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태의 요가로 세상보기] 109. 회전목마가 되어 보는 만다라(mandala) 자세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시연 최진태 시연 최진태

만다라는 고대 인도어인 산스크리트어로 원과 중심·바퀴·고리·궤도 등을 의미한다. 위아래, 시작과 끝이 없는 원의 형태인 만다라는 끝없이 돌고 도는 윤회, 거부할 수 없는 생의 질서 등을 상징한다. 어원상으로는 본질·진수(眞髓)를 뜻하는 ‘manda’와 소유·변화를 의미하는 접속 어미 ‘la’로 마음속의 중심과 본질에 가까워지고 참된 마음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만다라는 정신적인 깨달음을 지향하는, 심리적으로 성장을 지원하는 장소로 일종의 내면세계의 지도라 할 수 있으며, 수행자가 명상을 통하여 우주의 핵심과 합일하고자 하는 깨달음의 안내도와 마음을 형상화한 것이다. 중심과 본질을 얻어 마음속의 참됨을 갖게 되는 수행의 한 방법이라 할 것이다.

사실 만다라는 밀교에서 발달한 상징의 형식을 그림으로 나타낸 불화(佛畵)다.

신성한 단(壇, 성역)에 부처와 보살을 배치한 그림으로 우주의 진리를 표현한 것이다. 깨달음의 경지를 도형화했다. 그래서 윤원구족(輪圓具足)으로 번역한다. 윤원구족이란, 낱낱의 살이 속 바퀴 축에 모여 둥근 수레바퀴를 이루듯, 모든 법을 원만히 다 갖추어 모자람이 없다는 뜻으로 쓰인다.

주로 힌두교나 밀교의 종교적 수행 시에 수행을 보조하는 용도로 사용되었고, 정해진 양식 또는 규범에 따라 그려진 도형을 가리킨다. 힌두교의 얀트라(yantra)는 이러한 도형에 해당하는데, 만다라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만다라로는 스리 얀트라(sri yantra)가 있다.

“만다라는 명상을 위한 지지물로도 기여한다. 요가행자는 산란심이나 유혹에 대한 하나의 방어물로 만다라를 이용한다. 만다라는 한 점으로 집중하여 명상하는 요가행자를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보호한다. 상념적으로 만다라에 진입함으로써 요가행자는 자기 자신의 중심에 접근하게 된다.”(엘리아데)

만다라는 종교적인 의미에만 그치지 않는다. 심리학자 카를 구스타프 융에 의해 심리치료의 방법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인간의 무의식에 지대한 관심이 있던 융은 서구 문화에서 최초로 만다라의 우주적 영적 의미를 발견했다. 그는 만다라가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매일 만다라를 그리면서 치유의 경험을 하게 된다. 만다라가 인간의 내적 세계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것을 알게 됨으로써 만다라를 의식적으로 그리게 되었으며 환자들에게도 치료 과정의 일환으로 만다라를 그리게 하였다.

하나의 중심을 둘러싸고 순환하는 원형이나 정사각형 모양으로 만다라의 기본 형태가 불교뿐 아니라 전 세계 어디서든 나타나고 있다.

원은 내면을 보호하고자 하는 인간의 심리적 경계이다. 원을 기본으로 하는 삼각, 사각, 십자가, 동물 등의 형태는 인간의 무의식을 반영한다. 만다라의 형태는 한국의 전통 문양(단청), 멕시코의 아즈텍 달력, 심지어 기독교 그림에서도 나타나는데, 전혀 접점이 없는 문화임에도 세계 각지에서 공통적인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특이하다.

만다라의 가장 큰 매력은 언뜻 보기에는, 아주 복잡한 패턴들로 이루어져 있으나 가장 단순한 패턴들을 쌓아 올림으로써 만들어지는 문양들의 합이라는 것이다. 또 만다라를 그리려면 중앙에서 바깥으로 뻗어 나가는 작업이 필요한데, 이와 같은 과정은 자연스럽게 인간의 내면과 무의식을 표출하게 한다고 말한다. 만다라의 가장자리는 ‘불로 된 울타리’로 되어 있는데, 이것은 비입문자의 접근을 막음과 동시에 무지를 태워 버린다는 형이상학적 상징이라고 일컬어진다.

미술치료에서 만다라 색칠의 의미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내면으로의 회귀와 만남, 그리고 자아실현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꼭 필요한 삶의 단초를 충족시키는 데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만다라 그리기는 표현된 무의식을 의식하고 이해하고 되새기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자아실현이 가능하다고 얘기한다. 근간에는 유아부터 노인·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미술심리치료에 이 만다라 그리기 기법이 활용되고 있다.

티베트 불교에서는 수행자들이 모래를 이용해 그리는 만다라가 있다. 이들은 몇 달에 걸쳐 만다라를 만든 후, 만다라가 완전히 완성되면 모두 헐어버린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고집멸도(苦集滅道), 고통의 근원인 집착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는 것을 실행하는 것이다. 또 작은 모래알로 내면을 표현해 가며 끊임없는 성찰을 통해 마음 수련을 가능하게 한다. 위의 과정을 통해 티베트의 수행자들은 번뇌와 갈등에서 벗어나는 것을 반복하며, ‘나’에 대한 집착을 자연스럽게 내려놓게 된다. 그러니 만다라를 그리는 그 자체가 곧 명상이 되어 자연스레 몰입과, 더 나아가 깊은 삼매경에 들게 된다는 것이다.

소설 <만다라>는 소설가 김성동이 1978년에 한국문학이란 잡지에 발표했으며 원래는 중편소설이었지만 이후 단행본으로 출간할 때 작가가 장편소설로 개작했다.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이 기독교적인 배경에서 종교의 문제를 파헤친 소설이라면, 김성동의 <만다라>는 불교적 배경에서 종교적 문제를 파헤친 소설이라고 일컬어진다.

만다라 아사나(mandala asana)는 머리와 양손을 시르사 아사나(양손을 깍지 끼고 물구나무서기)상태로 유지한 채, 몸통을 뒤로 떨궈 머리를 중심으로 시계방향이나 역방향으로 한 발을 위로 들면서 몸통을 회전하며 연속해 돌아가는 방식이다. 회전하는 몸의 움직임이 마치 원 궤도를 그리는 것처럼 보여 ‘원 자세’ ‘물레방아 자세’ ‘시계 자세’ ‘회전목마 자세’라고도 칭한다.

이 자세는 척추를 강건하게 해주며, 가슴을 확장시켜 준다. 가슴 부분의 아나하타 차크라를 각성시켜 뇌파를 떨어뜨려 마음을 평안하게 해줌으로써,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사람들에게 특히 유효한 자세이다. 우리 몸속 일곱 차크라를 동시에 각성시키는 데 뛰어난 효과가 있다. 그러나 허리의 유연성, 탄력성, 역동성을 동시에 요구하는 난이도가 무척 높은 자세이기에 평소에 충분히 몸을 단련한 후에 이 자세를 행하는 것이 좋다.

만다라 아사나를 시행하다 보면 처음엔 흔들리기도 하고, 몸통을 돌리려다가 넘어지기도 하고, 두 팔을 쭉 펴려다가 엉덩방아 찧기 등을 반복하기도 한다. 이럴 땐 탄탈루스의 갈증처럼 감질나고 목이 탄다. 동작의 완성이 될 듯 말 듯 하다가 무너져 버리고 마니 말이다. 그러나 불완전하고 미숙하기만 한 몸짓들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조금씩 형태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며 자신도 놀라게 된다. 과거의 잘못되고 미숙한 흔적들을 다듬고 또 다듬으며 앞으로 끊임없이 나아가는 것. 누군가는 산다는 그 자체가 수행이라고 한다.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다시 도전하는 일련의 과정들은 스스로 새로워지면서 창성(昌盛)해지고자 하는 건강한 삶의 투지력과 의욕을 불러일으킨다. 더 나아가 모자라거나 결함이 없이 완전히 모두 갖추어져 있는 ‘원만구족(圓滿具足)’ 상태로까지 향하는 부단한 연단을 촉구하게 한다. 끊임없이 흘러가다 돌아가고, 꺾여졌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인생의 흐름처럼 이 만다라 자세는 어쩌면 인생의 굴레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며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헤밍웨이가 <노인과 바다>에서 말한 “인간은 패배하도록 창조되지 않았다. 인간은 비록 죽을지언정 패배하지는 않는다(But man is not made for defeat. A man can be destroyed but no defeated)”는 말이 이 난도 높은 ‘만다라 자세’에 딱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갈수록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무후무한 허튼 모습들에 신념과 가치관이 흔들리며, 심신이 오염되고 황폐화되는 듯한 삶의 노정에서도, 좌절하고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절체절명의 순간에서도 이 말을 가슴에 주문처럼 새겨볼 일이다.

[만다라 아사나]

원과 중심 바퀴 고리 상징하는 mandala/ 삶의 본질 알아채서 참된 마음 간직하는/ 일종의 지도로구나 내면세계 그려놓은//

산란심 걷어 내고 마장일랑 물리치며/한점으로 집중하여 외부자극 차단하는/ 그대 일러 만인을 위한 지지대라 한다죠//

끊임없는 실패 딛고 포기 않고 도전하라/ 산다는 그 자체가 수행이라 한다지요/ 스스로 새로워지면서 창성하라 일컫네//

허리뼈 곧추세워 무심삼매 젖어본다/꿈 속에서 꿈을 꾸네 하늘길 열리는 꿈/ 정수리에 꽂히는 빛살 화엄세계 만다라

※2021년 3월 5일 첫 칼럼 게재를 시작해 109회 차까지 어느덧 3년이 흘렀습니다. 그간 많은 성원을 보내주신 독자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간 게재되었던 글들은 3권의 책[<몸과 마음을 여는 인문학 오디세이>(도서출판 실천, 2023.8.), <요가의 향기로 세상을 보다>(도서출판 흐름, 2024.2.), <최진태의 요가로 세상읽기>(도서출판 흐름, 2024.4.)]으로 엮었으며, 추후 3권 더 출간할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계속적인 관심과 사랑 부탁드리며 이번 회를 마지막으로 ‘최진태의 요가로 세상보기’ 연재를 끝냅니다. 다음에 또 다른 주제로 만나게 되길 기대합니다.

최진태 부산요가지도자교육센터(부산요가명상원) 원장. <최진태의 요가로 세상읽기>저자. 네이버블로그·페이스북 <부산요가명상원>. gi7171gi@naver.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