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부산문화계 10대 뉴스] ⑦ 부일영화상 35년 만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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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 영화상' 명맥 다시 잇다

지난 10월 9일 열린 제17회 부일영화상에서 주요 부문을 휩쓴 영광의 얼굴들. 사진 왼쪽부터 홍상수 감독, 여우주연상 수애, 여우조연상 김해숙, 남우주연상 김윤석, 신인 남자연기상 임지규. 부산일보DB

"언니, 나 부일영화상 여우주연상 먹었어. 그런데 윤정희 선생님이 프랑스 파리에서 오셔서 직접 상을 주어 너무 기분이 좋아." 올해 부일영화상 여우주연상을 품에 안은 영화배우 수애가 시상식 직후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언니처럼 따르는 영화사 아침의 정승혜 대표와 전화통화한 내용이다.

이렇듯 2008년 부산 문화계와 한국 영화계를 깜짝 놀라게 한 사건은 단연 부일영화상 부활을 꼽을 수 있다. 지난 10월 부산국제영화제(PIFF) 기간에 열린 제17회 부일영화상 시상식은 단순한 영화상이 아니라 1973년을 마지막으로 중단됐던 한국 최초의 영화상 명맥을 잇는 기념비적인 사건이었다. 동시에 아시아 최고의 국제영화제를 개최하고 있는 부산이 세계적 영화도시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든든한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사실 부일영화상 부활은 1990년대 들어 부산 영화계 및 학계 등을 중심으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었다. 특히 부산영화계의 거목이자 고인이 된 경성대 주윤탁 교수 같은 분은 "영화제 신설보다 영화상 부활이 먼저"라고 할 정도였다.

그러나 지방이라는 한계와 스폰서 확보의 어려움 등으로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부일영화상 부활 문제는 해마다 미완의 과제로 남겨졌다. 결국 "더 이상 해묵은 숙제로 남길 수 없다"며 부산일보는 부일영화상 부활을 선언하고 올해 영화제 기간 중 부문별 수상자를 선정하며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것이다.

이 같은 이면에는 영화인들의 헌신적인 협조와 부산 향토기업 화승그룹의 물심양면 지원, 본보의 주도면밀한 계획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와 함께 심사의 공정성도 한몫을 단단히 했다. 심사는 거장 임권택 감독이 위원장을 맡았고 배우 안성기, 강수연을 비롯한 영화평론가와 대학교수 등이 위원으로 참여했다. 최우수작품상은 홍상수 감독의 '밤과 낮'이 수상했다.

부일영화상 부활에 대한 영화인들의 반응도 고무적이었다. PIFF 김동호 집행위원장은 "영화인과 팬들의 사랑을 받고, 부일영화상을 받으면 세계적인 영화제에서도 수상할 수 있는 권위 있는 상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1973년 마지막 부일영화상 남녀주연상을 수상했던 원로 영화배우 김희라, 윤정희 씨는 "국내 최초의 영화상이었던 부일영화상은 영화인이라면 누구나 한번 받고 싶은 상이었다"며 먼 길을 달려와 시상식에 기꺼이 참여해 끊겼던 부일영화상의 명맥을 잇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또 이준익 감독, 배우 김윤석 등 충무로 영화인들도 "부일영화상이 영화제 기간 중 함께 개최돼 PIFF가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됐다"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잃었던 날개를 되찾은 부일영화상은 내년에는 더 힘차게 비상한다. 한국영화의 발전과 영화인의 축제로 거듭나기 위해 부일영화상은 부산영평상과 통합을 적극 검토 중이며 총 상금 5천만원인 상금 규모도 대폭 늘릴 계획이다.

이와 함께 부일영화상은 비경쟁 영화제인 PIFF의 한계와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 국내외 영화인과 언론, 그리고 관객이 대거 몰리는 영화제 개막 초반으로 시상식을 전진 배치한다. 이럴 경우 부일영화상은 대종상, 청룡상 등을 뛰어넘는 명실상부한 '한국 대표 영화상'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영화인들은 입을 모은다.

김호일 선임기자 tokm@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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