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로 뽑은 ‘수사경과’ 경찰, 절반이 ‘중도 이탈’ [새 형사사법체계 대혼란]
중 충원과 숙련의 간극
경찰 내 수사 전문가 ‘수사경과’
최근 3년 부산서만 242명 해제
경험 없는 신입은 역할 어려워
“복잡한 법리 판단 필요한 사건
검사 조언·외부인 활용 고려를”
10월 2일 공소청과 중수청 출범을 앞두고 경찰의 수사력 향상이 과제로 떠올랐다. 부산경찰청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경찰의 수사 책임이 한층 커지면서 경찰의 수사 전문성을 어떻게 끌어올릴지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이미 현장에서는 수사 전문인력 확보를 위해 운영 중인 ‘수사경과’ 제도는 이탈자가 적지 않은 데다 자격 보유 자체가 숙련도를 담보하지 못한다는 한계도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신규 인력의 장기 현장훈련과 중간관리자의 수사지휘 역량 강화는 물론, 복잡한 법리 판단이 필요한 사건에서는 검사와의 협업 체계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수사경과 이탈 지속
현재 경찰이 수사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운영 중인 핵심 장치는 ‘수사경과’ 제도다. 수사경과는 경찰관이 선발시험 등을 거쳐 취득하는 수사 분야 전문 자격으로, 수사부서 인사 때 우선 배치되는 기준이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2024년부터 올해까지 부산경찰의 수사경과 취득자는 496명, 해제자는 242명으로 집계됐다. 수사경과가 해제된 경찰관은 일반 직무 분야인 일반경과로 돌아간다. 최근 3년간 신규 취득자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인원이 수사경과에서 빠져나간 셈이다. 이 때문에 수사경과 자격 보유 인력의 순증 효과는 3년 동안 254명에 그쳤다.
현장에서는 수사경과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숙련된 수사관이라고 보기도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유하자면 ‘운전면허를 취득했지만 실제 운전 경험은 없는 경우’와 마찬가지다. 수사경과를 취득했더라도 실제 수사 경험이 없는 경찰관이 있다는 것이다. 지역 경찰서의 한 수사관 A 씨는 “경찰청이 수사 인력을 늘리더라도 기동대 등에서 옮겨오는 인력 가운데 수사 경험이 없는 경찰관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신규 배치자를 곧바로 복잡한 보완수사에 투입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사관 B 씨는 “신임 수사관에게 일정 기간 사건을 배당하지 않는 기준이 있다”며 “기존 수사관들이 교육까지 떠안아야 하는 부담이 있고, 적응 기간까지 합치면 체감상 2~3개월 동안 즉시 전력으로 활용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검사와 협의 구조 만들어야
검사의 수사 역할이 경찰로 넘어가면서 복잡한 범죄에 대한 경찰의 법률 해석과 적용 능력에 대한 우려도 높다. 경찰 수사관도 형법·형사소송법 등에 대한 지식을 갖추고 있지만, 법률 전문가인 검사와 비교하면 법리 판단의 전문성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법조계에서는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우리보다 먼저 시행한 영국은 참고할 만한 사례로 꼽는다. 영국은 경찰과 검찰을 조직적으로 분리하면서도 복잡한 사건에 대해서는 수사 초기부터 검사가 증거수집 방향과 법률 쟁점에 조언하는 ‘조기조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더라도 법리 판단이 필요한 사건에서는 경찰이 검찰의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도록 협업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경찰 내부 인력 재배치에서 한발 더 나아가 외부의 숙련된 수사 경험을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안한다. 검찰 조직 개편 과정에서 발생하는 숙련 수사인력의 경험을 경찰 수사체계에서도 활용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경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 수사관들이 축적한 계좌추적과 기록 분석, 영장·공소 관련 경험을 경찰 수사관 교육이나 복잡한 사건 지원에 활용해야 한다”며 “경찰 내부에 사건별 수사 방향과 필요한 절차를 안내하는 체계를 강화하고, AI를 활용해 법령·판례 검색이나 증거 누락 여부 등을 확인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수빈 기자 bysue@busan.com ,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