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축소 청탁’ 대가로 로펌 선임 유도한 전직 경찰 간부 집유
현직과 친분 과시하며 불구속 약속
자신 속한 로펌에 사건 선임 유도
재판부 “정당한 변론 범위 벗어나”
울산지법은 11일 수사 축소 청탁 대가로 로펌 선임을 유도한 전직 경찰 간부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했다. 울산지방법원 전경. 울산지법 제공
경찰 재직 시절 친분을 앞세워 수사팀에 사건 관련 청탁을 하고, 사건 관계자들에게 자신이 속한 로펌을 선임하도록 한 전직 경찰 간부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내려졌다.
11일 울산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박동규)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총경 60대 A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500만 원 추징을 선고했다.
A 씨는 2022년 6월 외국환거래법 위반과 도박 방조 혐의로 울산경찰청 수사를 받게 된 사건 관계인들에게 담당 수사팀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불구속 수사와 범죄단체조직죄 적용 배제 등을 약속했다. A 씨는 그 대가로 자신이 전문위원으로 일하던 대형 로펌을 선임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A 씨가 변호사가 아닌 로펌 전문위원 신분으로 수사팀과의 친분을 이용해 불구속 수사나 수사 확대 방지 등 향후 사건 처리 방향에 영향을 미치려 한 것은 정당한 변론 활동의 범위를 넘어선다고 봤다.
같은 해 10월에는 단속에 걸린 성매매 업주에게 바지사장을 내세워 수사망을 피하게 해주겠다며 해당 로펌에 4000만 원을 건네도록 종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A 씨가 수사팀과의 친분 쌓기 명목으로 브로커로부터 현금 500만 원을 직접 수수한 사실 역시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변호사가 아닌 A 씨가 사적 인맥을 이용해 사건 처리에 영향력을 미치려 한 행위는 정상적인 변론이 아닌 불법 알선·청탁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함께 재판에 넘겨진 B씨에게는 징역 2년과 1억 8300만 원 추징이 선고됐다. B 씨는 A 씨에게 유대 관계를 위한 비용을 제공하고, 사건 관계자들로부터 수사 무마 청탁 명목으로 1억 9000만 원 상당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형사사법 공정성에 대한 국민 신뢰를 훼손한 중대 범죄로 비난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A 씨가 35년간 경찰 공무원으로 성실히 복무했고 전과가 없는 점, 로펌이 받은 3억 1000만 원 전액이 피고인에게 귀속된 것은 아니라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오상민 기자 sm5@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