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부산 수돗물을 신뢰하나요
김양언 ㈜백화수산 대표
또 한여름, 수돗물 걱정 연례행사
낙동강 원수 수질, 서울과 큰 차이
‘맑은 물’ 환경 개선 일상 실천 중요
지난 주말은 여름 더위의 시작으로 24절기 중 열한 번째에 해당하는 절기인 소서였다. 소서는 ‘작은 더위’인데 이때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된다. 무더위엔 가장 생각나는 것이 시원한 물 한 잔이다.
물은 모든 생물에게 필수 자원으로 사람의 몸은 약 70%가 수분이라고 한다. 혈액의 92%가 물로 구성돼 있으며 뇌도 85%가 물로 돼 있다. 인체에 물이 충분하지 않으면 탈수로 인해 여러 질병이 생긴다. 사람이 물을 마시지 않으면 혈액의 94%를 이루는 혈장에 수분 공급 부족으로 농도가 짙어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혈전(피떡)’이 잘 생겨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이 일어나기 쉽다. 위생적인 물을 마시는 것이 우리의 건강에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하게 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먹는 물의 질이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여겨 먹는 물의 질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은 마시는 양도 중요하지만 질도 매우 중요하다.
무더위가 일찍 시작된 올해 여름에는 전국 지자체는 물론 부산, 경남 일부 지역의 식수원으로 사용되는 낙동강의 녹조에 대한 우려가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지난해에는 낙동강에 유독 물질이 검출되고 깔따구 등 유충이 발견돼 먹는 물의 안전성이 크게 위협받았다. 많은 시민은 1일 1식 정도만 정수기 물로 가정에서 요리하고 나머지는 거의 식당에서 먹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량으로 음식을 조리하는 식당은 거의 수돗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불신을 살 수 있는 수돗물에 시민들이 노출돼 있다.
수돗물 섭취는 특히 부산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부산 시민이 중상류에 오염원이 많은 낙동강 물을 먹고 있다는 사실을 부산 시민은 물론 경남 일대의 많은 주민들도 잘 모를 것이다. 낙동강 물이 발원지로부터 경북, 대구를 거쳐 510㎞를 흘러 내려오는 유역에는 무려 1만 7000여 개의 기업체와 수많은 축산 농가가 있다. 광주광역시 공공지원단이 서울시 등 전국 8개 특별·광역시 주민의 건강 수준을 비교·분석해 2021년 3월에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부산은 암 환자 발생이 1위였고 대구가 2위였다. 이는 낙동강 유역에 있는 주민들이 원수 수질이 좋지 않은 낙동강 물을 먹는 것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한다.
통계청이 2021년 11월 1일 공표한 ‘2020년 신생아 기대수명’을 보면 서울은 84.1세, 부산은 82.7세로 서울보다 1.4년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은 바다를 끼고 있어 수도권에 비해 공장 수도 적고 공기 질도 좋은데 악성 질환자는 부산이 가장 많다고 한다. 서울 등 수도권 거주자 2800만 명의 경우 팔당댐의 깨끗한 물을 식수로 공급받고 있다. 강원도와 충청북도 상류에서 흘러 내려오는 물을 공급받는데, 공단 하나 없고 축산 농가도 없다. 반면 낙동강으로 흘러드는 생활용수와 공장 폐수를 아무리 정수한다고 해도 낙동강 물은 수도권의 맑은 물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지난달 전국 취수원 중 최악의 수질 상태인 낙동강 유역에 맑고 안전한 상수원을 신속하게 확보하기 위한 ‘낙동강 유역 취수원 다변화 특별법(낙동강 특별법)’이 여야 공동으로 발의됐다. 특별법 제정을 통해 부산과 동부 경남 지역 주민들에게 각종 지원 사업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와 상생 기반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국제법상 인간의 기본권 중 하나가 안전하고 깨끗한 물을 마실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유엔은 안전한 물이 인종과 빈부를 넘어 모든 사람에게 적정 가격에 충분히 공급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기 위하여 매년 3월 22일을 ‘세계 물의 날’로 정했다. 유엔은 전 세계 22억 명이 안전한 식수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요소라고 했다.
세계의 대도시 중 맑은 물로 유명한 곳을 꼽자면 미국 뉴욕을 들 수 있다. 수돗물을 정수기 없이 마셔도 탈이 나지 않는다. 더 놀라운 사실은 뉴욕 시민들은 수돗물값을 내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일부 기업이나 저택 등엔 수도 요금을 받기는 하나 대부분의 가정은 하수도 정화 요금은 내도 상수도 요금을 내지 않는다. 이는 록펠러 덕택이다.
‘석유왕’ 록펠러는 반독점법으로 인해 그룹이 해체되었을 만큼 무자비한 방식의 경영으로 유명하지만 인생 후반부에는 자선 사업가로서 여생을 보냈다. 록펠러의 자선 활동 중 하나가 뉴욕의 상수도 건설이다. 록펠러는 가난하든 부자든 누구나 물을 마실 수 있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관련 시설을 뉴욕시에 기부했다. 고도로 산업화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오늘도 쓰고 버리는 물이 환경을 얼마나 오염시키는가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맑은 물을 위한 생활 속의 작은 실천이 중요하다. 바다로 흘러드는 낙동강 물이 오염되는 게 안타까워 필자의 시선을 강으로 돌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