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항공청 개청은 출발점… 우주도시 완성은 '특별법 제정' [휴스턴에서 본 사천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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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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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우주항공복합도시되려면

'스페이스시티' 휴스턴 비결은
제도·예산 지원 길 연 연방법
텍사스 주법 더해 시너지 효과
사천은 '나홀로 관공서' 위험성
인재 유치·정주 여건 개선 절실
국가전략 차원 하루빨리 통과를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생산라인에서 직원들이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사천시 제공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생산라인에서 직원들이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사천시 제공

경남 사천시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중심으로 한 견고한 산업 기반에 우주항공청이라는 국가 컨트롤타워까지 더하며 우리나라 우주항공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도약할 기반을 갖췄다. 하지만 우주항공청 개청식의 화려한 열기가 가라앉은 현장의 고민은 깊다. ‘고급 인재 유치 난항’과 ‘열악한 정주 여건’이라는 뼈아픈 현실적 한계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늪지대에서 세계적인 우주항공 허브로 변모한 미국 휴스턴의 성공 모델은 사천에 분명한 시사점을 던진다. 휴스턴의 변화는 미 항공우주국(NASA)이라는 거대한 국가기관 하나가 들어선 것만으로 완성된 것이 아니다. 1958년 제정된 ‘국가항공우주법’은 나사 설립의 법적 기반을 마련하고, 계약·보조금·협력협정 체결과 인력·재산 관리 등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해 장기적인 국가 우주개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이를 바탕으로 막대한 연방 투자가 이어졌고 나사와 대학·기업의 협력이 확대되면서 휴스턴을 중심으로 한 우주항공 생태계가 형성됐다.

텍사스주 역시 주법을 제정해 후방 지원에 나섰다. 전통적인 친기업 정책에 더해 낮은 세금 정책으로 항공우주 기업들이 텍사스에 사무소를 설립하도록 유도했다. 나아가 우주항공 산업에 필수적인 고학력 기술 인력을 흡수하기 위해 교육 인프라와 정주 여건을 대대적으로 개선했다. 핵심 인력이 정착하고 관련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최적의 비즈니스 생태계’를 조성한 셈이다. 여기에 2023년에는 텍사스우주위원회(TSC)까지 신설해 대규모 재정 지원까지 이어가고 있다. 연방법과 주법 등 정교한 구조적 틀 위에 정치와 대규모 재정 투입, 대학이 결합하면서 계속해서 진화하는 ‘자족형 복합도시 생태계’가 구축된 셈이다.

제주항공 보잉 B737기가 MRO(정비)를 위해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공서비스(KAMES)에 도착한 모습. 사천시 제공 제주항공 보잉 B737기가 MRO(정비)를 위해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공서비스(KAMES)에 도착한 모습. 사천시 제공

빅토리아 세고비아 존슨우주센터 공보담당관은 “텍사스는 최근 주법을 통해 TSC를 만들었다. 기존 우주 산업 인프라를 바탕으로 글로벌 우주 경제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이자 정책적 결단이다. 여기에 발사체 제공업체, 달 착륙선 개발사, 상업용 우주정거장, 우주 제조업, 주요 대학의 연구 역량이 결합해 지역이 글로벌 우주항공 경제의 선두 주자로 계속 진화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사천시는 2024년 우주항공청 개청으로 우주항공도시의 핵심 축을 갖췄지만, 정작 인재와 기업을 끌어들이고 정착시킬 ‘자족형 복합도시 생태계’는 아직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 전문 의료시설과 문화·여가 인프라는 물론 자녀 교육을 위한 우수 학군이나 특목고 등 교육 환경 확충이 더디다. 이대로라면 기껏 유치한 우주항공청이 ‘나 홀로 관공서’로 전락하거나 단순 생산 공장 단지에 머물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문제는 한국의 구조적 한계다. 미국과 달리 중앙집권적 재정 구조와 수직적 행정 체계, 법적 권한의 제약이 크다 보니 경남도 차원만으로는 텍사스 수준의 파격적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 우주항공청 역시 나사만큼의 권한을 부여받지 못했다. 결국 정부 차원의 입법과 재정 지원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우주항공청 설립 근거인 ‘우주항공청 설치 및 운영 특별법’은 2024년 국회를 통과한 반면, 자족도시의 근간이 될 ‘우주항공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은 국회 본회의 문턱조차 밟지 못한 채 계류 중이다.

경상국립대 명노신 항공우주공학부 교수는 “휴스턴의 성공은 연방정부와 텍사스주의 연계가 잘 어우러진 결과물”이라며 “한국은 ‘우주항공청 특별법’과 ‘복합도시 특별법’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야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우주항공청 특별법을 주도했다면, 정주 여건을 다루는 복합도시 특별법은 국토교통부가 책임감 있게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법에는 △대규모 정주 인프라 국비 지원 △속도감 있는 사업 추진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국내외 앵커기업 유치를 위한 파격적 세제 감면 △자사고·특목고·외국어 교육기관 설립 특례 등 도시의 자족성을 확보할 핵심 조항들이 망라돼 있다.

지난 7월 제5회 국가우주위원회에서 사천을 중심으로 한 남해안 우주항공 벨트 육성을 국가 전략으로 의결했고 국회 토론회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정작 특별법은 여전히 국회 상임위 문턱에 막혀 표류하고 있다. 특히 차기 국회의원 총선거가 2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정치권이 선거 정국으로 접어들 경우, 법안 논의가 뒷순위로 밀리거나 임기 만료와 함께 자동 폐기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글로벌 우주 패권 경쟁이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법안 처리가 지연될수록 사천의 도시 경쟁력은 물론 대한민국 우주 경제의 ‘골든타임’도 함께 흘러가고 있다.

엘카미노 대학 폴 윤 교수는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와 우주산업 육성을 위한 법·제도 정비, 세제 지원, 규제 개선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또한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투자와 창업 지원, 글로벌 기업 유치, 국제 협력 확대, 정주 여건 개선이 함께 이뤄질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우주산업 생태계가 조성되고 세계적인 우주 허브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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