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전에 52조 썼다… “우리 돕지 않은 국가들 배상해야”
향후 월 4조씩 더 내야할 수도
요격미사일, 수 년간 재고부족
트럼프, 동맹국 청구서 내밀어
호르무즈 파병 압박 지속 전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13일(현지 시간) 아일랜드 서부 둔베그에 위치한 트럼프 소유의 리조트인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 링크스&호텔’에서 열린 아이리시 오픈 골프 토너먼트 수여식에 참석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전쟁이 끝난 뒤 미국에 도움을 주지 않은 국가들을 상대로 배상을 받아낼 것이라며 압박했다. 중동 갈등으로 지출 부담이 대폭 커진 미국은 이란전에 약 380억 달러(약 52조 원)를 지출했으며, 분쟁이 계속될 경우 매달 최대 30억 달러(약 4조 1000억 원) 이상의 비용이 추가될 수 있다는 미 의회예산국(CBO)의 분석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 시간) 올린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 게시글에서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석유가 흐르고 있다”며 “우리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던 세계의 국가들은 이 사기 같은 전쟁이 모두 끝났을 때 배상해야 하며 배상할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우리는 이것을 우리나라를 위해서라기보다 다른 국가들을 위해 더 많이 하고 있으며, 우리는 여러 세대에 걸쳐 그렇게 해왔다”고 덧붙였다.
이는 호르무즈해협에 미군을 배치해 유조선이 자유롭게 통항하도록 돕고 있는 만큼 이로 인해 혜택을 보는 국가들이 미국의 재정·군사적 부담에 따른 비용을 보상해야 한다는 취지로 읽힌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일으킨 이란전이 장기화하며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미국 내 기름값이 치솟은 상황에서 이란전을 돕지 않은 나라들에 분풀이성 전쟁 청구서를 들이밀겠다는 주장을 편 것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 발발 이후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에 호르무즈해협에 군함을 파견할 것을 요구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6일에는 일방적으로 연례 한미 연합군사훈련 대폭 축소했다는 사실을 공개한 뒤 한국이 이란 전쟁에서 협력하지 않았다고 부각하기도 했다.
미 의회의 초당파적 예산 분석기관인 의회예산국은 이날 공개한 보고서에서 지난 8월 1일 기준 이란과의 무력 충돌에 따른 미 국방부(전쟁부) 지출 비용을 약 380억 달러로 추산했다.
여기에는 전투로 인해 소모된 탄약과 손실된 장비의 교체 비용, 비행시간 증가에 따른 비용, 기타 작전 관련 비용과 연료비 등이 포함됐다.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우정공사(USPS)의 연료비 증가 등 다른 부처가 부담한 비용이나, 전투에 투입된 부대의 기본 운영 비용 등 연방 예산에 이미 반영된 비용은 추산되지 않았다.
이는 앞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지난 7월 이란전 관련 비용 375억 달러(약 51조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의회예산국은 분쟁이 지속됨에 따라 국방부 지출 비용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투가 지난 5~6월처럼 낮은 강도로 지속되면 매달 20억 달러(약 2조 7000억 원), 지난 7월 수준으로 격화하면 매달 30억 달러의 비용이 추가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투가 더 격화할 경우 월별 비용은 이보다 더 커질 수 있다고 의회예산국은 밝혔다. 다만 국방부가 자료 제공 요청에 응하지 않아 이번 비용 추산에는 상당한 불확실성이 있다고 부연했다.
미국이 이란전 과정에서 요격미사일을 대량으로 사용하면서 향후 수년간 재고 부족이 이어질 수 있으며, 탄도·순항미사일을 대량 보유한 중국 등의 국가와 분쟁이 발생할 경우 이것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방부는 보유 탄약 규모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미사일 방어 요격탄 관련 지출 내역과 지금까지의 구매 물량을 토대로 볼 때 미국은 2025년 6월 이후 관련 재고의 절반에서 최대 3분의 2가량을 소진한 것으로 추정됐다.
의회예산국은 미 국방부가 요격미사일 재고를 다시 보충하는 데 최소 5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을 대량으로 보유한 적국과 분쟁이 발생할 경우 이러한 재고 부족이 특히 심각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중국이 이 같은 미사일 전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대만을 둘러싼 군사 충돌이 발생할 경우 이들 미사일이 주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의회예산국은 이와 함께 이란과의 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이 미국 물가에도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석유·천연가스 수송 감소 등으로 에너지 가격이 상승했고, 이는 휘발유와 디젤, 항공유 등의 가격을 끌어올렸으며 운송비 상승을 통해 다른 상품과 서비스 가격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의회예산국은 내년 1분기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이 지난 2월 전망보다 0.5%포인트(P) 높아질 것으로 추산했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물가상승률도 기존 전망보다 0.3%P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 하원 예산위원회 민주당 간사 브렌던 보일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미국 가정을 지원할 여력이 없다고 수년간 말해왔지만, 미국인들이 대가를 치르게 하는 무모한 전쟁에는 수백억 달러, 어쩌면 그보다 훨씬 많은 돈을 쓸 수 있는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