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기대 컷던 ‘나비부인’, 연출 부재 아쉬워 [부산문화 백스테이지]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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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오페라시즌 전막 오페라
“작품 수준 나쁘지 않다” 반응
“제작 방식 재검토 필요” 지적

오페라 '나비부인' 드레스 리허설 모습. 초초상 소프라노 조선형과 핑커톤 테너 박지민(오른쪽). 부산문화회관 제공 오페라 '나비부인' 드레스 리허설 모습. 초초상 소프라노 조선형과 핑커톤 테너 박지민(오른쪽). 부산문화회관 제공
오페라 '나비부인' 드레스 리허설 모습. 핑커톤 테너 양승엽과 초초상 소프라노 임경아(오른쪽). 부산문화회관 제공 오페라 '나비부인' 드레스 리허설 모습. 핑커톤 테너 양승엽과 초초상 소프라노 임경아(오른쪽). 부산문화회관 제공

제대로 된 오페라 한 편을 제작한다는 게 쉽지 않음을 다시 한번 절감했다. 부산시가 주최하고, (재)부산문화회관·금정문화회관이 공동 제작한 전막 오페라 ‘나비부인’ 이야기다. ‘2024 부산오페라시즌’을 맞아 지난달 31일과 이달 1일 이틀에 걸쳐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선보였다. 부산에서 연간 무대에 오르는 오페라 작품이 10여 편에 이르지만, 그중 전막 공연은 손꼽을 정도이다 보니 관객들의 기대도 어느 때보다 컸다. 더욱이 올해 오페라시즌 제작 발표회 때부터 ‘무대 세트도 못 만들고 싸게 빌려 오는 부산 오페라 현실’(부산일보 6월 20일 17면 보도)로 크게 질타를 받은 터라 실제 공연은 그 한계를 얼마나 극복했을지 궁금했다.

전반적인 작품 수준은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첫날과 둘째 날 두 공연을 모두 보거나 둘 중 하나를 본 관계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연출의 부재’를 언급했다.

오페라 '나비부인' 드레스 리허설 모습. 초초상 소프라노 조선형. 부산문화회관 제공 오페라 '나비부인' 드레스 리허설 모습. 초초상 소프라노 조선형. 부산문화회관 제공

이름을 밝히길 꺼린 음악인 A 씨는 “오페라 대본과 음악은 바꿀 수 없다 치더라도 연출로써 이를 커버해야 할 텐데 안 봐도 다음 장면이 그려질 정도였고, 무대는 기시감이 드는 게 설득력이 부족했다”고 밝혔다. 오페라인 B 씨는 “원작연출 정갑균이란 표기를 보며 김숙영 연출과 차이점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이것은 제작 발표회에서 나온 의문의 연장선”이라고 말했다. B 씨는 또 “조명은 너무 어두워 성악가들의 표정 연기를 볼 수 없었고, 무대 상·하수의 거대한 벽은 시종일관 답답함을 주었으며, 무대 연출에서 합창단과 주·조연의 동선이 무대 앞으로 쏠리면서 1막의 핑커톤과 초초상 대화는 너무나 산만했다”고 신랄하게 지적했다.

오페라 '나비부인' 드레스 리허설 모습. 초초상 소프라노 조선형(왼쪽)과 핑커톤 테너 박지민. 부산문화회관 제공 오페라 '나비부인' 드레스 리허설 모습. 초초상 소프라노 조선형(왼쪽)과 핑커톤 테너 박지민. 부산문화회관 제공
오페라 '나비부인' 드레스 리허설 모습. 테너 양승엽(왼쪽)과 바리톤 나현규. 부산문화회관 제공 오페라 '나비부인' 드레스 리허설 모습. 테너 양승엽(왼쪽)과 바리톤 나현규. 부산문화회관 제공

배역별로는 첫날 무대를 장식한 ‘초초상’의 소프라노 조선형은 전통의 강자를 뽐냈고, ‘핑커톤’의 테너 박지민은 ‘혈기 넘치는 미국인’으로 에너지가 넘쳤다. 둘째 날의 초초상 임경아는 한층 조심스러웠으며, 핑거톤의 양승엽은 당당했지만, 아쉬움이 남았다. ‘고로’의 테너 원유대는 첫날보다 둘째 날이 훨씬 편해 보였다. ‘스즈키’의 메조소프라노 신성희(첫날)와 김세린(둘째 날)은 호평이었다. 양승엽 외에 부산 성악가로는 둘째 날 ‘샤플레스’ 역의 바리톤 나현규가 안정적이었다. 또한 ‘본조’를 맡은 베이스 김정대·박순기, ‘케이트’의 메조소프라노 이지영은 역할이 크지 않고, 무난했다.

오페라 '나비부인' 드레스 리허설 모습. 초초상 소프라노 임경아와 핑커톤 테너 양승엽(오른쪽). 부산문화회관 제공 오페라 '나비부인' 드레스 리허설 모습. 초초상 소프라노 임경아와 핑커톤 테너 양승엽(오른쪽). 부산문화회관 제공
오페라 '나비부인' 드레스 리허설 모습. 스즈키 메조소프라노 신성희(맨 왼쪽)와 돌로레(가운데), 초초상 소프라노 조선형. 부산문화회관 제공 오페라 '나비부인' 드레스 리허설 모습. 스즈키 메조소프라노 신성희(맨 왼쪽)와 돌로레(가운데), 초초상 소프라노 조선형. 부산문화회관 제공

60대 부산 기업인 관객 C 씨는 “여주인공 초초상은 극에 따르면 열다섯 살의 게이샤였고, 2막에선 열여덟이 되는데 이를 소화하는 가수들은 40대 같아 보이는 게 도무지 극에 몰입할 수가 없었다”고 한탄해 오페라의 비주얼과 작품 내용이 맞지 않아 생기는 괴리감 문제는 어김없이 불거졌다. 이에 비해 클래식 애호가 D 씨는 “연극계에서는 시대에 맞춘 고전의 재해석을 통해 텍스트 자체를 수정하고 새로 쓰는 작업이 일반화됐지만, 오페라 분야는 변화가 어렵기 때문에 음악(오케스트라와 노래)과 연기 등에 충실해야 하는데…”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D 씨는 “바그너의 복잡한 오페라와 달리 푸치니의 ‘나비부인’은 아주 단순한 줄거리에다 중창도 많지 않지만 오래도록 사랑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며 음악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오페라 '나비부인' 드레스 리허설 모습. 지휘 이병욱(오른쪽 가운데). 부산문화회관 제공 오페라 '나비부인' 드레스 리허설 모습. 지휘 이병욱(오른쪽 가운데). 부산문화회관 제공

반면 백현주 작곡가는 “시즌 오케스트라라는 한계가 있었음에도 연주는 기대 이상이었다. 이병욱 지휘자가 컨트롤을 잘한 것 같다. 다만 시즌 합창단의 경우, 병풍처럼 만들어 버려서 안타까웠고, 결국 이런 것도 연출의 역량 때문 아니겠느냐”고 쓴소리를 했다. 이어 백 작곡가는 “지역의 테너 사정이 썩 좋은 편이 아닌 만큼 잘하는 사람을 데려와서 무대에 세우는 마음은 어느 정도 이해하면서도 비중이 크지 않은 역까지 서울에서 데려오는 건 주최 측의 성의 부족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첫날 공연을 관람한 (사)대한민국오페라단 신선섭 이사장은 “지역 성악가들은 서울에 비해 설 수 있는 무대가 적은 것도 사실”이라면서 “오페라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라도 다양한 무대가 마련돼 지역 성악가한테도 성장의 기회가 제공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금정문화회관의 콘서트 오페라 ‘사랑의 묘약’ 공연(9월 11~12일)까지 끝낸 뒤 종합 품평회 등을 해봐야 알겠지만, ‘클래식부산’이라는 별도 조직도 올해 새로 출범한 만큼 내년에는 직접 제작 방식을 포함한 여러 방면에서 다각도로 장단점을 비교한 뒤 부산 오페라시즌 개선을 포함한 전막·콘서트 오페라 제작 방침을 정하겠다”고 전했다. 어찌 됐든, 현재의 오페라 제작 방식을 심도 있게 재검토하는 건 불가피해졌다. 2027년 개관을 목표로 건립 중인 부산오페라하우스의 성공적 운영과 오페라 전문 인력 육성, 오페라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부산오페라시즌’의 당초 취지에 부합하는 좋은 방안을 찾기 바란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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