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시장, 다시 장날] 주민 장바구니 부담 덜어주는 '착한 물가'로 승부
⑨ 덕포시장
가격·신선도가 가장 큰 경쟁력
빠른 상품 회전으로 재고 줄여
주력 품목도 구분하도록 조율
부산 사상구 덕포시장은 ‘착한 물가’로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족발 7000원어치 주세요.”
지난 15일 오후 부산 사상구 덕포시장. 주문을 받은 웰빙족발 김형태 씨가 윤기가 흐르는 족발을 능숙하게 썰어 봉투에 담았다. 인근 축산물시장에서 매일 돼지족을 받아 삶는다는 이곳에서는 7000원이면 1.5인분가량의 족발을 살 수 있다. 김 씨는 “욕심 내서 마진을 많이 남기지 않는다”며 “전통시장은 백화점이 아니지 않나. 어르신들도 부담 없이 족발을 사 먹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관광객이 몰리는 시장이 볼거리와 먹거리로 승부한다면 덕포시장의 무기는 조금 다르다. 주민들의 장바구니 부담을 덜어주는 ‘착한 물가’를 내세운다. 채소와 과일, 생선부터 족발과 어묵까지 생활에 필요한 먹거리를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동네 주민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16일 덕포시장 상인회에 따르면 현재 시장에 등록된 점포는 186곳이다. 덕포시장은 과거 국제상사가 들어서면서 주변 인구가 크게 늘자 자연스럽게 규모가 커졌고, 2008년 전통시장으로 인정받았다. 이후 아케이드 설치 등 시설 현대화 사업을 거치며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덕포시장 구본성 상인회장은 시장의 가장 큰 경쟁력으로 가격과 신선도를 꼽았다. 구 회장은 “덕포동에서 10년 넘게 살다가 다른 동네로 이사한 뒤 생활물가가 너무 비싸다며 다시 돌아온 주민도 있을 정도”라며 “다른 시장에서 장을 본 뒤 덕포시장에 오면 가격 차이를 체감한다는 손님이 많다”고 말했다.
저렴한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 중 하나는 빠른 상품 회전이다. 단골 주민을 중심으로 매일 장을 보는 수요가 꾸준해 상인들이 새벽이나 아침에 들여온 채소와 과일, 생선 등이 대부분 빠르게 팔린다. 재고 부담이 적다 보니 상인들도 신선한 상품을 비교적 낮은 마진으로 판매하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
시장 한 편의 채소가게에서도 갓 들여온 열무와 시금치, 콩나물, 알배기 배추 등이 매대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나희상회를 운영하는 김형태 씨는 엄궁동이나 감전동 등에서 직접 물건을 들여와 마진을 많이 남기지 않고 판매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산 콩을 찾는 단골들이 많아 물건이 들어오는 날이면 줄을 서기도 한다. 김 씨는 “양파 하나라도 상한 게 보이면 바로 빼낸다”며 “손님이 다시 찾아오게 하려면 싸기만 해서는 안 되고 물건이 신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30년째 덕포시장에서 수제 어묵을 만들어 파는 덕포식품 이병천 씨도 신선도와 맛을 시장의 경쟁력으로 꼽았다. 장림에서 연육을 들여와 직접 어묵을 만드는 이 씨의 가게는 별다른 홍보 없이 입소문과 단골을 중심으로 장사를 이어왔다. 이 씨는 “오랫동안 찾아오는 단골이 많은 만큼 맛과 청결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덕포시장이 지금처럼 한데 뭉치기까지는 시행착오도 있었다. 과거에는 비슷한 품목을 파는 상점끼리 경쟁이 심했지만, 상인회가 나서 과일·채소·생선 등 주력 품목을 구분하도록 조율했다. 처음에는 반발도 있었지만 몇 달간 시범적으로 운영한 뒤 각 점포의 특색이 뚜렷해지고 상인 간 갈등도 줄었다. 구 회장은 “예전엔 각자 자기 장사만 생각했다면 지금은 서로 형님, 동생 하면서 시장 전체가 잘 돼야 한다는 분위기가 생겼다” 며 “관광객이 찾아오는 유명 시장은 아니어도 주민들이 부담 없이 매일 장을 볼 수 있는 시장으로 계속 남고 싶다”고 말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