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 감독 데뷔작부터 이란 거장의 작품까지 한자리 [BIFF 2026]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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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부문

CF 연출 감독 첫 도전 ‘긴긴밤’
아카데미 오른 감독의 ‘빵과 책’
인도네시아 배경 영화도 두 편
우즈벡 신인 감독 ‘힐롤’도 기대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마이 마더’(위)와 ‘바다에 새겨진 이름’. BIFF 제공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마이 마더’(위)와 ‘바다에 새겨진 이름’. BIFF 제공

모성과 민주화, 도덕적 딜레마

■마이 마더

인도네시아 욕자카르타 가족 서사와 여성의 삶을 깊게 탐구한 에디 카효노 감독의 세 번째 장편. 젊은 시절 인기 있는 자틸란 무용수였던 수미아티는 빚을 갚기 위해 외동딸 스리를 강제로 혼인시켜야 했다. 하지만 스리는 술에 취해 가정폭력을 일삼는 남편으로부터 도망쳐 고국을 떠나 이주노동자가 되는데, 그곳에서 고용주의 학대에 시달리던 스리는 살인을 저질러 사형을 선고받는다. 딸의 비극적인 소식을 접한 수미아티는 주변의 만류에도딸을 직접 만나러 가겠다는 절박한 결심을 한다.

“의도적 불편함과 복합적 캐릭터를 통해 ‘모성이란 무엇인가’를 질문한다” (박성호 프로그래머)

■바다에 새겨진 이름

데뷔작 ‘아주 특별한 여행’(2012) 이후 독창적인 영화 세계를 일궈온 요셉 앙기 노엔 감독의 신작. 인도네시아의 저명한 작가 베스트셀러 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1991년, 수십 년간의 독재정권 하에 놓인 인도네시아. 고전부터 금서까지 탐독하던 대학생 라웃은 토론 모임에 발을 들이며 국가폭력과 사회 모순에 본격적으로 눈을 뜨기 시작한다. 한국과 필리핀의 민주화운동에 자극을 받아 학생운동에 뛰어들지만, 동료들이 하나둘 체포되고 은신 중이던 라웃 역시 사복경찰에 붙잡혀 실종된다.

“한국보다 한 세대 늦은 민주화 과정을 겪은 인도네시아. 관객으로 한국 민주화를 다룬 영화 차이를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박성호 프로그래머)

■빵과 책

이란의 거장으로 아카데미 후보에도 올랐던 적 있던 마지드 마지디 감독의 6년 만의 신작. 솔란은 악지 마을의 유일한 교사다. 정교사가 되어 어머니와 함께 번듯한 집에 살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품지만, 학교 급식을 지원해 오던 독지가의 부고로 모든 것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급식이 멈추면 학생 태반이 학교에 오지 않게 되고 폐교는 피할 수 없다.

절박한 술란은 월세 보증금을 빼서 학교로 거처를 옮기며 낮에는 교사로, 밤에는 석유 밀수꾼으로 위태로운 이중생활을 시작한다. 도덕적 딜레마를 영화 끝까지 끌고 가며 머리를 한 대 때린 것 같은 충격을 준다.

“정통 이란 영화에 기대하는 아름다운 서사와 인물 갈등을 통한 관계의 이해. 그런 것들을 충족시켜주는 영화”(박성호 프로그래머)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빵과 책’ ‘그날의 태주’ ‘실버 익스프레스’ ‘힐롤’ ‘긴긴밤’. BIFF 제공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빵과 책’ ‘그날의 태주’ ‘실버 익스프레스’ ‘힐롤’ ‘긴긴밤’. BIFF 제공

올해의 빛나는 데뷔작

■그날의 태주

한국영화아카데미 정규과정을 거쳐 2024년 단편영화 ‘갈비뼈’로 주목받기 시작한 신예 임하연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 제작 규모 차원은 독립영화일지언정, 완성도는 대중적 문법을 충분히 갖고 있는 영화. 영문도 모른 채 자신을 향한 사람들의 수군댐과 소문에 시달려 기차에 오른 태주. 사주집에서 남자를 멀리하라는 조언을 듣는다. 이 말을 믿은 태주는 자신에게 접근하는 길거리 마술사 만혁을 의도적으로 피하려 하지만, 이상하게도 자꾸만 그가 신경 쓰이고 눈에 밟힌다.

“말간 얼굴, 해사한 기운, 보드라움 속에 막강한 이야기꾼의 면모와 장악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놀라운 데뷔작”(정지혜 프로그래머)

■긴긴밤

약 20년간 국내 광고계에서 CF를 연출하며 경력을 쌓은 염규복 감독의 장편 영화 데뷔작. 누적판매 50만부를 돌파한 루리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다. 코끼리 무리 속에서 자란 흰바위코뿔소 노든. 인간들의 탐욕으로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을 모두 잃었다. 그런 그의 곁에 버려진 알 하나. 노든은 작디작은 이 알을 품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마침내 세상 밖으로 나온 아기 펭귄 ‘나.’ 전혀 다른 존재의 코뿔소와 펭귄은 이제 펭귄이 살아갈 바다를 찾아 긴긴밤을 보낸다.

“작품을 보면 눈물이 마를 새가 없을 것. 남녀노소 세대를 불문하고 깊은 울림과 감동을 담아낸 애니메이션으로 한국 애니메이션의 현재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작품”(정지혜 프로그래머)

■실버 익스프레스

2025년 선보인 단편영화 ‘진저 보이’로 호평받은 다나카 미키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 타인에게 연애 감정이나 성적 끌림을 느껴본 적 없는 치에리. 그녀는 연애 감정을 느끼지 않는 쇼야를 만나면서 비로소 마음 둘 곳을 찾는다. 그러나 치에리가 무성애자인 반면 무로맨틱인 쇼야에게는 육체적 욕망이 있기에, 이들이 누리던 평온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독특한 소재, 인상적인 연기, 캐릭터 감정을 시각화하는데 뛰어난 감독”(박가언 부집행위원장)

■힐롤

우즈베키스탄의 보티르 압두라흐 마노프 감독의 장편 데뷔작. 태권도 국가대표였던 주인공 ‘힐롤’은 여성이나 아들처럼 키워졌다. 이러한 힐롤이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핵심 키워드인 ‘힐롤’은 우즈베키스탄에서 남성 이름인 것과 동시에 ‘힐롤라’라는 여성 이름의 애칭이며, 아직 차오르지 않은 ‘초승달’이라는 의미다.

“우즈베키스탄의 주목할 만한 신인 감독의 등장”(박선영 프로그래머)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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