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콩가루 거제시의회, 민의는 안중에 없나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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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진 중서부경남본부 차장

경남 거제시의회가 어수선하다. 후반기 원 구성을 둘러싼 여야 간 극한 대치로 한 달 넘게 파행하더니 이젠 당내 집안싸움으로 사분오열하는 모양새다.

발단은 2년 전 ‘합의’다. 2022년 7월 1일 임기를 시작한 제9대 거제시의회는 전반기 의장단 선출을 놓고 출발부터 파열음을 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의석을 ‘8 대 8’로 양분한 탓이다. 이는 1991년 지방의회 출범 이후 처음이다. 의장 자리를 놓고 20일 넘게 갑론을박하던 여야는 여론의 따가운 눈총에 뒤늦게 접점을 찾았다. 양측 협상단은 ‘보도자료’를 통해 ‘전반기엔 여당이 의장과 운영위원장, 행정복지위원장을 맡고 후반기엔 야당이 의장과 상임위원장 2석을 맡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후반기를 앞두고 여당이 말을 바꿨다. 앞서 불미스러운 사건·사고에 연루된 여야 의원 2명이 탈당해 무소속이 된 상황에 합의대로 한다면 이들 2명의 권리를 박탈하게 된다는 핑계로 합의를 파기했다.

발끈한 야당은 약속 이행을 촉구하며 의사일정 전면 보이콧을 선언하고 장외투쟁에 돌입했다. 설상가상 당시 여당 의원들이 전·후반기 의장 독식을 위한 ‘이면 합의서’를 작성한 사실이 〈부산일보〉 보도를 통해 드러나면서 논쟁은 가열됐다.

이후 의장단 선출을 위한 임시회 본회의는 개의 직후 정회, 속개, 산회를 거듭하며 공전했다. 민주당 의원과 민주당 출신 무소속 김두호 의원 불참으로 ‘의결 정족수’에 미치지 못한 탓이다. 표결을 위해선 재적의원 과반인 9명 이상이 출석해야 한다. 국민의힘과 국민의힘 출신 무소속 양태석 의원을 합쳐도 1명이 부족했다.

팽팽하던 힘의 균형은 야권 균열로 깨졌다. 민주당과 거리를 두던 김두호 의원이 지난달 31일 오후 속개된 제9차 본회의에 전격 출석하면서 정족수가 채워졌다. 이 자리에서 4선인 국민의힘 신금자 의원이 의장에, 김두호 의원이 부의장에 당선됐다.

민주당은 “의회 민주주의를 파괴한 야만적인 폭거”라며 반발했다. 국민의힘과 손잡은 김두호 의원에겐 ‘배신자’ 낙인을 찍었다. 그러면서 “의장, 부의장을 사퇴하고 원점에서 다시 협상하지 않으면 민주당 시의원 전원은 모든 의사 일정을 거부하고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경고했다.

여당 분위기도 심상찮다. 시의회는 지난 1일과 2일 소관 상임위 배정과 위원장 선출을 위한 제10차, 11차 본회의를 소집했지만 이번엔 ‘의사 정족수’ 미달로 자동 산회했다. 의사 진행을 위해선 최소 6명이 필요한데 이틀 모두 국민의힘 신금자·김동수·김영규, 무소속 김두호·양태석 의원만 배석했다. 여당인 윤부원, 김선민, 정명희, 조대용 의원은 청가를 내고 불참했다. 이를 두고 앞선 의장 선거 앙금에다 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여당도 내홍에 빠진 것 아니냐는 추측과 함께 의회 정상화를 기약할 수 없게 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경남 18개 시군을 통틀어 여태 후반기 원 구성을 하지 못한 곳은 거제가 유일하다. 볼썽사나운 감투싸움을 바라보는 시민 시선이 고울 리 없다. 단언컨대, 민의를 저버린 이번 사태를 시민과 역사는 냉정히 기억하고 평가할 것이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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