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번째 AG 항해 요트 하지민 "도전하는 즐거움에 집중하겠다"
20대 청년서 두 아이 아빠로
AG 4회 출전서 모두 메달
육체적·정신적 경험 큰 무기
실전 감각 끌어올리며 담금질
"실수 없는 경기가 가장 큰 목표"
지난 3월 스페인 마요르카에서 열린 제55회 프린세스 소피아 요트 대회에 출전한 하지민. 하지민 제공
그의 첫 아시안게임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졌다.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자랑 갤러리’에 ‘SAILING89(세일링89)’라는 아이디로 '중국 땅에서 애국가 울린 자랑'이라는 설명과 함께 금메달 사진이 올라왔다. 소소한 일상을 자랑하는 커뮤니티에 올라온 금메달 사진 한장. 네티즌들은 1989년생의 한 요트 선수를 게시자로 지목했다. 당시 한국해양대를 다니던 요트 남자 1인승 딩기 ILCA7 종목의 하지민(37·해운대구청)이 그 주인공이었다. 정체가 발각되자 하지민은 “경기장이 멀고 비인기 종목이라 아무도 모르는 듯해서 직접 자랑했다”며 자신을 소개했다.
그때는 그 누구도 하지민이 한국 요트의 전설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자신도 쉽게 예측하지 못했다. SNS에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셀프 인증’하던 하지민은 어느덧 37살에 두 아이의 아빠이자 요트 전설이 돼 5번째 아시안게임 ‘금빛 항해’에 나선다.
하지민은 출전한 4번의 아시안게임에서 모두 시상대에 섰다. 광저우, 인천, 자카르타·팔렘방, 항저우로 장소는 바뀌었지만 그는 한 번도 시상대를 떠나지 않았다. 금메달 3개, 은메달 1개. 2022 항정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자연의 변덕 앞에 아쉽게 4연패의 꿈을 접어야 했다. 11차 레이스까지 2위를 기록 중이던 그는 벌점이 두 배로 주어지는 마지막 메달 레이스에서 경기장 일대에 요트가 나아갈 수 없을 정도로 바람이 멈춰버렸고, 결국 최종 경주가 취소되면서 은메달을 땄다.
하지민은 “항저우 대회에서 정신적인 준비가 부족했던 부분이 있었다”며 “경기를 하면 다른 실수는 나올 수도 있지만 당시와 같은 실수는 하지 않아야 한다”며 3년 전을 돌아봤다.
한국 선수 중 유일한 5번째 출전. 5번째 아시안게임을 앞둔 그는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다른 상태다. 나이가 들면서 훈련 방법이 가장 바뀌었다.
하지민은 “예전만큼 절대적인 훈련량을 소화하기 어려워 짧은 시간에도 효율을 찾는 방향으로 바뀌었다”며 “아프면 훈련 자체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몸 관리에도 신경을 쓴다”고 설명했다.
줄어든 훈련량은 오랜 세월 쌓은 경험으로 채운다. 요트는 정해진 기록만 놓고 다투는 종목이 아니다. 바람과 파도, 상대의 움직임을 읽으며 순간마다 최적의 항로를 선택해야 한다. 하지민은 수준 높은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는 국제대회와 해외 훈련을 통해 대회 직전 감각 끌어올리기에 주력했다.
올해는 한 달가량 해외에 머문 뒤 국내에서 2주간 체력 훈련과 시차 적응을 하고 다시 출국하는 생활을 반복했다. 스페인과 프랑스에서 열린 국제대회에 출전했고,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는 2028년 올림픽이 열리는 경기장도 경험했다. 지난달에는 아일랜드 세계선수권에 참가했다. 지난 6월에는 아시안게임 경기장을 찾아 보름 넘게 현지 바람과 바다의 특성을 익혔다.
마음가짐도 달라졌다. 젊은 시절에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자신을 거칠게 밀어붙였다면, 지금은 욕심을 내려놓고 준비한 경기력을 온전히 발휘하는데 집중한다. 하지민은 “결과에 집착한다고 해서 되는 일은 아니다”며 “중요한 경기에서는 긴장 때문에 시야가 좁아지고 평소 하지 않던 실수가 나올 수 있다. 큰 실수 없이 내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는 그의 마지막 아시안게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은퇴 시점을 단정할 순 없지만 요트 선수로서 고참급이 된만큼 다음 대회를 쉽게 기약하기는 어렵다. 하지민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수도, 아닐 수도 있지만 확률적으로는 마지막일 가능성이 크다”며 “다시 정상에 올라 메이저 대회를 잘 마무리할 수 있다면 운동선수로서 좋을 것 같다. 도전할 기회가 주어진 만큼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내 한계를 시험하는 즐거움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민은 오는 14일 일본 나고야로 출국해 현지 적응 훈련에 들어간다. 남자 1인승 딩기 ILCA7 아시안게임 ‘라스트 댄스’ 경기는 오는 28일부터 시작된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