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 합치기 전 공동 이익 위한 협력이 최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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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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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광역 통합 논의 진단 ‘남부권발전포럼’

박재욱 “통합, 목적 아닌 수단으로 봐야”
이용주 “규모의 경제만 강조해선 안 돼”
기우식 “통합해 보니 시민 합의가 중요”

지방분권균형발전부산시민연대 등은 30일 ‘부울경 광역연합·행정통합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2026 남부권발전포럼을 열었다. 권상국 기자 ksk@ 지방분권균형발전부산시민연대 등은 30일 ‘부울경 광역연합·행정통합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2026 남부권발전포럼을 열었다. 권상국 기자 ksk@

민선 9기 출범과 함께 부울경 초광역 통합 논의가 재부상했다. 그러나 지역에서는 기대보다 우려가 더 큰 게 사실이다. 행정통합과 특별연합이라는 방법론을 둘러 싸고 정치적 갈등이 이어지지만, 정작 부울경 주민은 ‘그래서 합치면 이득이 뭐냐’는 원론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지방분권균형발전부산시민연대와 부울경포럼 등 시민사회가 30일 ‘2026 남부권발전포럼’을 열고 초광역 통합 논의의 현주소를 진단했다. 학계와 상공계, 멀리 광주에서 온 시민단체 관계자까지 참석한 이 자리에서 초광역 통합을 둘러싼 쓴소리가 쏟아졌다.

■수도권 대항하려면 부울경 통합은 필수

주제 발제에 나선 신라대 박재욱 명예교수는 통합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통합 자체를 목표로 삼는 순간 논의가 길을 잃게 된다”며 “부울경 협업의 자산을 최종적으로 통합특별시가 승계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내년도 본예산 편성 과정에서 부울경이 얼마나 원만하게 협력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부산시 윤정노 기획관은 “장기적으로는 행정통합을 과제로 볼 수 있지만 현 단계에서 가장 실행 가능성이 높은 광역연합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기존 행정구역과 정체성을 유지한 채 광역교통·산업·인재양성 등 합의된 사무부터 공동으로 추진할 수 있는 까닭이다.

광역연합이냐, 통합이냐 하는 방법론 싸움에 냉정한 진단이 내려지기도 했다. 지방분권균형발전부산시민연대 박재율 상임대표는 부울경 규모의 광역 시도 간 연합의 세계적으로도 그 성공 사례를 찾기 어렵다고 했다.

박 대표는 방법론 싸움에 역량을 소진하지 말고 해양수도권을 명분으로 실질적 권한부터 확보하자고 했다. 양산부산대병원과 유니스트 등 부울경 전역에 위치한 핵심 인프라를 공동자산으로 활용하고, 동시에 해양 조세권 등 작지만 구체적 성과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박 대표는 “당장 하반기 2차 공공기관 이전 전략조차 공동대응 못하고 있는 게 부울경”이라며 “거창한 통합이나 특별법보다 공동으로 함께 챙길 수 있는 권한부터 받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채울 알맹이, 체감할 효과 과연 있나

학계와 상공계에서는 통합론에 앞서 실익에 대한 의구심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부산상공회의소 정현민 부회장은 앞서 2022년 실패한 부울경 특별연합의 원인을 ‘사업 부재’에서 찾았다. 정 부회장은 “당시를 돌아보면 특별연합은 새로운 부울경의 사업은 발굴하지는 못한 채 기존에 지자체마다 흩어진 사업만 묶어놓기 바빴다”며 “일자리와 산업, 교통 등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공동 과제가 있다면 그것부터 먼저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구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보다 그 기구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울산대 이용주 경제학과 교수 역시도 ‘규모의 경제’만 강조하는 설익은 통합론에 경계심을 나타냈다. 이 교수는 “부울경이 합치면 인구 770만 명, 지역내총생산 300조 원이라고 하지만 숫자만으로 편익이 절로 생기는 게 아니다”라며 “실제로 지방정부 통합을 진행했던 핀란드 등지에서는 비용 절감 효과를 지역 간 갈등을 조정하는 비용이 넘어선 곳도 있었다”고 꼬집었다.

광주·전남 조기 행정통합을 경험한 광주시민단체협의회 기우식 정책위원장의 반성과 조언은 큰 울림을 줬다. 기 위원장은 막상 행정통합을 해보니 정치가 갈등을 조정하기보다 오히려 증폭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그는 “시민 합의가 보장되지 않으면 통합 논의는 출발조차 해선 안 된다”고 단언했다. 실제 광주·전남에서는 통합 이후에도 공공의대 유치 등을 둘러싸고 지역 내 갈등만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기 위원장은 “광주와 전남은 솔직히 20조 원 인센티브를 잡으려 통합을 시작했고, 이후로 호남 반도체 등 선물이 쏟아졌지만 우리가 그걸 받을 그릇을 준비하지 못했다”면서 “우리가 첫 행정통합의 롤모델이 될지, 반면교사의 사례가 될지는 권한과 책임을 가진 거버넌스가 제도적으로 등장시킬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조언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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