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부산모빌리티쇼 살길은
제네바모터쇼 125년 만에 문닫아
자동차의 IT화 영향… CES가 더 각광
부산영화제 저력 모빌리티쇼에 모아야
부산시장, 해외 모터쇼·벤츠 찾아다녀야
세계 5대 모터쇼 중 하나인 제네바모터쇼가 참가업체 부진 등으로 125년 역사가 무색하게 문을 닫기로 했다. 다른 굵직한 모터쇼들도 전시규모, 관람객수 등이 예전같지 않다. 무엇보다 메이저 완성차 업체들이 참가를 꺼리고 있다.
이유는 여러가지다. 자동차가 전기차, 자율주행차, UAM(도심항공모빌리티) 등으로 진화하면서 신차나 콘셉트카 위주로 선보였던 모터쇼의 의미가 퇴색된 때문이다.
차량의 핵심인 엔진과 변속기의 중요성이 줄어들면서 자동차는 이제 레이더, 커넥티드 기능 등 전자장비를 포함한 IT와 배터리가 더 중요해졌다. 매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의 IT·가전 전시회 CES로 자동차 업체와 CEO들이 몰리고 있다.
여기에 신차 홍보수단이 예전에는 모터쇼가 최우선이었지만 이제는 유튜브 등 다양한 채널이 있다.
또한 부산의 경우 서울모빌리티쇼에 비해 비용 측면에서 차량 운송, 운영직원 숙박 등으로 돈이 훨씬 많이 들고, 유치원과 초등학생 견학코스로 오는 경우가 많아 관람객의 구매력이 떨어진다며 업체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 같은 모터쇼 기피 분위기 속에 행사 주최 측은 기존 이름 대신 ‘~모빌리티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서울과 부산 모두 모빌리티쇼가 뒤에 붙는다. 자동차 외에 UAM이나 자율주행차, 배터리 업체도 전시되고 있다.
부산모빌리티쇼의 경우 한때 100만 명 이상 관람객이 몰렸으나, 2016년 이후 관람객 감소가 역력하다. 올해 행사 기간중에는 부산수제맥주페스티벌과 함께 캠핑카와 요트 등을 전시하는 부스도 마련했다. 관람객 유치를 위해 자존심도 버린 듯하다.
지난주 찾은 부산모빌리티쇼 무대인 해운대구 벡스코는 썰렁한 분위기였다. 국내에서 차를 팔고 있는 국산차와 수입차 브랜드가 30개가 넘는데 이번에 이름을 올린 완성차 업체는 현대차와 기아, 제네시스, 르노코리아, BMW, 미니 6개뿐이었다. 국내 시장 점유율로 따지면 현대차그룹이 있어서 80%가 넘지만 모터쇼가 다양한 신차와 콘셉트카를 보여주는 무대라면 형편없다. 2년후 현대차그룹이나 BMW그룹 가운데 한 곳이 빠지면 앞으로 부산모빌리티쇼가 개최하기 힘들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부산은 척박한 환경에서도 부산국제영화제를 아시아 최대 영화제로 키운 역량과 잠재력이 있다. 한국이 중국이나 일본, 인도와 비교해 인구와 영화시장 규모에서 작지만 영화제로는 아시아에서 부산이 최고가 됐다. 물론 영화인들과 부산시민들의 노력도 있었지만 김동호 전 집행위원장처럼 1996년부터 2010년까지 온몸을 바친 인물도 있기에 가능했다. 공무원 출신으로서 영화인 못지 않은 영화 사랑과 친화력 등으로 부산영화제를 ‘글로벌 반열’에 올렸다. 해외 소도시에서 열리는 작은 영화제를 배낭하나 매고 찾아다니면서 부산영화제를 알렸고, 한국에 오는 영화인들을 70이 넘는 고령에도 자갈치와 해운대에서 밤새워가며 어울린 덕분이다. 예전에 부산영화제를 찾은 가수 조영남 씨는 “문화 삼류도시가 일류도시로 바뀌었다”며 바뀐 부산을 극찬하기도 했다.
부산모빌리티쇼는 부산영화제보다 5년 뒤인 2001년 출범했다. 올해로 24년째이지만 부산영화제 위상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아시아 최대는커녕 국내 최대도 되지 못한 때문이다. 행사를 주도하는 부산시(주최)와 벡스코(총괄주관)가 서울 언론을 대상으로 가졌던 오프라인 설명회도 2년전부터 사라졌다. 부산시장은 모빌리티쇼 주최 기관장이지만 행사 유치를 위해 눈에 띄는 활동도 보이지 않는다. 부산모빌리티쇼를 둘러싸고 ‘모터쇼가 위축돼가는 시대적 조류에서 어쩔 수 없다’는 체념론이 팽배해 있는 듯하다.
인근 대구는 모터쇼라고 하기도 애매한 대구미래모빌리티엑스포가 열린다. 하지만 내용 면에선 모터쇼 못지 않다. 단순 이동 수단은 물론이고, 첨단기술의 융복합, 전기차, 자율주행, UAM 등으로 전시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매년 가을에 열리는 행사를 갈때마다 규모가 커져 가는 느낌을 받는다. 지난해 역대 최대규모로 열렸고, 각종 포럼과 세미나도 활발한 모습이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대구미래모빌리티엑스포를 한국판 CES로 만들겠다”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반면 벡스코 측은 “모빌리티쇼 예산이 줄어들었다”며 울상이다. 시장의 의지에 따라 행사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부산시장이든 벡스코 사장이든 2년후 부산모빌리티쇼를 위해 지금부터라도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본사이든 파리모터쇼든 찾아다녀야 하지 않을까. 일단 서울모빌리티쇼부터 질적·양적으로 넘어서는 목표를 세웠으면 한다.
배동진 서울경제부장 djbae@busan.com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