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관현악으로 ‘라데츠키 행진곡’… 무대·객석 혼연일체 [부산문화 백스테이지]
시립국악관현악단 신년음악회
창단 40주년 해 맞아 뜻깊어
첫 연주부터 호평·최다 관객도
지난해 ‘탬버린 댄스’로 웃음 준
이동훈 지휘자 소통 의지 확고
국악관현악 음향 문제 옥에 티
서양음악을 연주하는 신년음악회에선 거의 빠지지 않는 요한 슈트라우스 1세의 ‘라데츠키 행진곡’. 지난 24일 오후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 열린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특별 연주회 ‘2024 신년음악회, 청룡이 나르샤’의 앙코르곡으로 듣게 될 거라고는 상상을 못 했다. 국악관현악 편곡으로 시립국악관현악단이 처음으로 들려준 라데츠키 행진곡은 관객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해금과 대금, 피리, 가야금, 아쟁, 거문고, 타악… 그리고 박자에 맞춰 열렬한 박수를 보낸 관객 신명까지 더해져 무대와 객석은 혼연일체가 된 듯했다.
물론 앙코르에 앞서 2부 메인 프로그램으로 연주한 사물놀이와 국악관현악을 위한 협주곡 ‘신모듬’(작곡 박범훈)이 끌어올린 에너지가 컸다. 이날 시립국악관현악단은 40분 이상 소요되는 ‘신모듬’ 전 악장(풍장-기원-놀이)을 처음으로 연주해 객석은 후끈 달아올랐다. 1부 연주 때 심각한 표정 일색이던 시립국악관현악단 단원들조차 사물놀이 협연자가 내부자(북 최정욱·꽹과리 이주헌·장구 최오성·징 박재현)인 덕분인지 희색만면한 모습으로 연주해 보는 이들도 즐거웠다.
게다가 이날 관객은 약 1100명으로 시립국악관현악단으로선 근년에 없던 기록이다. 공연 1시간 전부터 대극장 로비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런 분위기에 고무된 덕분일까. 라데츠키 행진곡 앙코르 연주에 앞서 이동훈 예술감독 겸 수석지휘자는 마이크도 없이 입을 열었다.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이 올해 창단 40주년을 맞습니다. 올해 첫 공연부터 2층, 3층까지 채워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12월까지 매달 이렇게 오실 거죠? 제가 지난해 송년음악회 때 탬버린을 친 뒤 걱정입니다. 이번 공연에는 또 뭘 보여줘야 하나 싶어서요.”
지난해 12월 송년음악회 때 단원들도 모르게 준비한 ‘탬버린 댄스’로 즐거움을 선사한 이 예술감독을 기억하는 관객 사이에선 웃음보가 터졌다. 당시에도 “권위를 내려놓은 지휘자” “국악 공연이 맨날 이러면 대박 날 것 같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지만, 그 기운이 신년음악회까지 이어질지 예상 못 했기에 한층 사기가 오른 듯했다.
더욱이 송년음악회는 이희문과 ‘놈놈’(조원석·양진수), 동양고주파 등 협연자들이 워낙 탄탄해 어느 정도 예상된 인기였지만, 신년음악회는 유명세를 치를 만한 협연자를 내세운 것도 아니어서 놀란 것도 사실이다. 첫 곡 ‘비나리’(작곡 이동훈)는 임원식 성남시립국악단 타악 부수석과 ‘사물놀이 마당’이 풍물 협연을 했고, 나머지 협연자(남도민요 박성희·정선희,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사물놀이)는 자체 해결했다.
다만, 40주년을 맞는 해의 첫 연주회여서 ‘무료 관람’을 어렵사리 결정했는데 그 영향도 무시하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무료라고 해서 무조건 많은 관객이 오는 것도 아니어서 걱정이 없진 않았다. 예술단운영팀 조성일 부장은 “지난 2일 티켓 오픈 첫날 800장가량이 나가고 그다음 주에 곧바로 매진되는 걸 보고 긴가민가했다. 오히려 무료다 보니 ‘노 쇼’가 걱정돼 공연을 보고 싶은 사람까지 못 보게 될까 봐 여러모로 애썼지만 공연 임박해 나오는 취소 표는 어쩔 수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공연이 끝난 뒤, 로비에선 지휘자와 일부 단원이 관객 요청으로 함께 사진을 찍거나 사인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소통하는 지휘자’를 자처한 이 예술감독과 시립국악관현악단의 의욕 넘치는 행보는 저절로 다음 연주회를 기약하게 했다. 하지만 국악관현악단이 태생적으로 가지는 ‘음향’ 문제는 이날 옥에 티로 지적됐다. 국악기는 서양악기보다 음량이 작아서 마이크와 스피커 등 음향 장비를 활용해 음향 균형을 맞추는데 이날 공연에선 만족스럽지 못했다.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