 물리지 않는 게 필수다. 야외 활동을 할 때는 긴 옷과 긴 양말로 피부 노출을 최소화한다. 이미지투데이

추석까지 이어진 긴 여름이 끝나고 마침내 가을이다. 맑고 청명한 날씨와 아름다운 풍경 속에 캠핑과 등산 같은 야외 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계절이다. 국내 전역에서 서식하는 털진드기를 매개로 하는 쯔쯔가무시증의 위험도 함께 높아진다. 속편한내과 장형하 원장은 "쯔쯔가무시증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예방과 조기 발견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초기 증상은 감기 몸살 비슷

쯔쯔가무시증은 1994년 3급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된 급성 열성 질환이다. 오리엔티아 쯔쯔가무시라는 세균에 감염된 털진드기 유충이 사람을 물면 그 미생물이 혈액과 림프액을 통해 전신에 퍼져서 발열과 혈관염 등 심각한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쯔쯔가무시증의 매개체인 털진드기는 알에서 성충까지 네 단계를 거치며 성장한다. 이 중 유충 단계에서 척추동물의 조직액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람을 만나면 사람이 호흡하는 냄새를 인지해 피부에 달라붙은 뒤 흡혈을 준비한다. 주로 팔, 다리, 머리, 목 등 노출 부위나 사타구니, 목덜미, 겨드랑이, 엉덩이 등 습한 부위를 물어서 체액을 빨아들일 때 유충 속에 있던 쯔쯔가무시균이 체내로 침투하면서 감염이 시작된다.

쯔쯔가무시증은 주로 가을철에 감염 위험이 가장 높다. 털진드기 성충이 여름에 낳은 알이 초가을에 부화하면서 10~11월에 유충 숫자가 정점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 시기 추수기와 단풍철이 겹치면서 사람이 진드기와 접촉할 확률도 높아진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쯔쯔가무시증 환자는 연간 6000명 안팎으로 지속적으로 발생했고, 전체 발생의 약 80%가 10월과 11월에 집중됐다.

쯔쯔가무시증은 약 1~3주의 잠복기를 거친 후 증상이 나타난다. 초기에는 발열, 오한, 두통 등 감기와 유사한 증상으로 시작되며, 이후 구토, 복통, 설사 등의 소화기 증상과 기침, 인후염, 근육통 같은 전신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전신에 발생하는 발진과 물린 부위에 생기는 동그란 딱지(가피)다. 발진은 보통 몸통에서 시작해 팔과 다리로 퍼지며, 가려움이나 통증이 없이 나타난다. 가피는 진드기에 물린 자국에 직경 5~20mm가량 크기로 형성되는 검은색 딱지로, 쯔쯔가무시증을 진단하는 핵심 단서가 된다.

진드기에 물린 자국에 형성되는 동그란 검은색 딱지(가피)는 쯔쯔가무시증 진단에 가장 중요한 증상이다. 질병관리청 제공 진드기에 물린 자국에 형성되는 동그란 검은색 딱지(가피)는 쯔쯔가무시증 진단에 가장 중요한 증상이다. 질병관리청 제공

■치료 시기 놓치면 합병증 위험

쯔쯔가무시증은 초기 증상을 단순한 감기 몸살로 착각해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쉽다. 특히 가을철에 비슷한 증상이 있다면 즉시 의료기관을 찾아 신속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병원에서는 환자의 임상 증상과 병력, 필요한 경우 혈액검사 결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쯔쯔가무시증을 진단한다.

사람 간 전염은 없기 때문에 별도로 격리를 할 필요는 없다. 치료는 주로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한 대증 요법과 함께 항생제 치료가 병행된다. 경미한 경우 5~7일간 치료로 충분히 회복될 수 있지만, 조기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중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중증이 되면 패혈증성 쇼크, 심부전, 신부전, 호흡 부전 등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고, 이러한 합병증은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쯔쯔가무시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진드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야외 활동을 할 때는 긴 옷과 긴 양말을 착용해 피부 노출을 최소화하고, 해충 기피제를 뿌리는 것이 도움이 된다. 풀숲에 옷을 벗어 놓지 않고, 앉아서 쉴 때는 돗자리를 사용한다. 야외 활동이 끝나면 옷을 잘 털어 즉시 세탁하고, 샤워할 때는 몸에 진드기에 물린 상처가 없는지 꼼꼼히 확인하면서 씻어야 한다.

속편한내과 장형하 원장은 "최근에 야외에서 풀과 잔디에 노출된 뒤에 감기나 독감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고 특히 몸에 동그란 딱지가 생겼다면 쯔쯔가무시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면서 "병원을 방문할 때 의료진에게 야외 활동 이력을 알려 주면 빠르고 정확한 진단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 원장은 이어 "쯔쯔가무시증은 작은 주의만으로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질환인 만큼 가을철에 건강을 지키면서 자연을 즐기기 위해서는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속편한내과 장형하 원장. 속편한내과 제공 속편한내과 장형하 원장. 속편한내과 제공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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