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역대급 폭염에 안전사고 속출, 인명피해 더는 없어야
부울경 올해 처음으로 폭염경보 발효
휴식권·작업중지권 등 대책 마련 시급
전국 대부분 지역 기온이 35도를 넘나드는 등 ‘찜통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3일 부산 34.1도, 양산 39.3도, 합천 38.2도, 밀양 37.7도, 의령 37.5도, 김해 37.1도 등 부울경에서도 올해 들어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하고 있다. 양산으로서는 8월 역대 최고기온이다. 올여름은 7월 말부터 불볕더위가 이어지면서 한반도 역사상 최악의 무더운 여름으로 꼽힐 정도다. 부울경 전역에는 지난 2일 올해 처음으로 폭염경보가 발효됐다. 폭염경보는 체감온도가 35도 이상이 2일 이상 이어질 때 발효된다. 행정안전부는 2019년 이후 4년 만에 폭염 위기 경보 수준을 ‘심각’ 단계로 상향했다.
폭염은 시민의 생활은 물론이고 산업 현장에 치명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 지난 2일에는 울산 문수구장 온도가 50도까지 치솟으면서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 경기가 취소되기도 했다. KBO 출범 이후 폭염으로 인한 경기 취소는 처음이다. 산업 현장의 안전사고도 속출해 4일 부산 한 제강공장에서 1t 무게의 냉각 패널이 천장에서 떨어지면서 작업자 2명을 덮쳐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달 30일에는 60대 건설 근로자가 부산 연산동 건설 공사장에서 작업을 하다가 열사병 증세로 쓰러져 목숨을 잃었다. 기후 위기로 폭염이 일상화된 만큼 이런 일이 반복될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제는 자연 재난 대응 기준을 높여 대처해 인명피해가 없도록 할 시점이다.
실제로 폭염으로 인한 국내 온열질환자는 근래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불볕더위는 실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특히 위험해 방심했다가는 목숨을 잃기 십상이다. 지난해 부산에서 폭염특보가 발효된 날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고열로 쓰러져 숨지는 등 폭염 사망자가 32명에 이르렀을 정도다. 특히, 건설 현장은 공기를 맞추기 위해 한낮에도 작업을 강행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실정이다. 숨조차 내쉬기 힘든 찜통더위에서 건설·택배·청소·농사 등 햇볕과 열기에 무방비로 노출된 야외 작업 노동자는 열사병 등 안전사고에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열사병과 재난으로부터 현장 근로자를 보호하는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산업안전보건법엔 폭염 위험이 있을 때 휴식 조치 등을 권고하고 있지만, 의무 사항이 아니어서 현장에서는 제대로 실행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근로자 휴식권과 함께 작업중지권을 보장하도록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 폭염 대비 안전 체계를 모니터링하는 조치도 필요하다. 기업의 인식 전환도 동반되어야 한다. 근로자 의무 휴식권 등은 장기적으로 기업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기후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폭염과 폭우 등 가공할 자연재해 앞에 우리 사회와 노동 환경이 얼마나 안전한지 꼼꼼히 살펴봐야 할 때이다. 정부와 지자체, 기업, 노동계가 머리를 맞대고 이상기후에 대비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