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하의 타임아웃] MZ 여성의 ‘야구 직관’ 이유
스포츠부 기자
지난 4일 오후 롯데 자이언츠와 KT 위즈와의 시즌 14차전 경기 시작 한 시간 전. 부산 사직구장에 들어선 관중 중에서도 MZ 세대 여성 팬들이 제법 많이 눈에 띄었다. 그들은 다채로운 롯데 유니폼을 입으며 롯데 사랑을 과시했다. 올 시즌 롯데 선수들이 착용 중인 유니폼부터 클래식 유니폼 ‘스머프’까지 기자가 이날 발견한 그들의 유니폼 종류만 5개가 넘었다.
5일 한국야구위원회(KBO) 통계를 보면 올 시즌 시작 이래 전국의 야구장을 찾은 관중 수는 지난해 810만 명을 훌쩍 넘어선 935만 6805명이다. 이 기세대로라면 ‘1000만 관중 시대’가 확실시된다. 롯데의 관중 동원 수 또한 지난해 89만 1745명에서 올해는 95만 명을 넘어섰다. 관중 수를 끌어올린 1등 공신은 MZ 세대 여성 팬들이 꼽힌다. 자연스럽게 그들이 야구장을 방문한 이유가 궁금해졌다.
직장 선배와 경기를 보러 온 이나경(21) 씨는 록 콘서트 같은 현장 분위기를 치켜세웠다. 특히 롯데 선수들이 등장할 때마다 응원가를 떼창할 때 스트레스를 확 날려버릴 수 있다는 게 현장 직관의 매력이라고 이 씨는 말했다.
이 씨 주변에는 롯데 유니폼을 입은 대학생 임지우(20) 씨와 친구 백진희(20) 씨가 경기 시작을 기다렸다. 두 사람 모두 올해 야구장을 처음 방문했다고 한다. 임 씨는 “숏 폼 플랫폼에 야구장 모습이 자주 떠 궁금하던 차에 친구 따라 사직구장에 와봤다”고 말했다. 백 씨는 “가족들 모두 롯데 팬이기 때문에 야구 규칙을 익히고 경기를 구경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전했다.
임 씨는 야구장을 찾는 또 다른 속사정을 털어놨다. “최근에는 극장 가격도 올랐고요, 아이돌 콘서트에도 가려면 10만~15만 원 정도는 줘야 해요. 야구장과 극장 가격이 비슷한데 같은 가격이라면 더 재미있는 곳을 찾는 거죠.”
임 씨의 말처럼 야구장의 매력을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 즉 ‘가심비’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다. 그동안 언론은 야구장을 찾는 MZ 세대 여성의 증가 이유에 대해 다양한 분석을 내놓았다. 특히 소셜미디어가 일상화된 젊은 여성의 관심을 끌기 위해 KBO와 각 구단이 펼친 다양한 소셜미디어 전략이 주효했다는 보도가 많았다. 하지만 이 같은 현상이 고물가 시대에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진 MZ 세대의 현실도 반영하고 있음을 깨달으니,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야구장에서 이들과 다양한 대화를 나눴지만 모두가 롯데의 가을야구 진출을 열망하고 있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롯데의 ‘찐 팬’을 자처하는 직장인 조지은(27) 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5등 안에 들기를 바라지만 못 들어도 괜찮습니다. 그저 열심히 하는 모습만 보여주시면 만족해요.”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