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경제수장, 정상회담 앞두고 AI 논의
베선트·허리펑, 핵심 의제 조율
양측 모두 “성공적 협의” 자평
‘AI 기술 훔치기’ 등 불씨 여전
관세인하 등 무역 분야도 난제
20일(현지 시간) 스콧 베센트(왼쪽) 미국 재무장관이 뉴욕에서 허리펑 중국 부총리와의 회담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워싱턴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경제 수장인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가 20일(현지 시간) 뉴욕에서 만나 무역, 인공지능(AI) 등 오는 24일 열릴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를 막판 조율했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베선트 장관은 이날 오후 맨해튼 JP모건체이스 본사에서 중국 대표단과 회담을 마치고 나와 기자들과 만나 “중국 측과 무역 및 AI 분야에서 매우 성공적인 협의를 했다”고 밝혔다. 중국 측도 이번 협상이 건설적으로 진행됐다고 평가했다.
양측은 기존 경제·무역 협상에서 이룬 합의를 이행하고 양국 간 무역과 투자를 촉진하는 방안 등 중요한 경제·무역 현안에 대해 솔직하고 심도 있으며 건설적인 의견을 교환했으며, AI 문제에 대해서도 대화했다고 중국 측은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중국 측에 AI와 관련 사고가 벌어졌을 때 서로 통보하는 체계를 갖추자고 제안했다면서 양측은 AI 대화를 이어가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그는 “세계 1~2위 AI 강국 사이에는 불투명한 상태에서 투명한 상태로 나아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베선트 장관은 이런 상호 통보 체계에 관해 “AI 사고가 났을 때 국가 안보 수준에 이르는지 판단하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는 공동의 목표, 공동의 위협에 관한 비전을 공유하기를 희망한다”고 부연했다.
AI는 최근 들어 미중 전략 경쟁의 핵심 영역으로 급부상했다. 미중 첨단 AI 모델 간 격차가 급속히 축소되는 상황에서 추격당하는 처지인 오픈AI, 앤트로픽 등 미국 핵심 AI 기업들은 경쟁 중국 기업들이 대규모 증류를 활용해 기술을 훔쳐 간다고 비난해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여기에 동조해 시 주석의 방미를 앞두고 ‘AI 기술 훔치기’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면서 공개 압박에 나선 상황이었다. 중국 정부는 만일 미국이 자국 AI 기업을 겨냥한 제재 등 압박에 나설 경우 보복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런 와중에 ‘불량 AI 에이전트’ 해킹 사건이 보여줬듯이 인간 통제를 벗어난 AI 기술 위험성에 관한 우려가 세계적으로 급부상했다. 이에 미중 간 AI 논의의 층위는 공정 경쟁에서부터 공동 위기관리에 이르기까지 층위가 한층 복잡해졌다.
베선트 장관은 양측이 다시 만나기로 했다면서도 더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 회담에 함께 참여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양국이 이번 만남을 계기로 무역위원회를 가동했다고 밝혔다. 그는 무역위원회 논의 대상으로 중국 측에서는 소비재와 저기술 품목을, 중국 측에서는 에너지 상품과 농산물 등을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역위원회는 양국이 고율 관세 난타전을 주고받고 서로를 겨냥한 ‘제재 전쟁’을 벌이면서도 각각 300억 달러 규모의 상대국 비민감 품목을 대상으로 관세 인하 문제를 논의하는 협의 기구다. 무역 전쟁을 계속 벌여나가면서도 일부 품목의 관세를 서로 낮춰 민생 경제에 숨통을 트자는 ‘국지적 휴전’ 성격이 강하다.
이날 고위급 회동은 오는 24일 열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에 앞서 양국 경제 수장의 막판 협상 자리였다. 미국 동부시간으로 오전 10시 30분께 시작된 회담은 오후 7시가 넘어 끝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 들어 중국과 전방위적인 전략 경쟁을 벌여나가는 와중에도 중국과의 갈등을 예측 범위 안에서 안정적으로 관리해나가겠다는 방향을 점차 굳혀가고 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