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신과 노련의 다채로운 변주… 독립영화 축제의 장 [BIFF 2026]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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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

한국 12편·아시아 12편 최종 선정
신예·중견 감독의 조화·균형 관심
다양한 문화·사회적 맥락으로 확장
모두 19개 시상 부문도 함께 운영

위부터 아래로 ‘비전-한국’ 섹션의 ‘극장에 두고 온 것들’ ‘당신을 위한 것은 아닌’ ‘풀문’ ‘모종의 탐정’ ‘사랑의 지평선 너머로’ ‘화곡사’. BIFF 제공 위부터 아래로 ‘비전-한국’ 섹션의 ‘극장에 두고 온 것들’ ‘당신을 위한 것은 아닌’ ‘풀문’ ‘모종의 탐정’ ‘사랑의 지평선 너머로’ ‘화곡사’. BIFF 제공

지난해 한국과 아시아 전체를 아우르는 독립영화의 장으로 새롭게 재편된 부산국제영화제(BIFF) ‘비전’ 섹션이 한국과 아시아 독립영화의 현재와 새로운 가능성을 더욱 폭넓게 담아낸다. 비전은 한국과 아시아의 최신 독립영화를 다각도로 발굴해 소개하는 부문으로, 올해는 ‘비전-한국’ 12편, ‘비전-아시아’ 12편 등 총 24편을 최종 선정작으로 확정했다.

특히 올해의 비전 섹션은 자신만의 영화 세계를 구축해 온 중견 감독부터 감각적인 신예까지 다양한 세대와 경력의 창작자들이 두텁게 포진해 아시아 독립영화가 가진 잠재력을 가장 입체적으로 만날 수 있다. 총 19개의 시상 부문도 함께 운영된다. ‘비전-아시아’는 넷팩(NETPAC)상,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FIPRESCI) 등 10개 부문에서, ‘비전-한국’은 올해의 배우상, 한국영화감독조합 플러스엠상, KBS독립영화상 등 9개 부문에서 시상이 진행된다.

■비전-한국(Vision-Korea) 12편

‘비전-한국’ 12편은 신예와 중견의 조화와 균형을 보여준다.

먼저, 독립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영역을 여는 신진 창작자의 과감한 시도가 보인다. 소설가 지망생의 성장사를 독창적인 상상력으로 풀어낸 김효미 감독의 ‘귀벌레’와 화장장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다룬 김시진 감독의 ‘화곡사’는 애니메이션의 표현 가능성을 한층 확장한다.

세계 최초 공개라는 설렘과 부산을 다시 찾은 반가움이 교차하는 신작도 대거 포진했다. ‘한강에게’, ‘정말 먼 곳’ 등으로 주목받았던 박근영 감독은 신작 ‘극장에 두고 온 것들’로 관객을 맞이한다. BIFF에서 처음 작품을 선보이는 신동민 감독의 ‘당신을 위한 것은 아닌’은 상실의 아픔을 묵묵히 견뎌 온 이들의 치유와 애도의 여정을 그리며, 정지혜 감독의 ‘풀문’은 타인의 시선 속에서 부모를 숨겨 온 한 소녀가 무너져 가는 자신의 세계와 마주하는 섬세한 과정을 담아냈다. 전작에 이어 다시 부산을 찾은 오세현 감독은 ‘베일러’에서 삶의 전환점에 선 30대 여성이 농촌에서 보내는 시간을 담담히 포착하며, 손현록 감독의 ‘새’는 연이어 벌어지는 학생들의 추락사에 얽힌 진실을 좇으며 팽팽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신선 감독의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은 미래를 보는 능력을 지닌 여성이 상처와 마주하는 이야기를 깊이 있게 풀어낸다.

중견 감독들의 노련미와 확고한 존재감도 돋보인다.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로 평단과 관객의 큰 호응을 얻었던 박송열 감독은 ‘사랑의 지평선 너머로’를 통해 한층 확장된 가족의 풍경을 그려내고, ‘혼자’ ‘그대 너머에’로 존재감을 알린 박홍민 감독은 신작 ‘스페이스’로 일상에 초현실적 상상력을 더한다. 베를린국제영화제 등 세계 무대에서 활약해 온 장우진 감독은 ‘우주의 흔적’을 통해 사랑과 상실, 우연과 필연의 의미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며, ‘절해고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김미영 감독은 신작 ‘모종의 탐정’으로 부산을 찾는다.

위부터 아래로 ‘비전-아시아’ 섹션의 ‘데드 엔드’ ‘다시 눈이 올 거야’ ‘노래가 끝난 후’ ‘환상의 불빛’ ‘어둠 속의 새들’ ‘리아’. BIFF 제공 위부터 아래로 ‘비전-아시아’ 섹션의 ‘데드 엔드’ ‘다시 눈이 올 거야’ ‘노래가 끝난 후’ ‘환상의 불빛’ ‘어둠 속의 새들’ ‘리아’. BIFF 제공

■비전-아시아(Vision-Asia) 12편

‘비전-아시아’ 선정작 12편은 홍콩, 중국, 일본, 필리핀, 베트남, 태국, 인도, 몽골, 카자흐스탄, 이란 등 아시아 전역의 다양한 문화적·사회적 맥락을 담아낸다.

‘비전-한국’에 이어 아시아도 거장들의 신작과 신진 창작자들의 도전이 어우러져 있다. 2013년 ‘리모트 콘트롤’로 BIFF 뉴 커런츠상을 수상했던 몽골의 사히야 뱜바 감독은 격리된 공간의 질서를 풍자한 신작 ‘멈춰서다’로 다시 부산을 찾는다. ‘더 워터 머머스’(The Water Murmurs, 2022)로 제75회 칸 영화제 단편 경쟁 부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중국의 천젠잉 감독은 장편 데뷔작 ‘다시 눈이 올 거야’로 부산을 찾는다. 베트남의 응우옌호앙디엡 감독은 ‘1982’를 통해 실종된 어머니를 찾아 나선 영화감독의 내면적 상처를 들여다본다.

다방면에서 활약해 온 창작자들의 장편 도전도 눈길을 끈다. 광고와 뮤직비디오 연출로 감각을 다져 온 구마모토 료헤이 감독은 사춘기 소년의 성장통을 다룬 ‘노래가 끝난 후’를 선보이며, 필리핀의 아빈 벨라르미노 감독은 ‘리아’를 통해 뮤지션의 뜨거운 분투를 그려낸다. 태국 배우 인티라 차른뿌라와 펜시리 끌랑수린 감독이 공동 연출한 ‘부아’는 혼혈 소녀의 성장을 담았고, 넷플릭스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활동해 온 인도의 샤샹크 왈리아 감독은 장편 데뷔작 ‘어둠 속의 새들’을 통해 철학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아시아 각국의 현주소를 포착한 독창적인 시선도 선명해졌다. 홍콩 이사벨라 람록힌 감독의 ‘데드 엔드’는 남자의 심리적 불안을 포착하고, 이란 마니 모가담 감독의 ‘미몽’은 이란의 불안하고 억압된 현실을 응시한다. 인도의 사일레시 라트나쿠마르 감독은 ‘셀비’를 통해 삶의 무게에 관한 질문을 던지며, 카자흐스탄의 다르한 툴레게노프 감독은 ‘탯줄’로 어머니의 고군분투를 담아냈다. 16세에 원자력 발전을 다룬 다큐멘터리로 이름을 알린 야자 다케노신 감독은 ‘환상의 불빛’을 통해 삶의 책임을 깨달아가는 여정을 그려낸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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