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화가 대신 실내” 핼러윈 풍경 달라졌다
분장하고 거리 돌아다니기보다
파티룸 통째로 빌려 끼리끼리
핼러윈 당일 파티룸 예약 마감
야외공간 찾기엔 심리적 부담
지자체·유통가도 핼러윈 자제
부산 동래구 한 업체가 핼러윈 테마로 파티룸을 꾸민 모습. 업체 제공
핼러윈을 즐기는 2030세대의 발길이 도심 번화가에서 실내 공간으로 향하고 있다. 이른바 ‘파티룸’을 통째로 빌려 친구나 연인끼리 모이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가 밀집한 장소나 야외 공간으로 모이는 것을 자제하려는 심리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29일 〈부산일보〉 취재진이 국내 포털사이트에서 부산 서면·광안리·해운대 일대 파티룸 40곳의 예약 현황을 확인한 결과, 25곳(62.5%)은 핼러윈 당일인 오는 31일 예약이 모두 마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파티룸은 친구나 지인 등 통상 10명 안팎이 원하는 시간 동안 공간을 빌려 파티나 기념일 행사 등을 즐기는 곳이다.
파티룸 업주들도 핼러윈 특수를 체감하고 있다. 부산진구 부전동 한 파티룸 운영자 김민재(30) 씨는 “31일을 앞두고 예약이 많고,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수요가 늘었다”며 “이용자 약 80%가 20대로 밖에서 시간을 보내기엔 비용도 만만치 않아 거리를 돌아다니기보다 장소를 빌려 모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3년간 수영구 광안리에서 파티룸을 운영한 50대 배 모 씨도 “핼러윈 주말마다 예약이 모두 차는 추세고 아예 핼러윈 분장과 드레스코드를 갖춰 오는 손님들도 있다”고 전했다.
실내에서 핼러윈을 보내려는 분위기는 부산 지역 외국인 커뮤니티 사이에서도 나타난다. 오는 31일 부산 동구 한 카페에서는 한국인과 외국인 거주자들이 각국의 전통 귀신과 괴담을 소개하는 소규모 핼러윈 파티가 열린다. 최대 20명이 모여 숨어 있는 저승사자를 찾는 게임과 분장 대회 등에 참여한다.
운동과 핼러윈을 결합한 이색 실내 이벤트도 눈길을 끈다. 해운대구의 한 헬스장에서는 30일 내부 공간을 파티장과 게임장, 운동장 등으로 나눠 참가자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콘텐츠를 준비했다. 참가자들은 핼러윈 테마로 꾸며진 운동 기구를 활용한 경쟁 대결, 공포 분위기로 조성된 DJ 공연 등을 즐길 수 있다.
핼러윈을 즐기는 방식이 달라진 배경에는 이태원 참사 이후 형성된 사회적 분위기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들은 참사 이후 핼러윈 행사를 다른 축제로 바꾸거나 행사를 폐지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서울 용산구청의 요청에 따라 이태원 일대 일부 상인들이 핼러윈 장식이나 이벤트를 자제하기도 했다. 올해도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가 핼러윈 판촉을 하는 대신 빼빼로데이와 수능 등 다른 행사에 집중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핼러윈을 둘러싼 사회적 분위기가 달라지면서 기념일을 외면하기보다 즐기는 방식이 바뀌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참사 이후의 추모 분위기를 의식하면서도 핼러윈을 즐기려는 수요가 실내 모임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인하대학교 이은희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이태원 참사 이후 핼러윈에 인파가 몰리는 야외 공간을 찾는 데 시민들의 심리적 부담이나 트라우마가 있을 수 있다”며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했을 때 실내에서 소규모로 모여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호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