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연의 도시 공감] 퐁피두, 공감의 도시문화로 전환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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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컬바이로컬 대표

퐁피두센터 분관 부산 이기대 추진
갖은 논란으로 사업 타당성 의문 자초
지역 문화 다양성 결합할 방법 찾아야

세계인의 축제인 파리 올림픽이 끝났다. 이번 올림픽은 문화 다양성과 탄소발자국, 지속 가능성 등의 키워드를 통해 과제와 가능성을 던진 대회로 평가되고 있다. 새롭게 건축하지 않고 기존의 공간을 활용해 서양 건축사 시간에 배웠던 르네상스 시대의 앵발리드 탑을 양궁 경기 내내 볼 수 있었다. 근대5종 경기에서는 베르사유 궁전 모습을 감상하면서 아이들에게 역사를 설명하는 계기가 되었다. 역사적인 장소뿐만 아니라 미래지향적인 파리라는 도시를 통해 과거와 현재, 미래의 시대적 정신을 담아냈다. 파리가 세계적인 이벤트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것처럼 부산의 도시 공간에서도 파리의 도시 정책과 거점 활용에 대한 내용이 연결되어 있다. 그것이 바로 15분 도시 퐁피두센터일 것이다.

15분 도시의 경우 여가, 쇼핑, 교육, 문화, 휴식, 공유 및 재사용 등 다양한 기능을 복합적으로 누릴 수 있는 자립적인 생활권으로 재편성을 주도하였다. 그리고 공공 공간인 도로와 광장, 학교를 주민을 위한 삶의 공간으로 전환하는 동시에 주민 중심 문화와 소통을 강조한다. 파리의 경우 일상에서 문화를 연결하는 플랫폼 형식으로 재편성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과 유사하게 소생활권 개념의 '부산형 n분 도시 사업'이 진행 중이다.

특히, 퐁피두센터는 1977년에 오픈한 복합문화공간이다. 지역재생 중에서 문화적 재생 사례의 성지로서 거점을 통한 지역 활성화를 모태로 건축과 도시를 전공하는 학생들이라면 무조건 방문해야 하는 코스 중에 하나이다. ‘대중을 위한 문화의 장소’로 건립된 퐁피두센터는 생마르탱 거리와 보부르 거리 사이에 경사진 광장을 지나다 보면 외관이 파이프로 노출된 괴상하게 생긴 건축물이다. 배낭여행으로 찾았던 퐁피두센터는 광장과 건축물을 따라 들어서다가 선명한 색채에 감탄하며, 공간 내부를 오르다 보면 자연스럽게 앙리 마티스, 마르셀 뒤샹, 잭슨 폴록의 작품들을 감상하고 개방형 도서관과 디자인 전시 및 관련된 서적들을 볼 수 있었다.

한참을 내부와 외부 공간을 보면서 건축이 가진 힘과 관계성에 대한 내용을 접하게 되었다. 당시 건축학도의 로망이었던 퐁피두센터가 ‘세계적인 미술관’ 계획 아래 부산에도 유치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대상지는 부산의 대표적인 자연경관지역으로 지역 주민들이 사랑하는 트래킹 장소인 부산 남구 이기대라는 뉴스를 접했다. 사업 초기에는 북항에서, 이제는 이기대로 장소가 변경되었으며 3차례에 걸쳐 계획이 수립 중이라고 한다. 중간에 모 기업에서 유치 경쟁에 끼어들어 이미 서울 63빌딩에 퐁피두센터 분관이 유치됨에 따라 사업의 힘이 빠졌으나, 2025년부터 퐁피두 분관 서울 4년간 유치 후 2030년부터 유치하는 계획 변경을 통해 추진 중이다.

시민단체에서는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첫 번째가 부산의 메가 이벤트가 대부분 동부산권역에 집중된 점에서 문화 불균형이다. 그리고 건설비를 포함한 로열티, 관리·운영 비용 문제, 인근 지역 대형주거지 인허가에 따른 공공성 훼손 문제 등 난개발 우려까지 제기했다. 세계적인 미술관이란 대표성을 가진 퐁피두센터가 오히려 시민의 공감대를 형성해야 함에도 과정의 투명성 문제와 대상지 주변의 이슈까지 겹치면서 논란이 되고 있는 셈이다. 결국 사업 타당성에 대한 의문까지 제기되고 말았다.

아마도 사업 초기에 입지타당성 및 다양한 장단점을 고려하여 계획을 수립했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과정 속에 시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적극적인 소통이 있었다면 세계적인 미술관이 부산 시민들에게 환영받지 않았을까. 건축계획각론에는 기획-계획-설계-시공이라는 단계적 추진 과정이 있다. 그중 기획은 예전에는 ‘초기 검토 정도’ 단계였으나, 현재는 하드웨어적 내용과 함께 사회·경제적 요소와 통계적 수치를 활용한 지속 가능성까지 반영하도록 한다. 그리고 사회적 실험을 통해 니즈와 가능성까지도 고려하여 기획 단계에서 했던 다양한 고민을 계획단계에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

퐁피두센터 본원이 지어진 지 약 50년 가까이 되어간다. 당시 퐁피두센터를 비롯하여 오르세미술관, 라빌레트 공원 등을 건립한 파리 전체가 문화 공간이자 창작 활동의 중심지 역할을 위한 활동이었다면 2024년 이후의 퐁피두센터는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향후 50년 동안 세계적인 미술관으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지역이 가진 다양한 문화 요소와 결합하는 방법과 부산만의 도시의 방향성에 따른 마스터플랜 아래 퐁피두의 역할을 제안해야 하지 않을까? 법적 프로세스와 하드웨어적 검토가 아닌 도시문화로서 내용을 채울 방법과 퐁피두센터가 결합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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