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제미니 협력'과 부산항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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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미 부산컨테이너터미널 영업본부장

다음 주면 9월로 올해도 이제 4개월을 남겨 두고 있다. 사사분기를 준비하며 올 한 해 결과를 돌아보고 내년 사업 계획을 수립하는 시기다. 그런데 올해와 내년은 글로벌 해운항만업계에 변수가 많아 추가 계획 수립이 쉽지 않다.

우선 올해 초 업계를 뒤흔들었던 이슈는 세계 2위 선사인 덴마크 머스크와 5위인 독일 하팍로이드가 체결한 글로벌 해운동맹 ‘제미니 협력’(Gemini Cooperation)의 출범이었다. ‘제미니 협력’은 당초 7월 15일 법적 효력이 발생될 예정이었으나, 7월 12일 미국 연방해상위원회(FMC)가 선사들에게 추가 정보 제출을 요구하며 협력의 시행에 제동을 거는 바람에 시장에 예측 불허성을 가중시켰다.

미국, 머스크·하팍로이드 동맹에 제동

글로벌 해운항만업계 예측 불허성 가중

부산항 9개 터미널 물량 구조 변화 변수

선사, 파트너 터미널 확보 '선택의 시간'

FMC의 조치로 내년 2월로 예정된 ‘제미니 협력’이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의견은 많지 않다. 두 선사가 필요한 상세를 해명하여 곧 추가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문제는 선사 얼라이언스 변화가 6개월 앞으로 다가오며 부산항 9개 터미널들의 중장기 사업 계획 시나리오가 보다 복잡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상반기 업계의 관심은 두 가지로 집중됐다. 우선 세계 1위 선사 얼라이언스 ‘2M’(머스크+MSC)이 ‘제미니 협력’으로 변화하면 부산항 전체 물동량의 증가와 감소, 어느 결과를 초래할 것인가이다. 이어 하팍로이드의 탈퇴가 우리나라 HMM이 소속된 ‘디얼라이언스’(The Alliance)의 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주목된다.

하반기에 들어 업계의 관심은 새로운 ‘협력’의 탄생이 현재 9개 터미널 간 계약 물량 구조에 어떠한 변화를 야기할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다. 변화는 위기와 기회를 양면으로 제공하기 때문이다.

업계의 주된 관심사는 다음 네 가지다. 소속이 변경되는 하팍로이드가 현재 ‘디얼라이언스’ 멤버로 이용하고 있는 신항 3·4부두를 떠나 머스크가 이용 중인 2부두로 이전할 것인지가 주목된다. 만약 이전한다면 물량을 유실할 3·4부두는 대안이 있을까. 또 스위스 MSC는 ‘2M’ 해체 후 2부두를 떠나 지분을 보유한 1부두로 이전할 것인지도 관심사다. 만약 MSC가 이전한다면 1부두는 연간 400만TEU 규모로 예상되는 MSC의 물량을 모두 처리할 수 있는지로 논의가 이어진다.

이러한 논의가 신항 몇몇 터미널에 기항하는 대형 선사들에 한정된다 생각하면 오산이다. 원양 노선들은 중소 규모 국적, 외국적 선사들의 아주역내, 한중일 피더 노선들과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어 대형 원양 선사들의 터미널 재편은 중소형 근해 선사들의 기항 터미널 결정에도 많은 영향을 초래한다. 특히 하반기에는 북항 자성대부두 운영사가 신감만부두로 이전할 예정이다. 기존 3개 터미널에서 현재 2개 터미널로 축소된 북항을 이용 중인 선사들이 신항으로 이전을 계획하는 경우 신항 동향 변화는 의사 결정에 주요 검토 요소이다.

기존 터미널 계약 갱신 또는 신규 터미널 계약 때 선사들의 우선 순위는 분명하다. 예를 들어 기존 얼라이언스들과의 차별성을 강조하며 그 시작을 알린 ‘제미니 협력’은 90% 정시성을 충분히 뒷받침할 수 있는 파트너 터미널을 찾을 것이다. 부산항 터미널에 지분을 투자한 MSC, 국적 HMM, 프랑스 CMACGM은 추가 터미널이 필요하다면 자가 터미널과 최대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파트너 터미널 검토에 집중할 것이다.

문제는 얼라이언스나 선사가 요청하는 물량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단일 터미널을 찾지 못할 경우다. 복수의 터미널과 계약을 체결해야 할 때 서비스 수준과 비용 측면의 최적 터미널 조합을 찾아야 한다. 터미널 이전 시기와 필요 시점이 맞아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이는 일반 가정이 이사를 할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사 경험이 많은 이들은 이사의 목적이 근무지 변경, 생활비 절감, 아이들 교육 개선 등 어느 쪽에 우선 순위가 있는지를 따져 조정이 가능한 항목은 빨리 조정하여 이사처를 확정할 것을 권한다. 이상적인 조합을 고집하다 보면 다른 이에게 이사처가 넘어가기 때문이다. 이사 시기 역시 이사 들어갈 일정을 우선 정하고 이사 나오는 일정을 정할 것을 권한다. 예상하지 못한 이사 일정에 맞추다 보면 선택의 폭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올해 또는 내년 터미널 이전 필요성을 검토하고 있는 선사에 올해와 내년은 선택의 시기다. 앞으로 중장기 파트너 터미널을 잘 확보한 사례와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했던 사례로 회자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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