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촬영소 ‘시작이 반’... 영화도시 부산, 남은 과제는?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대형 스튜디오 경쟁력 강화
실내 스튜디오, 특화 세트 확충
2단계 계획 실행으로 이어져야

부산촬영소 투시도. 영화진흥위원회 제공 부산촬영소 투시도. 영화진흥위원회 제공

부산촬영소가 18일 기공식과 함께 ‘첫 삽’을 뜨면서 부산을 진짜 ‘영화도시’로 나아가게 할 첫 단추가 끼워졌다. 이달 초 유네스코 창의도시 영화부문 의장으로 선정된 부산은 지금, 명실상부한 영화 도시로 발돋움할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이번 촬영소 건립이 공사비 상승 등의 이유로 당초 설계안의 절반 정도만 진행되는 데다 수도권 지역자치단체들이 촬영소 유치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부산이 보다 본격적으로 영화 자원을 확충·정비해야 장밋빛 미래를 그릴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부산촬영소 1단계 사업은 1000평, 650평, 450평 규모 실내 스튜디오 세 동, 소품·세트 제작을 위한 아트워크 시설, 제작지원 시설, 야외 스튜디오 등으로 구성된다. 1000평 규모의 실내 스튜디오는 정부가 운영하는 스튜디오 중 국내에서 가장 큰 대전 스튜디오 큐브(1136평)에 버금가는 크기다. 최근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인기로 국내 영화·영상물의 제작 규모가 커지면서 대형 세트 수요도 늘어 부산촬영소의 대형 스튜디오는 부산의 로케이션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영화·영상도시 부산’의 핵심 기반 시설이 될 부산촬영소 건립 착공식이 18일 오후 부산 기장군 장안읍 기장도예촌에서 열렸다. 부산촬영소가 들어설 기장군 장안읍 기장도예촌 일대 모습. 정종회 기자 jjh@ ‘영화·영상도시 부산’의 핵심 기반 시설이 될 부산촬영소 건립 착공식이 18일 오후 부산 기장군 장안읍 기장도예촌에서 열렸다. 부산촬영소가 들어설 기장군 장안읍 기장도예촌 일대 모습. 정종회 기자 jjh@

■특화 스튜디오 마련 시급

하지만 부산이 진정한 ‘영화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스튜디오 시설 부족 문제이다. 영화 촬영 스튜디오의 경우 이번에 새로 건립하는 촬영소를 제외하고 해운대구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에 위치한 508평·253평 규모 실내 스튜디오 2개 동이 전부다. 이마저도 각각 2000년대 초반 문을 열었기 때문에 다른 스튜디오에 비해 시설과 장비 면에서 뒤처진다는 지적이 많다. 또 부산촬영소가 부지 갈등과 시설 수정 등 여러 문제로 당초 계획보다 10년 정도 늦게 첫 삽을 뜨면서 인건비, 자재비, 공사비 상승의 이유로 시설의 절반 정도가 빠진 상황이다.

이 때문에 촬영소 부지에 버추얼(VFX) 스튜디오, 수중 촬영 스튜디오 등을 짓는 부산 영화촬영소 2단계 사업은 중요한 과제다. 실내 스튜디오와 후반 작업시설 등 영화 제작 과정 전반을 아우르는 시설이 시너지 효과를 내야만 영화업계의 ‘부산행’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수도권 지역자치단체들이 스튜디오 집적 단지와 특수 영상 등 관련 산업 육성에 발 빠르게 나서면서 부산만의 강화한 경쟁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대전과 인천, 경기도 고양시·파주시 등이 대형 실내 스튜디오와 수중 촬영이 가능한 아쿠아 스튜디오 등을 각각 건립해 영화 영상 촬영 유치에 힘쓰고 있다. 이에 부산은 내년부터 이뤄질 영화촬영소 2단계 계획에서 실내 스튜디오 추가 건립과 시대물 특화 세트 등을 마련해 규모와 희소성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인력 유출 방지 방안도 필요

장기적으로는 영화·영상 인력 유출을 방지할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부산은 영화 제작 과정 중 대부분이 로케이션 ‘촬영 단계’에 머물고, 촬영 전후 공정은 수도권에서 이뤄진다. 부산 영화·영상 산업에 종사하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지지 못해 산업 불균형이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영화 감독은 “영화 세트와 스튜디오 복합단지를 조성해야 영화 관계자와 인력도 흡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영화 ‘해운대’ ‘국제시장’ 등을 만든 윤제균 감독은 “영화 촬영소가 첫 삽을 뜨는 건 환영할만한 소식”이라며 “이번 착공을 시작으로 계속 발전적인 논의를 이어가서 부산이 진정한 영화도시로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