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초고령 도시의 해방구
박세익 플랫폼콘텐츠부 부장
전국적인 경쟁 이어지는 파크골프
대구 등지 비해 열악한 부산 환경
초고령사회 부산, 건강·활력 실마리
행복한 노년 위해 다 함께 노력해야
2015년 200명, 2017년 1700명, 2019년 5000명, 2024년 8000명.
그야말로 기하급수적이라 할 이 숫자들을 눈여겨보자. 부산시파크골프협회 회원 추이다. 328만 부산 인구에 비해 미미한 숫자일지 몰라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감안하면 파크골프 인구의 무서운 증가세가 확인된다. 동호인을 포함해 부산에서 파크골프를 즐기는 이들이 최소 2만 명 이상이며, 전국 동호인 수는 60만 명 이상이다.
파크골프를 고령층만을 위한 생활체육에 불과하다 여기면 곤란하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어 연령도 점점 젊어진다. 20~50대는 물론 손자, 손녀까지 3대가 파크골프를 즐기는 가족도 늘고 있다. 협회 최연소 회원은 13세다. 최근에는 실내 스크린파크골프도 등장했다.
1983년 일본 홋카이도에서 시작된 파크골프는 요즘 여러모로 주목받는다. 특히 야외에서 적당한 긴장감과 재미를 느끼며 40~120m 홀을 계속 걸으니 건강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36홀을 마치면 평지 잔디밭 위에서 3시간 가까이 대략 8000~1만 보를 걷게 된다.
골프에 비해 큰 비용도 들지 않는다. 최저 30만 원부터, 50만 원 안팎인 파크골프채 하나에 공과 파우치 등 기본 장비만 마련하면 된다.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구장 이용료는 모두 무료다. ‘친구’가 필요한 이들은 누군가를 만나 어울릴 수 있다. 네 명이 조를 맞춰 함께 시간을 보내는 파크골프 특성상 처음 보는 이들과도 자연스럽게 친분을 쌓게 된다. 전국 최고 수준 초고령사회인 부산에서 육체적, 정신적인 고립 문제를 해결할 열쇠다.
여러 분야에서 ‘부산이 뒤처진다’는 볼멘소리가 흘러나오는데, 파크골프 역시 예외가 아니다. 가장 큰 불만은 구장 부족과 공인구장 부재 이슈다. 부산에서는 2010년 낙동강변 삼락생태공원 4번 주차장 인근에 첫 9홀 파크골프 구장이 문을 열었다. 이때만 해도 파크골프를 아는 이들이 많지 않았다. 지금은 대저생태공원(54홀)과 화명생태공원(54홀), 삼락생태공원(3곳 72홀) 등 낙동강변에 시설이 집중돼 있다. 이곳에서 지난해 연인원 69만 6400여명이 파크골프를 즐겼다. 이외에도 기장군(6홀)과 사하구(9홀), 금정구(9홀) 등지에 소규모 파크골프장이 속속 조성됐다. 10월이면 대저생태공원 파크골프장은 90홀 규모로 확장된다.
그래도 ‘파크골프 성지’ 대구에 비하면 열악한 수준이다. 대구의 경우 대구시장이 파크골프에 애정을 가지고 무려 33곳에 675홀 규모의 파크골프장을 대거 조성했고, 대구 출신 선수들이 전국대회를 휩쓸 정도로 좋은 성적을 낸다. 부산의 11곳 249홀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굳이 따지자면 부산은 전국 17개 시도 협회 중 11~12위 정도다. 최소한 한 시간 가까이 대기해야 겨우 파크골프를 즐길 수 있어 ‘원정 파크골프’를 떠나는 게 현실이다.
아직 대한파크골프협회가 인증한 공인구장도 하나 없다. 코스와 페어웨이 면에서 전국 최고 수준이라 인정받는 삼락생태공원 구장은 화장실과 주차장 등 시설이 너무나 열악하다. 적정한 규모와 편의시설까지 갖춘 공인구장은 전국 규모 대회 개최를 위해 필요하다. 1000명 이상이 참가하는 전국대회는 지역 경제에도 큰 도움을 준다. 최근에야 강서구 대저생태공원 구장이 인증 절차를 시작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그렇다고 기반이 없는 것도 아니다. 부산에는 파크골프에 진심인 열혈 동호인들이 존재하고, 파크골프채 제조기업 ‘브라마파크골프(하나산업사)’ 등 산업적인 씨앗도 품고 있다.
결국 파크골프 활성화 여부는 단체장의 의지에 달렸다. 지금이라도 예산을 더 투입해 체계적으로 파크골프 시설을 확충하고 관리하면 된다. 반갑게도 최근 부산 기초지자체들이 파크골프장을 조성하려고 움직인다. 부산 남구는 파크골프장 건설을 검토 중이며, 영도구도 태종대 인근에 파크골프장을 개장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동구도 수정산에 파크골프장 조성을 확정했고, 해운대구는 해운대수목원에 18홀 규모 파크골파장 조성 예산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다. 사하구도 을숙도 등지에 파크골프장 증설을 준비 중이다. 부산일보도 이에 힘을 보태고자 지난 4월 부산시파크골프협회와 ‘파크골프 문화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덩치를 키우고 있는 파크골프는 초고령사회를 견딜 강력한 대책 중 하나다. 생활체육 영역을 넘어 국민 건강을 증진시키는 보건복지의 영역까지 종합적인 지원책을 내놓기에 지금이 딱 좋을 때다. 노인과 바다만 남았다고 자조할 게 아니라 활력 있는 최고의 노인복지 도시를 만드는 것, 시민이 행복한 삶을 누리도록 최선을 다해 돕는 것이 우리의 책무다.
박세익 기자 ru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