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첫 여소야대 시의회 100일…협치 성과 속 과제도 산적
극한 대립 우려 딛고 여야 협력 틀 마련
조직개편 협조…예산·인사 분야선 견제
생곡소각장·사직야구장 갈등 조정 과제
“시정 양대 축” 정책 전문성 강화 필요
부산시의회가 8일 시의회 브리핑룸에서 출범 100일을 맞아 그간의 성과와 향후 활동 방향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부산시의회 제공
부산시의회가 8일 시의회 브리핑룸에서 출범 100일을 맞아 그간의 성과와 향후 활동 방향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부산시의회 제공
부산에서 처음으로 시장과 시의회 다수당이 다른 ‘여소야대’ 구도 속에 닻을 올린 제10대 부산시의회가 출범 100일을 맞았다.
여야와 시의회·집행부 간 극한 대립으로 시정과 의정이 갈등의 늪에 빠지고 민생 현안이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출발했지만, 지난 100일 동안 부산시와는 현안별로 협력과 견제를 병행하고 의회 내부에서는 여야 협력의 틀을 다지는 데 주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으로는 여야가 의회의 공동 위상과 목표를 위해 협력하고, 집행부 견제와 함께 지역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과 정책 전문성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점이 과제로 꼽힌다.
부산시의회는 8일 시의회 브리핑룸에서 출범 100일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의 의정활동과 향후 운영 방향을 발표했다. 강무길 의장을 비롯한 의장단과 상임위원장단, 여야 원내대표 등이 참석했다.
강 의장은 “지난 100일 뜨겁게 성원해 주신 시민 여러분 덕분에 소임에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며 “100일간의 의정활동을 바탕으로 시민의 오늘을 지키고 부산의 내일을 준비하는 의회가 되겠다”고 밝혔다.
제10대 시의회의 가장 큰 변화는 부산에서 처음 등장한 여소야대 정치 지형이다. 국민의힘이 시의회 다수당을 차지한 반면 부산시정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재수 시장이 이끌면서 출범 전부터 시와 의회 간 충돌 가능성에 관심이 쏠렸다.
시의회 내부에서도 출범 초 제2부의장 자리를 놓고 여야 갈등이 불거졌지만, 이후 분기별 협치 간담회를 정례화하는 등 대화 통로를 마련했다. 부산 주요 현안에서도 정당 간 입장 차를 넘어 공동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부산시와의 관계에서는 사안별로 협력과 견제가 엇갈렸다. 시의회는 전 시장이 취임 이후 추진한 첫 조직개편안을 원안대로 통과시키며 민선 9기 시정의 조기 안착에 힘을 실었다. 정무직 공무원 견제를 위해 추진하던 시장 직속 비서실 관련 조례도 재검토하며 시와의 충돌을 피했다.
반면 예산과 인사 분야에서는 견제 기능을 강화했다. 시가 편성한 첫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서 동백전 캐시백 확대 예산을 삭감하고 지방채 발행에 제동을 걸며 재정 건전성을 강조했다. 시 산하 공공기관장 인사청문 대상도 기존 17곳에서 22곳으로 확대했다. 시장 직속 비서실 설치는 무산됐지만 1급 상당 정무직 공무원의 시의회 출석을 제도화하는 방식으로 감시 기능을 보완했다.
지역 현안 대응도 이어졌다. 시의회는 출범 9일 만에 부울경 광역발전, 해양·신공항, 기업유치 관련 특별위원회 3개를 가동했다. 통합 LCC(저비용항공사) 본사 부산 유치와 4대 항만공사 통합 철회, 취수원 다변화 등을 촉구하는 결의안도 채택했다.
민생 관련 입법도 추진했다. 소상공인 저리 대출과 고금리 대환 대출 지원 근거를 마련하고, 다자녀가정 교육비 혜택을 위탁가정으로 확대했다. 조례 개정을 통해 모든 부산시민에게 온열·한랭질환 진단비 등을 지급하는 ‘부산형 기후보험’도 도입했다.
시의회 자체적으로는 올해 국외공무출장 예산 전액을 반납하고 역대 최다인 16개 의원 연구모임을 구성했다. 앞으로 민생현장회의를 본격 가동하고, 부산상공회의소와 정책협의 창구를 마련해 기업과 전통시장, 골목상권 등의 목소리를 의정활동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부울경 차원의 광역협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시의회는 지난달 울산시의회, 경남도의회와 부울경의회 광역발전협의회를 구성했으며 이달 중 공동협력 선언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3개 광역의회는 국비 확보와 2차 공공기관 이전, 광역교통망 구축, 원전·에너지·전력 생태계 등 9개 분야에서 공동 대응한다.
2차 공공기관 이전에 대비해서는 정치권과 경제계,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범시민 유치기구 결성을 추진한다. 가덕신공항의 조속한 개항과 통합 LCC 본사 유치에도 의회 차원의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정책 역량 강화도 주요 과제다. 시의회는 의정자문위원회를 의회의 싱크탱크 역할로 확대 운영하고, 오는 26일 첫 ‘부산시의회 정책포럼’을 열어 대학가 공실 문제와 캠퍼스타운 조성 방안을 논의한다. 향후 부산구치소 이전과 해수담수화 시설 활용 등 장기 미해결 현안도 정책포럼에서 다룰 계획이다.
제10대 시의회가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국민의힘이 압도적 다수를 점한 의회 구조에서 소수당인 민주당과 얼마나 실질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하느냐가 관건이다. 시장과 소속 정당이 동일하느냐 여부를 기준으로 무조건 시정에 제동을 걸거나 반대로 협치를 이유로 견제 기능을 약화할 경우 여소야대 의회의 의미를 살리기 어렵다.
생곡소각장 건립과 사직야구장 재건축처럼 지역 간 갈등이 커질 수 있는 현안에서는 시의회의 적극적인 조정 역할도 요구된다.
사안이 불거진 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공방에 나서기보다 부산시와 시의회가 상시 협의기구를 구축해 갈등 현안을 조기에 공유하고, 시민 전체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해법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
의회의 전문성과 정책 역량을 높이는 것도 과제다. 가덕신공항과 부울경 협력,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굵직한 현안을 놓고 결의안 채택이나 정치적 목소리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정책 대안과 해법을 제시하는 등 부산시와 함께 시정을 이끄는 양대 축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의정활동이 요구된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