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세 플라스틱, 새 환경 오염원에 대한 우리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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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현 동의대 한의과대학 교수 항노화연구소 소장

플라스틱 입자는 해양환경 오염원으로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하게 알려져 있다. 매년 전 세계적으로 83억t 이상 생산되는 플라스틱은 폴리에틸렌, 폴리스티렌, 폴리프로필렌, 폴리염화비닐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환경 플라스틱 폐기물은 자외선, 풍화 산화 및 화학적 반응 등의 과정을 통하여 자연적으로 분해되면서 크기가 줄어든다. 해양에서 그들은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을 흡착하여 먹이사슬을 통해 다양한 생물체에 축적되어 유해성을 증대시킨다.

미세먼지처럼 플라스틱도 크기에 따라, 1㎛ 미만의 크기를 나노 플라스틱으로, 1㎛에서 5mm 까지의 크기를 미세 플라스틱으로 분류한다. 자연적 분해 현상 외에도 작은 플라스틱 입자는 의도적으로 생성되거나 플라스틱 포장과 같은 대형 합성 고분자 제품을 적절하게 폐기 및 처리되지 않을 때 생성된다. 이들은 음료, 식자재, 의류, 화장품을 포함한 일상 생활용품, 장난감 소재, 컴퓨터 디바이스 등에서 광범위하게 발견된다.

최근 미세 플라스틱의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인체 유해성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면 우리는 얼마나 많은 미세 플라스틱에 노출되어 있을까? 한 보고에 의하면, 섭취, 흡입, 피부 침투 등을 통해 인체에 흡수되는 미세 플라스틱의 양은 일주일에 신용카드 한 장에 해당하며, 한 달이면 칫솔 하나 크기의 미세 플라스틱을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플라스틱 제조 과정에서 더해지는 첨가제는 내분비 교란 물질로 작용하며, 양이온성 전하의 변형은 인지기능의 장애를 포함한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

본 연구실에서 수행된 최근 결과에 의하면 미세 플라스틱에 노출된 세포는 매우 빠른 속도로 미세 플라스틱을 흡수하여 다양한 기관의 조직에 축적되었다. 그에 따라, 세포 노화를 유발하고 근육의 분화를 억제하며, 지방간의 가속화 및 뼈 형성 억제 등과 같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뉴멕시코대학의 연구진에 의하면, 임산부의 태반에서도 미세 플라스틱 조각이 검출됐다. 비닐봉지 등에 사용되는 폴리에틸렌이 가장 많이 발견됐으며, 건설현장에서 주로 쓰이는 PVC와 나일론이 그 뒤를 이었다. 이탈리아 연구팀에서는 모유에서도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된다고 보고한 바 있어 신생아의 발달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음을 경고하였다.

우리나라의 일회용품 사용량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며,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음식 배달문화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우리나라의 플라스틱 재활용률(2021년 기준, 73%)은 세계(9%), EU 평균(32.5%)에 비하여 높은 편이라고 정부에서 발표하고 있지만, 이는 재활용 범위와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EU의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재활용률은 27%로 크게 떨어진다.

우리나라의 ‘탈 플라스틱’ 정책은 어떠한가? 여기서 그 문제를 하나하나 거론하지 않아도 오락가락하는 정책의 변화는 미세 플라스틱에 대한 경각심을 상실시키기에 충분하다. 지난해 6월 ‘미세 플라스틱 특별법’이 발의된 바 있지만 제대로 된 토의 한번 하지 못하고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다행스러운 소식 중의 하나가 오는 11월 부산에서 최초의 법적 구속력이 있는 ‘플라스틱 국제협약’을 제정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사회적 변화와 직결된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환경 오염원의 해결을 위해서는 당연히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다른 국가들과의 공조 하에서 이해관계가 첨예한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더욱 선행해야 할 일은 인체 유해성을 입증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기초 연구에도 더욱 박차를 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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