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삼혁신지구 조성 19년 지났지만… 민간 기업 유치 '0' [해양수도 대전환]
③ 클러스터에 비즈니스 모델 심자
국가·공공기관 이전에만 치중
혁신 기업 연계·유치 전략 부실
입주 기관 실질적 협업도 미미
민간 주도의 생태계 조성 선행
산·학·연·관 결합 구축 논의도
최근 개소 'K - 오션X' 역할 주목
혁신도시 조성 계획에 따라 부산에 구축된 해양 클러스터 ‘동삼혁신지구’는 만들어진 지 10여 년이 다 되어가지만, 기관 집적 그 이상의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사진은 부산 영도구 동삼혁신지구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해양수도의 경쟁력은 관련 산업이 창출하는 부가가치와 이를 주도하는 기업의 집적에 달려 있다. 지난해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계기로 최근 산·학·연·관을 결합한 해양 클러스터 구축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으나, 기존에 조성된 동삼혁신지구는 이같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07년 계획 수립 이후 공공기관 이전에만 치중했을 뿐 기업과의 연계 전략이 부재했던 탓에, 입주 1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유의미한 민간 기업을 유치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부산이 실질적인 해양 거점으로 기능하려면 단순한 물리적 공간 확장을 넘어, 기업 수요에 맞춘 비즈니스 모델 발굴과 민간 주도의 산업 생태계 조성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건물 중심의 주객전도식 접근 한계
부산에서 가장 먼저 조성된 해양 클러스터는 2007년 혁신도시 조성 계획에 따라 구축된 ‘동삼혁신지구’다. 2009년부터부터 순차적으로 이전해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국립해양박물관 등 14개 해양·수산 관련 국가기관 및 공공기관이 2017년에 입주를 완료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해양수산 혁신도시로 조성된 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관련 기관을 한곳에 모은 것 외에는 뚜렷한 산업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구 내 입주 기관들이 참여하는 기관장 협의회가 운영 중이지만 실질적인 협업은 미미하다. 2013년부터 정기 회의를 열어 협력 방안과 정보 교류를 논의해 왔으나, 내부에서도 ‘친목 모임’ 수준에 그친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그동안 추진된 사업도 주민 대상 교육 프로그램이나 도서관 시설 공유 등 비핵심 사업에 편중돼 있다.
동삼혁신지구 입주 기관 관계자는 “기관 간 협력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주민 대상 축제를 열기도 하지만, 기관 고유 성격과 맞지 않아 참가 예산조차 마련하기 어려운 곳이 있다”며 “공동 연구를 진행하려 해도 각 기관의 고유 업무 범위를 벗어나는 데다, 사업을 주도할 구심점과 전용 예산이 없어 당초 취지인 융합 협력이 불가능한 구조”라고 전했다.
입주 기관의 실수요를 외면한 행정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 동삼혁신지구 내에는 클러스터 목적 또는 용도와 무관한 ‘부산유남규탁구체육관’이 들어서 있다. 2020년 개관 당시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따른 혁신도시 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규정된 기반시설 지원 조항에도 불구하고 기관들의 반발 속에 건립이 강행됐다. 반면 일부 연구기관은 주차 공간이 부족해 인근 기관의 주차면을 빌려 쓰는 실정이다.
영도구가 혁신지구 내에 파크골프장 조성을 추진하다가 반발에 부딪혀 부지를 변경한 사례도 있다. 한 기관 관계자는 “국가 보안시설인 연구단지 바로 옆에 시민 대상 체육시설을 건립하려 한 것은 혁신지구 성격에 대한 행정의 몰이해를 보여주는 단면”이라며 “부산시와 관할 구청, 입주 기관 간의 이해관계를 조율할 컨트롤타워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문제는 동삼혁신지구뿐만 아니라, 이미 부산 내 다른 대학이나 산업단지 등에 구성된 해양클러스터도 마찬가지다.
■집적 전 비즈니스 모델 구축부터
전문가들은 이 같은 하드웨어 중심 개발의 한계로 ‘비즈니스 모델의 부재’를 지적한다. 기관 간 협력을 유도하고 이를 배후 산업과 연결해 혁신 기업을 육성하는 체계적인 전략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부산의 한 해양 스타트업 관계자는 “기관의 지원으로 사무공간은 임대했지만 연구 장비 보관창고나 물류 인프라가 없어 이전을 준비 중”이라며 “배후 산업과의 실질적 연계 없이 부지만 마련해 기관을 모으는 방식으로는 클러스터가 지속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클러스터는 공간 마련에 앞서 ‘비즈니스 수요 발굴’에 집중한다. 전형모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연구위원은 “미국 시애틀, 캐나다 핼리팩스 등 해외 해양 클러스터는 비즈니스 수요를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공급 기업과 연계해 실증 모델을 기획하는 전문 ‘퍼실리테이터(촉진자)’를 두고 있다”며 “기업 지원 위주로 운영되다 보니 관 주도로 물리적 공간을 채우지 않아도 기업이 자발적으로 모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문성과 연속성이 떨어지는 순환보직 공무원 체계 대신, 사업 기획과 예산 전권을 가진 독립된 형태의 전담 기구 도입을 제안했다.
부산시도 이러한 지적을 반영해 산업 생태계 조성에 나섰다. 시는 영도구 동삼혁신지구에 ‘해양과학기술산학연협력센터(K-오션X)’를 개소해 이번 달부터 운영을 시작한다. 위탁 운영을 맡은 부산테크노파크가 기업 지원을 담당하고, KMI는 글로벌 네트워크 확산, 연구개발(R&D) 연계를 맡는 체계다. 부산시 해양산업과 관계자는 “동삼혁신지구를 비롯해 부산 전역에 형성된 해양 클러스터와 민간 기업을 연계 지원하는 실질적인 협업 체계를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