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일기] '월드 오브 커피 부산'이 남긴 것
조영미 사회부 기자
부산은 ‘커피도시’다. 지난 1~4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24 월드 오브 커피&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 부산’을 취재하며 더욱 확신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전 세계 72개국 281개사가 참가했다. 해외 바이어 5123명, 국내외 바이어를 합치면 1만 5844명이 찾았고,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세계 최대 커피산업 전문 전시회가 부산에서 열렸다는 사실만으로도 부산 커피산업 종사자는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부산을 잘 몰랐던 전 세계 커피산업 종사자는 부산 어디에서나 훌륭한 커피를 즐길 수 있고 커피와 문화, 관광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점을 놀라워했다.
전 세계에서 ‘커피도시’라고 불리는 곳은 한 가지 측면만 발달한 경우가 많다.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리 카페 문화가 발달한 호주 멜버른, 생두 유통이 세계 최대 규모인 벨기에 앤트워프, 커피 생산량이 세계 최대인 브라질이 그렇다. 하지만 부산은 커피 생산을 제외한 모든 과정이 발달한 세계적으로도 거의 유일한 커피도시다.
부산이 왜 커피도시냐고 묻는 사람이 많다. 카페가 많다고 커피도시가 아니지 않느냐는 질문이 날아온다. 그때마다 부산이 갖춘 천혜의 조건을 알려준다.
익히 잘 알려져 있듯 한국에서 유통되는 생두의 90% 이상이 부산항을 통해 들어온다. 부산항은 한국의 커피 허브다. 부산이 커피를 가장 빠르게 접했다는 사실을 추측할 수 있는 역사 기록도 있다. 부산해관(현 부산세관) 감리서 서기관이었던 민건호가 남긴 일기 〈해은일록〉의 1884년 기록은 지금까지 발견된 한국인 최초의 커피 음용 기록이다.
‘월드 오브 커피&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 유치에 뜻을 모은 부산 커피인의 열정도 빼놓을 수 없다. 부산시와 전시회를 공동 주최한 스페셜티 커피협회(SCA) 관계자는 “커피도시로 마케팅하려는 지자체가 많아졌다”며 “하지만 부산만큼 커피도시라고 부를만한 조건을 갖춘 곳도 없고 커피대회나 행사를 개최하면 부산 커피인들은 자신의 이익보다 부산을 커피도시로 만들어 나가자는 열망 하나만으로 힘을 합친다”고 설명했다.
2021년 ‘부산은 커피도시다’로 처음 커피산업 취재를 시작했을 때도 부산 커피인들의 열정과 이타심에 영향을 받았다. 지금까지 부산의 커피산업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이유다.
이번 전시회는 타 업계 종사자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전시 컨벤션 기획 기업인 마이스부산 강석호 대표는 “부산에서 국제적인 수준의 부스를 만날 수 있는 드문 기회였다”며 “관이 주도하는 행사 운영이나 유치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으로도 민관이 협력해 부산 산업과 잘 맞는 국제행사를 기획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부산은 누가 뭐라 해도 커피도시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